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위해서는 몇 번이고 쌌던 그 김밥을
아이에게는 차마 엄마가 아파서 입원을 해야 한다고 말하지 못했다.
아이 나이는 6살.
뇌동맥류라는 단어를 이해할리 만무하고
안 그래도 평소 겁이 많은 아이에게 불안을 심어주고 싶지 않았다.
아이에게는 출장을 간다고 설명하고 겨우 허락(?)을 받았다
"엄마 내일 하루종일 없을 텐데 혹시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오늘 저녁은 뭐해줄까? 우리 아가 먹고 싶은 거 해줄게!"
"음... 김밥이요!!"
"김밥? 알겠어. 엄마가 지금 바로 김밥 만들어줄게!"
아이의 말에 당장 재료를 꺼내 분주하게 움직이며
김밥을 싸기 시작했다.
"우리 아가, 엄마 닮아서 김밥 좋아하네!
엄마도 김밥 제일 좋아하는데!"
라고 말을 뱉자마자
울컥하는 슬픔이 목젖을 쳤다.
'나는, 나를 위해 김밥을 싼 적이 있었던가?
나도 김밥을 좋아하는데, 왜 나는 아이를 위해서 몇 번이고 쌌던 김밥을
나를 위해서는 싸지 못했던가'
아이를 위해 김밥을 싸다 말고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훔쳤다.
김밥을 싸고, 내일 엄마가 없어 허전함을 느끼지 않도록
최대한 밀도 있는 시간을 보내고 나니 어느새 저녁 10시.
9시부터 금식했어야 했는데
아이 끼니를 챙기고 놀아주느라
어느새 잊어버린 내 끼니에 12시간이면 되었을 금식이 17시간으로 늘어나있었다.
'하...'
나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나를 돌보아주지 않는다.
내가 받은 진단은
뇌동맥류였지만
내가 스스로에게 내린 진단은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음'이었다.
주린 배를 잡고 긴장 속에 어둠 속에서 눈을 끔뻑 거리며
입원날 아침이 되기를 기다리다 어느새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