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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차를 넘어, 너를 만난다 ‘ <외전>
대학시절 난 원하던 대학에 들어가지 못했다는 사실이 언제나 마음에 걸렸었다. 그래서 일부러 더 대학 동기들과 어울리지 않았던 것 같다. 한 달도 안 되어 휴학 후 재수를 시도했지만, 그마저도 잘 안 되어 다시 복학하게 되었을 때 그 수치스럽고 어색한 상황은 나를 더욱 겉돌게 만들었다.
억지로 참석한 개강파티, 구석에 적당히 있다가 도망갈 작정이었다. 모두 즐겁게 달아올랐을 때 몰래 가방을 들고 조용히 빠져나와 지하 술집의 좁은 계단을 오르는 그 순간.. 누군가 뒤에서 내 팔을 탁하고 잡았다.
그렇게 너를 만났다.
그리고 십여 년이 지난 지금에야 알았다.
그러려고 난 그곳에 있었던 거였다고..
오롯이 너를 만나기 위해..
그 하나만을 위해 모든 건 계획되어 있었다는 걸..
만약 내가 원하는 대학에 한 번에 들어갔었다면,
또는 그 후 재수를 성공했더라면
너와 만날 기회가 처음부터 아예 없었더라면
그 찬란한 기억들의 페이지가 빈 페이지였다면
생각만 해도 어지럽다.
다행이다. 내가 그곳에 있었더래서
그리고 네가 그곳에 있었더래서
그리고 그날 날 잡아주어서
오늘따라 새삼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