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이된장국
어제는 단골로 가던 삼겹살집에 단체 손님이 있어, 아쉽게도 발길을 돌려야 했다. 딱히 먹고 싶은 게 없다는 김스방과 함께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장을 보기로 했다. 남편은 매운 소갈비찜에 필요한 재료를 고르고, 나는 늘 그렇듯 흥미를 끄는 코너를 기웃거리며 돌아다녔다.
예전에는 남편이 식자재를 고를 동안 과자 코너나 주류 코너를 둘러보는 일이 다반사였는데, 요리에 관심이 조금씩 생기고 나서는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직접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에 자연스레 식자재 코너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물론 그렇다고 요리를 자주 하거나 대단한 솜씨를 자랑하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어제는 채소 코너를 지나던 중 냉이와 봄동이 눈에 들어와 망설임 없이 집어 들었다. 나는 유독 냉이와 달래를 좋아해서 이 두 가지는 보이면 무조건 사게 되는, 내겐 예외 없는 채소들이다.
결혼 전까지는 내가 냉이된장국을 좋아하는지도 몰랐다. 돌이켜보면, 엄마가 매일 정성껏 해주시던 반찬들이 늘 맛있었기에, 특별히 ‘내가 뭘 좋아하는지’를 고민할 필요가 없었던 것 같다. 매일의 식사가 고루 맛있으니 오히려 취향을 자각할 기회가 없었던 셈이다.
하지만 결혼 후, 더 이상 매일 엄마의 손맛을 누릴 수 없게 되자 자연스레 ‘○○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그러다 보니 하나둘 레시피를 찾아보며 흉내도 내보게 되었다. 신기하게도, 어릴 적부터 엄마의 음식을 먹고 자라서인지, 맛도 얼추 비슷하게 나와서 때때로 놀라곤 한다.
아무튼, 오늘은 그런 음식 중 하나인 냉이된장국을 끓였다. 김스방은 어떤 국이든 찌개처럼 만들어버리는 묘한(?) 재주가 있는데, 이것저것 다 넣다 보니 그렇게 된다고 한다. 남편이 만들어준 국이나 찌개도 맛있지만 나는 음식 고유의 맛이 분명하게 살아 있는 걸 좀더 선호한다.
냉이된장국을 끓이려는데, 어제 쿠팡으로 두부를 주문하지 않은 데다 다른 야채도 마땅치 않다는 그. 레시피를 찾아보니 냉이와 파만 있어도 충분해 보였다. 엄마가 끓여주시던 냉이국도 건더기가 많진 않았고, 냉이만으로도 훌륭한 맛이 났었기에 그런 것들 없이도 맛있게 할 수 있다며 자신 있게 만들기 시작했다.
크게 어렵지 않은 요리이다 보니, 뚝딱뚝딱 금세 완성됐다. 된장도 엄마가 직접 담가주신 된장을 사용했다. 냉이된장국도, 봄동무침도 기대 이상으로 맛있게 잘 되었다. 종종 엄마의 요리를 그대로 재현해 먹고 있을 때면, 왠지 모르게 ‘어른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식사 중이던 남편에게 물었다.
“자기야, 나는 말이야, 이렇게 엄마가 해주시던 음식을 내가 직접 만들어 먹고 있을 때 비로소 ‘어른이 되었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자기한테는 그런 순간이 언제야?”
(불쑥 이런 질문을 던지는 아내 덕분에 남편은 아마 밥 한 끼도 편히 먹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나는 나보다 어린 사람 상담할 때? 그럴 때 어른이 된 것 같지.” (냠냠)
“그렇구나, 나는 나보다 어린 사람하고 있으면 ‘내가 나이가 들었구나’라고 생각이 들지 ‘어른이 되었구나’라는 느낌은 안 받는데, 그건 좀 다른 것 같은데..“
“…(묵묵히 식사 중)”
지애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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