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ll Table in Evening Dusk, 1921
더웠다. 강렬히 내리쬐는 여름날의 햇빛과 대화는 나의 피부를 아프게 하기 충분했다. 언제 그랬냐는 듯 알루미늄 창을 타고 들어온 그 여름의 바람은 제법 서늘해졌다. 통풍을 위해 삼분의 일쯤 열어 둔 창을 굳게 닫을지는 아직 고민이다. 촉촉함이 묻어나는 여름의 바람은 아직은 창 너머에 묻어있다. 새로운 시간은 이렇게 과거의 시간을 물에 타버린 잉크 마냥 섞었고, 시공간의 경계를 흩뜨리기 시작했다. 나도 모르게 모호하고 몽롱한 틈새에 껴 버렸다. 화창하게 펼쳐졌던 생각들을 한 켠에 하나둘씩 모아 두고 나열해 보고 가을을 맞을 준비를 한다. 타오를 정도로 무척이나 열정적이었다. 이내 곧 서툴었다는 반성이 뒤를 따라온다.
누군가를 미워한다는 건 아끼는 사람들에게 더 이상 상처받지 않기 위한 나의 방패다. 나는 내 안에서 새로운 낭만주의를 꿈꾸지만 밖에선 차가운 얼음 표면과 같은 현실주의자로 보일 테다. 포커페이스를 하고선 감정이 없는 무미건조함을 유지하는 것, 오로지 보이는 목적을 달성하는 것, 그것이 내가 홀로 낭만을 이끌어내는 방법이다. 내면이 무너지면 일으킬 육신이 없기에, 그리고 나의 기대는 곧 실망으로 이어지기에. 열어놓은 창문을 유지할지, 활짝 열지, 아니면 아예 굳게 닫힐지는 그다음의 시간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