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은 누구에게나 아프다.
19세 남자 C에게 카톡상담이 들어왔습니다.
"제 마음속에 있는 힘든 이야기 다 말해도 될까요? 제 나이에 이별한 게 힘들다고 하는 건 좀 그렇겠죠?"라고 물었습니다. 저는 C에게 "이별은 누구에게나 아픈 거지요."라고 답했습니다.
폭력적인 아버지와 살던 C는 홀로 독립하여 직업학교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C에게 어느 날 웃는 모습이 예쁜 여자 친구가 생겼습니다.
여자 친구는 외로운 C에게 햇살 같은 아이였습니다.
나무젓가락을 뜯다가 제대로 나누어지지 않고 한쪽이 짧게 짝짝이가 되면 재수가 없다며 예쁘게 분리된 자신의 젓가락을 C 손에 얼른 쥐여주던 아이였습니다.
그런 여자 친구가 떠나버렸습니다.
사소한 일로 만났다 헤어졌다 했지만 붙잡으면 언제나 못 이기는 척 돌아왔는데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아주 단호하게 C의 연락을 차단하고 잠수를 타버렸습니다.
어떻게라도 연락을 해보려고 해 봐도 연락이 되지 않고, 잊으려고 이별에 대한 유튜브를 보고 있어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C는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녀를 기다리며 우울증 약을 먹으며 시간을 견디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 C가 얼마나 힘들면 그렇겠냐고 진심으로 위로하고 공감했습니다.
한참을 쭈뼛거리던 C가 제게 아직 하지 못한 말이 있는지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 말아 달라며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부모가 일찍 이혼한 여자 친구는 주말마다 C의 집으로 와서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함께 손잡고 쇼핑하기도 하고, 둘이 길을 걸으며 깔깔거리기도 했습니다.
방학이 되자 여자 친구는 자연스레 C 집에서 함께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함께 침대에 누워 영화를 보며 웃기도 하고 눈물을 훔치기도 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의 핸드폰에 다른 남자의 흔적이 보였습니다.
그 일로 서로 다투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반복해서 다른 남자들을 만나고 다녔습니다.
C가 화를 내자 그녀는 울면서 어릴 때 아빠가 바람을 피우는 것을 본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녀도 아빠처럼 바람을 피워도 되는 줄 알았다고 어이없는 변명을 했습니다.
C는 그녀의 뺨을 때렸습니다.
그토록 싫었던 아버지의 폭력을 자신이 하고 있다는 것에 깜짝 놀라 꿇어앉아 빌었으나 이미 일어나 버린 일이었습니다.
그녀도 다시는 다른 남자를 만나지 않겠다고 다짐했으나 또다시 다른 남자를 만나고 다녔습니다.
C가 받았을 배신감과 분노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어떤 경우라도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C는 이젠 사람을 믿지 못하겠다고 잘해주면 다 빼앗기고 버려질 것 같다고 하며 자신의 마음을 짓밟아 버린 그녀를 아직 잊지 못하는 자신이 머저리 같다고 했습니다.
함께 걸었던 길을 걷고 함께 타고 다니던 버스로 등교하고, 그녀와 누웠던 침대에 혼자 누워있는데 그녀가 없다는 것 외엔 모두가 그대로인 것이 견디기 힘들다고 합니다.
윤종신의 노랫말처럼 그녀도 자신만큼은 아니라도 조금은 C를 생각하며 아파하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어디서든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녀와의 추억을 잊지 못하는 C에게 억지로 잊으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습니다.
충분히 생각하고 난 후에 열심히 살아도 된다고 격려했습니다.
C가 마지막으로 솔직하게 대답해 달라면 물었습니다.
"이젠 그녀가 자신을 미워하며 영영 돌아오지 않겠지요?"라고 질문했습니다.
그녀가 돌아올지 말지 모르지만 돌아온다 해도 예전처럼 행복한 관계가 회복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녀의 감정은 그녀의 몫으로 그녀가 선택한 것이니 행복하기를 빌어주자고 했습니다.
그토록 사랑했던 그녀가 행복하지 않다는데 그녀를 붙잡아 두면 사랑이 아니라고 했더니 C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사랑은 나이와 상관없이 어느 때고 찾아옵니다.
이별 또한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아픕니다.
사람의 감정은 구름이 많아지면 비가 오듯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것이라 막을 수 없답니다.
충분히 아파하고 슬퍼야 떠나보낼 수 있습니다.
그가 이별을 극복하고 예쁜 추억을 간직한 채 잘 성장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