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책을 읽기 전 BBC제작드라마 오만과 편견을 먼저 접했다.
콜린퍼스의 완벽한 미스터 다아시 캐릭터는 너무 매력적이었고, 엘리자베스와의 쫄깃쫄깃한 밀당은 연애의 정석을 보여주었다.
내용적으로나 묘사적으로 드라마보다는 단연 책이 더 상세하고 깊을 것이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드라마를 먼저 보고 책을 읽어보니, 정말이지 BBC드라마는 책의 대사 하나 장면하나 전부 그대로 옮겨놓음 그잡채 아닌가?!
드라마 리뷰인지 책 리뷰인지 모르겠으나, 본질은 같다.
제인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은 딸 많은 집의 연애와 결혼 이슈를 다룬 뭔가 자기 성찰적인 책이라 추측했었다.
그러나 정작 제인오스틴 자신은 평생 결혼하지 않았다는 것이 반전이었다.
이 소설엔 베넷가의 다섯 딸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다양한 결혼의 형태를 보여준다.
1. 베넷가 다섯 딸 중 가장 예쁜 첫째 제인과 빙리의 지고지순한 사랑으로 이루어진 결혼
2. 오만과 편견이라는 각자의 결점을 극복하고 서로를 받아들인 엘리자베스와 다아시의 사랑과 결혼
3. 선한 얼굴을 가졌지만 최악의 성품을 가진 위컴과 어리석은 한순간의 판단으로 그와 함께 도망친 리디아의 사랑과 결혼
4. 사랑은 없으나 결혼이라는 울타리의 안정감을 추구했던 엘리자베스의 친구 샬롯과 콜린스의 결혼
5. 아름다운 외모에 반해 결혼했으나, 베넷부인의 품위 없고 무식한 태도에 실망하여 서제에 처박혀 데면데면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미스터베넷의 결혼
신기한 점은...
왜 몇 세기가 지난 지금도 저 사랑들의 유형과 결혼의 목적의 양상이 유사하게 나타나는거냔 말이다.
분명 시대적인 배경의 엄청난 시차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요즘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오히려 외모, 재산, 집안 등등의 조건을 아주 낱낱이 따지고 결혼을 계산하는 결정사의 존재부터 요즘이 그 시대보다 더 심하다고 보아야겠다.
샬롯과 콜린스의 결혼이 씁쓸하다고 느끼면서도, 뭐 그럴 수 있지 라는 생각이 드는 거 보면, 그냥 찌들었나 보다.
BBC 드라마에는 제인과 엘리자베스의 합동결혼식으로 드라마가 마무리된다.
그 이후 그들이 어떻게 살았을지 너무 궁금했는데, 다행히 책에는 그 뒷이야기가 조금 더 연장되어 나온다.
앙숙인 다아시와 위컴이 동서지간이 되고 나서 현실적으로 무조건 부딪힐 거라는 추측은 했었다.
역시나 씀씀이가 헤픈 리디아와 성품이 좋지 않은 위컴은 금전적 도움을 첫째와 둘째에게 계속적으로 요청하며, 집안의 골칫덩이가 되어버린다.
착해빠진 제인과 빙리 부부마저 위컴부부가 집에 와서 죽치고 앉아있으면, 제발 가달라고 정색했을 정도라니까 말이다.
그런데 다아시는 오죽했을까.
다아시는 그래도 처제인 리디아에 대한 배려로 앙숙인 위컴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다시 소개해 주는 등 끝까지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과연 언제까지 저렇게 참을 수 있을까. 보살이 아니고서야...
난 여기서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아 이 커플은 백퍼 맨날 부부싸움 각이다.
물론 오만함을 내려놓고 모든 사람을 존중하는 태도를 막 배운 다아시라도, 평생의 앙숙이 동서지간인데 매 순간 어떻게 영화처럼 살 수 있겠냔 말이다.
결혼은 현실이고, 생활이고 일상인데...
모르긴 몰라도 분명 살며 근본적인 저 문제 때문에 계속 부딪힐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요즘 세상 같았으면, 2년 안에 이혼각....?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내가 참 슬프다.
비록 그 해결되지 않는 근본적인 문제가 영원히 바뀌지 않는 것일지라도,
엘리자베스와 다아시의 사랑을 응원하게 되는 건
그래도 세상엔 아직 온전한 사랑이 있고, 그 사랑의 힘으로 모든 일을 헤쳐나갈 수 있다고 믿고 싶기 때문 아닐까.
비록 현실은 녹록지 않더라도 말이다.
나 자신이 평생 맞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던 방식을, 어떤 한 사람 때문에 통째로 바꿀 수 있는 것.
이게 사랑의 힘이 아니면 도대체 무엇일까.
그런 사랑을 많이 볼 수 없는 요즘
그래서 난 자주 BBC판 오만과 편견을 정주행 한다.
엘리자베스와 다아시의 사랑을 이루어지게 해피엔딩으로 끝내준 제인오스틴에게 감사하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