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갔던 장호비치캠핑장에서 김스방이 낚시를 하고 나는 옆에서 잔소리를 곁들여 훈수를 두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악!!!”
팔에 송곳이 꽂히는 듯한 통증이 번개처럼 스쳤다. 고개를 돌려보니 노랑·검정 줄무늬가 선명한 놈이 눈앞에 잔상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는 팔에 붉은 점이 생기더니, 거짓말처럼 점점 커지며 퍼져갔다. 10초도 안 되는 시간에 내 팔은 눈에 띄게 변하고 있었다.
“��♀️아놔, 이렇게 낚시하는거 보다가 죽는 거 아냐?”
“��♂️응급실 가야 되는 거 아냐?”
팔은 점점 붓고, 검색해보니 아나필락시스 쇼크로 몇 분 안에 죽을 수도 있단다.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건 “잘 살아오다가 벌한테 쏘여서 삶을 마감하게 되나? 나 죽는거 아냐? 어이가 없네” 라는 말을 남편과 장호항 바다 허공에 해대는 것뿐이었다. 물린 자리를 서둘러 씻고 침이 박히진 않았는지 살폈다. 다행히 침은 보이지 않았다. 20분이 지났고, 숨도 잘 쉬어지고, 심장도 뛰고 아~~~무렇지가 않았다. 그러자 ‘죽는 건 아닌가 보다’ 생각에 이어 ‘이따가 술은 마실 수 있겠네’ 생각으로 마무리. 그 얘길 했더니 김스방도 예전에 캠핑장에서 벌에 쏘였을 때 자기도 그런 생각했다며 둘이서 괜히 낄낄거렸다.
계속 삶을 영위해갈 수 있음에 확신을 얻고 아까 본 벌의 모습을 묘사하며 무슨 벌이었는지 추측했다. 김스방은 호박벌 아니냐 했지만, 검색해보니 그런 흐릿한 색이 아니었다. 연관검색어로 ‘장수말벌’ 이 있길래 눌러서 사진을 보자마자 직감했다. 바로 이놈이었다. 이놈처럼 노랑검정이 정말 선명했기 때문이다. 침도 없는 걸 보니 요놈이 맞았다. 설마 바닷가에서 장수말벌을 만날 줄은 누가 알았을까.
시간이 지나며 팔은 화상을 입은 것처럼 화끈거렸다. 전날, 래쉬가드에 냄새가 날까 싶어 꽃향기 나는 샴푸로 빨아 말려입은게 문제였을까. 괜히 그 향기에 홀려 날아왔나 싶기도 했다. 지 혼자 날아와 있으니 난 그것도 모르고 움직이니까 지 생명의 위협을 느꼈겠지. 아무것도 모르는 날 쏘고 갔다는게 너무 분했다.
캠핑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팔은 나아지기는커녕 상처가 점점 움푹 파여갔다. 불안해서 검색해보니 장수말벌은 ‘살인말벌’이라 불리며, 자칫하면 목숨을 잃기도 하고, 살이 괴사해 총상 같은 상처가 남는 경우도 있다 했다. 이러다 영화 죽어야 사는 여자의 여자들의 배처럼 나는 팔에 구멍이 대빵만하게 날 것 같아 오늘 피부과에 갔다. 의사 선생님도 놀라는 나의 상처. 장수말벌이라니까 살아있는게 신기하다는 듯 놀라시며 이것저것 주의사항을 이야기해주셨다. 일주일 동안 항생제를 먹어야 한다는데, 위가 약한 나로선 또 다른 고난이 예상된다.
병원에 오기 전에 장수말벌에 쏘인 이야기들을 검색하다가 다양한 글들을 읽었는데 그 중 어이없는 댓글들이나 글이 있었다. 내용은 장수말벌한테 쏘이고 나면 손에서 거미줄이 나온다는 둥, 스파이더맨이 된다는 둥, 더 건강해진다는 둥의 이야기였다. 이왕 거미줄이 나올 정도의 돌연변이(?!)가 일어난다며 난 스파이더맨보다는 베트맨이나 아이언맨이 되고 싶은데 가능할까 ㅋㅋㅋ (베트맨이나 아이언맨은 사실 장비가 좋은 영웅사람이긴 했지만..뭔가 둘이 더 멋짐) 암튼 또 다시 생각하다보니 아나필락시스 쇼크도 없이 건강한 체질로 낳아주신 부모님께 다시한번 감사합니다��
지애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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