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미팅/ 인터뷰를 앞두고 너무나 긴장을 했더랬다.
늘 그런 일이긴 한데, 오히려 코로나 덕 (?)에 집에서 했기에 그나마 화장실은 자유롭게 갈 수 있었다.
박사 지원을 하면서 몇몇 교수, 열 다섯 명은 넘게 연락을 해본 것 같다. 그 중에 답을 아예 안 준 교수도 7-8 명은 되는 것 같다. 지난 11월부터 지금까지 약 8개월.
모든 것이 과정인 것을 알면서도 경제적으로 무능력한 내가 늘 부끄러웠다.
아무도 결국 신경안쓰는데, 그리고 신경쓰면 어때. 내 인생인데?
왜 당당하지 못할까?
이것이 정체성과는 별개인 주관성이라는 것이다. 아이덴티티가 아닌 서브젝티비티.
어떤 일이 누군가에겐 이런 의미일 수 있고, 또 저런 의미일 수 있다.
같은 나이니까, 같은 성이니까, 같은 곳에 살아도 똑같은 경험을 두 사람이 하고 있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지난 8개월 동안 실패와 시행착오를 겪으며 나에게 몇 번이고 물을 수 있는 시간과 기회는 더 많았다.
"박사과정 정말 하고 싶어?"
"이 공부 정말 하고 싶어?"
처음에는 영국에서 석사의 경험으로 많은 것이 부정적으로 회의적으로 보였고, 학문계에 나는 어울리지 않는다 생각했었다. 그런데, 나를 박사과정으로 밀어 넣은 것은 '무국적'이라는 주제였다.
이 주제를 알아가며 새로운 것을 배우고, 새로운 현장과 문제에 대해서 알아가는 것이 너무나 흥미로웠다.
내가 원하는 것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에 죄책감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난 석사때도 그랬고, 박사를 지원하면서도 어찌어찌 (?) 생존하면서 공부를 하는게 좋았지만 막상 내가 박사가 되고 연구자이자 교육자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늘 자신이 없었다.
지난 8개월은 무엇이 중요하고, 해야한다면 내가 어떤 부분을 보강하고 채워야할지에 대해 하나 둘 씩 정리 할 수 있었던 시간이기도 했다.
그리고 오늘 큰 미팅을 치루었다.
4개월 동안 답변을 기다리던 교수에게 가상 인터뷰로 더 대화를 하고 싶단 연락을 받은 것이 2주 전.
오늘 미팅 준비는 그 메일을 받은 이후부터 매일같이 7시간 이상씩 공부를 하고, 다시 연구 계획서를 고쳐쓰고, 주변 교수님들과 선생님들, 동료들에게 피드백과 의견을 들으며 준비를 했다.
미팅 결과는 꾀 긍정적이다.
지난 석사 전공이 지금 박사 전공 시 내가 속할 부서와 백프로 일치하지 않아서 추가 자격 조건을 채울 것이 있는지 입학처의 평가를 받아야한다. 그치만 교수는 나의 연구가 매우 중요하고 흥미롭다며, 몇가지 수정과 제안 사항을 알려주었고, 다음 달에 2차 미팅을 하기로 했다.
그리고 너무 기쁜 마음과 주어진 한 달 동안 향상을 해야하는 부담감이 내 머리와 가슴을 오가며 나를 흥분시켰다. 그동안 도와주었던 지인들에게 한분 한분 연락을 드렸다.
물론 아직 최종 입학은 아니지만 그래도 좋은 소식을 함께 나누고 감사를 전하고 싶었다.
그렇게 다 연락을 드리고 나니, 몸이 너무 무겁다.
이제야 긴장이 풀리나보다. 조금씩.
조금만 더 긴장을 풀자.
그동안 잘 버텼고, 앞으론 더 나아지기만 할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