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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흙장난

흔하고 지극히 평범했던 날들의 기억

by 윤지아

어릴 적 해 질 녘 놀이터의 흙장난을 기억한다.

하나둘씩 집으로 가더라도 나는 그날 만난 이름 모를 동네 또래랑 함께 그렇게나 열심히 경단을 빚어냈다.


미끄럼틀 아래 보드라운 모래밭에 고사리손을 푹 집어넣고 조금만 파내어보면 금방 짙은 갈색 흙이 촉촉이 젖은 향을 뿜어내었다.

나는 그 포슬포슬하게 젖은 흙의 촉감이 좋았다.

양손으로 왔다 갔다 쪼물쪼물 떡을 만들어 모래장 밖 인도 위에 나란히 세워두던 기억.

그 스펀지 같이 촉촉한 흙경단의 따스한 흙내음을 기억한다.


붉게 물든 하늘아래 빈 미끄럼틀 모래밭,

아파트 베란다에서 고개를 쑥 빼고 아이를 부르는 엄마들의 저녁 먹으라는 목소리가 여러 번 오가면 놀이터의 하루가 다 저문다.

언제 또 만나게 될지 모르는 또래 아이와 기약 없는 인사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 양손은 흙가루로 퍼석퍼석하다가 더 보들보들해진다.


집에 오면 짙고 붉은 끼 도는 갈색 밥상에서 한가득 차려진 저녁을 먹으며 엄마에게 이것저것 떠들어대던 신난 내 목소리.

두텁고 옅은 갈색 바탕에 하늘색 잔꽃무늬가 새겨진 치마를 펼쳐 앉아 푸근하게 내 이야기를 들어주던 엄마의 모습.

흔하고 지극히 평범했던 나날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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