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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애 Dec 02. 2020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아름답게 보여주는 전시

DDP <teamLab: LIFE>


사실 미디어 아트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전시가 움직이는 이미지와 영상으로 쉽게 만들어질 수 없다는 생각이 강하게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존에 있던 회화나 조각 같은 작품을 진정한 전시의 형태로 여겼기에, 너무나도 쉽게 하나의 ‘전시’가 되어 관람객을 끌어모으는 모습에 반감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teamLab: LIFE를 보았던 이유는 인생샷을 건질 수 있다는 말에 관람료를 비싸게 받는,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한 전시가 아니라 관람을 통해 우리에게 작지만 커다란 울림을 주었기 때문이다. 


“예술, 과학, 테크놀로지, 그리고 자연계의 교차점을 학제적으로 모색한다.”는 팀랩의 설명대로 전시에서는 자연과 인간, 그리고 생명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했다. 모두가 힘든 시기지만 우리는 견디고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을 생명력을 담은 전시로 풀어낸 것 같았다. 


DDP 디자인 전시관에서 하는 전시는 크게 4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공간에서는 각자 다른 자연의 이야기가 압도적이며 빈틈없이 채워져 있다. 꽃으로 전신을 뒤덮은 동물이 나오거나 거대한 파도가 몰아치거나 경계 너머에서 날아온 나비가 가득하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두 개의 공간을 소개하려 한다.



증식하는 무수한 생명



<증식하는 무수한 생명>은 세 번째 공간으로 꽃들이 수없이 피고 진다. 이곳은 오래 지켜봐야 그 흐름을 이해할 수 있다. 처음 들어설 때 수많은 꽃이 고개를 들고 있어 경이롭기까지 하지만 꽃망울을 터트린 꽃의 군락은 금세 시들어버린다. 


이는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해 실시간으로 그려지는 것으로 이전의 상태가 반복되는 일은 없다. 오직 작품을 보는 사람들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지는 지금 이 순간의 시간이 흐르는 곳이다. 그래서 작품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의 행동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오래 봐야 한다는 것이다. 


너무 오래 한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눈을 뗄 수 없었기에 그저 바라보면서 피고 지는 꽃들이 무엇을 말하는지 지켜보았다. 사람들이 꽃에 가까이 다가가서 가만히 있으면 꽃은 그 군락의 다른 꽃들보다 오래 피어 있다. 


그러나 그저 잠시 머무를 뿐이라면 사람의 손이 닿았던 줄기는 힘없이 꺾어지며 꽃잎을 떨군다. 식물과 인간 모두 살아 있지만, 생사를 결정하는 것이 마치 인간의 행동에 좌우되는 모양으로 그 공간에 자리한다. 한 명의 하나의 손길이 거대한 꽃에 뻗는 모습에서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물 입자의 우주 / 꽃과 사람, 제어할 수 없지만 함께 살다



<물 입자의 우주 / 꽃과 사람, 제어할 수 없지만 함께 살다>은 네 번째 공간이다. 폭포수같이 떨어지는 물 입자는 자연 속 인간이 얼마나 보잘것없는지 알려주는 것 같다. 그러나 그사이에 피어나는 꽃들은 인간의 손길이 닿아 만들어진 것으로 인공적인 생명체이지만, 꼭 거대한 자연 속에 당당히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 같기도 하다. 


둘은 별도의 작품으로 꽃은 물 입자와 닿아도 지곤 한다. 그러나 인간이 물속으로 들어가면 꽃이 인위적으로 피어나며 물 입자는 인간을 피해 흘러간다. 오직 인간에 의해 장면이 연출되는 모습은 자연과 인간의 대립된 개념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팀랩은 작품을 통해 인간의 개입으로 어디까지가 자연이고 어디부터가 인위인지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다. 우리가 “근사한 자연이란 인간사도 아우르는 생태계라는 걸 느끼게” 한 것이다.



작품은 프레임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나
작품에 대한 감상자의 직접적인 개입을 유도하며
이로 인해 주체에 대재된 창의성을 깨닫고,
작품 속에 자연스럼게 융화되는
경계가 허물어진 미술의 영역을 제안합니다. 



전시를 나오며 읽었던 작품에 대한 설명에서 팀랩이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어렴풋하게나마 알게 되었다. 실제로 벽면을 가득 채운 작품과 소통하며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작품을 보는 내내 여러 가지 생각과 감정이 스쳤다. 


코로나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연을 느끼지 못하는 우리에게 그래도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아름답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많은 관람객이 찾고 전시의 새로운 형태를 보여주는 미디어 아트에 호기심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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