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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나 Jun 04. 2024

누구나 모성을 타고나는 건 아니다

자녀를 힘들게 하는 부모

20대 여대생 B는 엄마의 히스테리로 인한 강박으로 고등학교 때부터 카톡상담을 받고 가끔 연락이 오는 학생입니다.      


B 엄마의 히스테리는 B가 아주 어릴 적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늘 상위권 성적을 유지했으나 칭찬은커녕 엄마가 공부를 많이 하지 못한 일이 마치 B의 잘못인 것처럼 신세 한탄을 했습니다.      


초등학교 때 소나기가 내리면 학교 밖에서 딸을 기다리는 엄마들 속에서 10분 거리 집에서도 오지 않는 엄마를 그리워하기도 했어요.      

고등학교 때 B의 생일선물로 아빠가 B에게 구두를 선물했습니다. 엄마는 그 구두가 얼마나 비싼 건 줄 아느냐며 왜 그런 구두를 애한테 사주냐며, 돌아오는 차 안에서 시작된 엄마의 힐책과 비난은 집에 도착하고도 계속됐습니다.      

그 모습을 안쓰럽게 바라보며 달래던 아빠의 눈물을 그때 처음 보게 되었답니다.      

다음 날 아빠가 선물한 구두를 B의 엄마가 신고 나갔다고 해요. 아무래도 구두가 엄마 마음에 들었나 봐요.           

B의 아빠는 B가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집에 오면 잠든 엄마를 대신해 간식을 챙기며 기다리고 계셨어요.           

그렇게 자상한 아빠도 엄마의 끊임없는 히스테리를 견디다 지금은 집을 나가서 B는 아빠와 헤어져 살고 있습니다. 엄마는 아빠를 불러들일 수단으로 B를 이용합니다. B를 자꾸 괴롭혀서 B가 아빠에게 전화하면 아빠가 엄마에게 전화하거나 집에 오십니다. B에게 아빠한테 전화해서 돈 달라고 하라고 시키기도 했습니다. B도 처음에는 엄마랑 지내는 게 너무 힘들어 아빠에게 울면서 전화하기도 했으나 엄마가 B를 이용해서 아빠 돈을 뜯어내려고 한다는 것을 알고부터 아빠에게 전화하지 않는다고 해요.        


B의 아빠는 B가 결혼할 때 부모의 이혼이 흠이라도 될까 이혼은 하지 않을 거라고 해요. 하지만 B는 지금까지 고생하며 자신밖에 모르는 엄마에 대한 책임감과 B를 위해 희생한 아빠가 깨끗하게 엄마를 버리고 이혼해서 이기적인 엄마가 비참해지길 바랍니다.                    

오늘은 이른 아침부터 뭐가 또 기분이 상했는지 거실에는 가위로 찢어진 옷가지들이 늘려져 있다는 B의 카톡이 왔습니다.      

소리를 질러대는 엄마의 목소리에 눈앞이 하얘진다는 B를 진정시키기 위해 음악을 켜고 헤드폰 볼륨을 높여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엄마의 고함은 헤드폰 소리를 키워도 다 들린다고 했습니다. 머리가 멍하고 가슴이 답답해서 숨쉬기가 곤란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밖이 잠잠해지고 B가 밖에 나갔다 오겠다고 했습니다.                     

자전거를 타려고 나오는데 엄마가 현관문을 열고 키우는 강아지와 B의 신발과 옷가지들을 집어던졌습니다. 위층에 누군가 자전거를 가지고 나오는지 엄마는 위층 아저씨랑 타러 가냐고 비아냥거리며 악담을 퍼부었습니다. 하루 이틀이 아닌데 도무지 익숙해지질 않았습니다.           

B가 제게 “머리가 터질 것 같아요. 선생님. 정말 미칠 거 같아요.”라고 했습니다.       


카톡으로 대화를 이어가던 중 갑자기 B와 뚝 연락이 끊겼습니다. 더 이상 답장이 오지 않고 보이스톡도 받질 않았습니다. 혹시 길에 쓰러지기라도 했는지, 혹시 나쁜 마음을 먹은 건 아닌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불안한 마음에 마음이 조급해졌습니다. 제가 아는 것은 B가 사는 지역과 성별과 나이뿐인데 B가 살고 있다고 했던 지역 청소년상담센터에 전화해서 내용을 설명했습니다.      

도움을 청하고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기도하며 초조한 마음을 달래는 것 외에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카톡 상담의 한계를 느꼈습니다.     


1시간여 만에 B에게서 카톡이 왔습니다. 배터리가 방전되어 연락할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자전거를 타다 근처 카페에서 충전하였다 했습니다. 집 근처에서 엄마가 집을 나가는 것을 확인하고 집으로 들어왔다고 했습니다. 걱정한 나의 마음을 읽은 그녀는 "선생님, 저 사실 번개탄과 연탄을 사다 뒀어요!" 울먹이는 그녀가 참 많이 안쓰러웠습니다. 엄마의 분노가 시작될 때는 헤드폰을 켜고 음악 소리를 키우거나 잠시 자리를 피하라고 했습니다. 엄마의 감정은 엄마 것이니 B의 감정이 섞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부모라고 모두가 모성 본능을 타고나는 건 아닙니다. B가 지금까지 잘 견뎌준 것이 참 대견할 뿐! B가 엄마의 감정에 휘말려 정서적 폭력에 시달리지 않게 감정 분리를 잘하고 자신을 잘 지켜내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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