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글과 마주하기

17일차 챌린지

by 한지애

보고

요가 45분

독서 30분

첼로 30분

독일어 공부 1시간 20분



100일 챌린지의 17일차이다.

보고에 넣지는 않지만 매일 브런치에 글을 쓴 지도 17일째이며, 매일 100일동안 할 것을 뜻하는 것이다.


유튜브에서 세바시 강연이나 개인 글쓰기 강의를 하는 유튜버들을 보면서 글쓰기를 어떻게 훈련해야하는지 그리고 어떤 마음으로 시작해야하는지에 대해서 배우고 있다. 이를 적용하기 위해서 나는 이때까지 내가 쓴 글들과 정면 돌파하는 것을 시도하고 있다. 즉, 잘 쓴 글이란 한 번에 '딱!'하고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퇴고를 통해서만 탄생하기 때문이다. 글쓰기에 크게 '소질'이 있지 않은 나에게 가장 큰 이유는 어렸을적부터 책을 읽는 습관이 안 되어 있었던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니 책을 읽는 속도도 느리고 표현력이 그리 풍부하지 못하달까?

그래도 초등학교 4학년인가 5학년때 글짓기 대회에서 금상을 받은 적이 있다. 그리 큰 공모전은 아니었기에 별거 아니라 할 수도 있지만 제대로 글쓰기 방법이나 수업을 들어본 적이 없었기에 나에겐 정말 큰 성취였다. 그리고 몇 년 전 아프리카와 관련된 경험 에세이에서 내가 말라위에서 2년 반동안 마을에서 생활하며 겪었던 것과 느낀 것들을 몇 편으로 정리한 글이 공모전에서 장려상을 받았다. 그렇지만 단편적으로 이렇게 수상을 하는 것과 책을 낼 수 있을 정도의 실력과 역량을 갖추는 것은 다른 것일 것이다.


협성 책공모전은 두 번, 브런치에 한 번 도전을 했는데 단 한 번의 2차 기회도 없었다. 물론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지원을 하고 모두들 저마다의 경험을 자신만의 관점으로 글을 쓰기에 거기서 누가 더 돋보이고 덜 돋보이고는 결국 글을 심사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어떻게 움직였느냐에 달려있지 않을까 싶다.


뭐, 이런 경험들은 내 글들을 정말 새로운 눈으로 새로운 시선으로 다시 읽어보는 계기를 가져다주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나는 만족한다. 내 글들을 다시 읽으면서 나는 독자의 시선으로 처음에 글을 썼다기보단 정말 지극히 나를 위해서 아니 내가 누구다라는 것을 내세우기 위한 글투, 글의 어투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런데 글을 읽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삶과 경험과 연결을 지을 수 있거나 새로운 것을 얻는 재미가 있는 책이어야할텐데, 내 책에는 그런 공감 부분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개인 기록용이 아니라 이 글이 읽는 이로 하여금 도움이 되려면 자고로 맥락도 이해하기 쉽고 거기서 내가 무엇을 느꼈는지도 더 강하게 느껴지도록 글을 다듬어야 하는 것인데, 나는 그 점이 부족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는 류시화 작가이다. 그는 아침 시간에 집중하여 글을 쓴다고 한다. 그래서 새벽 5시부터 오전 시간 내내 글을 쓰고 또 소리내어 읽어보며 가장 자연스러운 문장을 구사하려고 노력한다 했다. 그의 글은 물론 오로지 그에게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고전 이야기나 탈무스 같은 이야기를 한국어로 매끄럽게 번역하여 독자에게 그 지혜를 나눠주는 글들도 많다. 그렇기에 그의 글은 명확한 의도를 가지고 있고, 그것은 읽는 이들의 정신적 충만과 반성이라는 영롱한 주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의 시와 에세이는 나에게 현실적 실존론적 성찰에 대한 강하고 끌림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류시화 작가 이외에도 다른 한국작가들의 다양한 문체와 스타일로도 확장하고 싶다. 나는 언제즘 저렇게 쓸 수 있을까는 우선 나는 언제즘 그의 노력과 열정으로 글을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바뀌어야할 것이다.


그 답은 더 나에게 솔직하되, 이게 나만의 기록을 위한 글이 아닌 읽는이의 시간과 동기가 헛되이지 않게 소통의 공간을 만드는 글 일것이다.


이번 브런치 공모를 위해서 미리 써놓은 원고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이번엔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으나 확실한 것은 몇 차례 퇴고와 단편 스토리들을 큰 틀의 짜임새에 맞게 구성하여 원고 초본 보다는 조금 더 나을 글을 써보리라는 것이다. 내가 죽고 오늘은 이미 지난 과거가 될테지만, 글을 통해서 나라는 사람이 누구였는지 나는 무엇을 사랑한 사람이었는지, 어디가 약한 점을 갖고 있는 사람이었는지를 남기고 싶다.


미래에는 과거처럼 활자가 아닌 이제 영상과 미디어로 과거의 기록으로 돌아가 볼 수 있기에 나중에 우리의 글이 어떻게 남겨질지 모르겠다. 그래도 언젠가 디지털 도서관이든 어딘가에 세워진 도서관이든 내가 쓴 책이 꽂혀있다면 그것은 상상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한 일이기에 난 지금이라도 진지하게 글쓰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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