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마침표는 언제쯤 찍힐까

by 지안의 문장


마감이라는 말은 왜 그토록 무서운 건지. 별거 아닌 일에도 예민함을 곤두세우게 만든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등원하고 나서는 최대한 바로 앉아서 글에 집중해보려고 한다. 은수의 캐릭터를 모두 바꿔서 대사를 말하게 하겠다는 다짐을 지켜야 했다. 밤을 새워서라도 바꿔내야 한다. 그렇게 마음을 굳게 먹고 쓰다가도 밤에 다시 읽어보면 생각한 것만큼 잘 표현되지 않는다. 이제 단 3일. 마감까지 잠은 버렸다고 생각해야 한다.


마음을 먹으면 더 엇나가는 게 맞다.


“엄마 잠이 안 와요.”


이 한마디로 밤 11시까지 안 자고 버티는 아이를 보며 울컥거렸다. ‘이런데 무슨 글을 쓰라는 거지.’ 괜히 모든 상황을 탓하게 되는 서러움이 차올랐다. 눈물이 흐른다. 몸이 고단해서 집중도 잘 되지 않는 밤을 어떻게든 부여잡고 써 내려갔는데, 마감이 다가오고 있는 이 시점에서 아이의 잠 하나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게 힘겨웠다. 결국 남편을 부르는 내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여보가 좀 재워줘.”


아이는 엄마랑 자는 게 좋다며 울음 섞인 투정을 부린다. 그 소리를 들으며 거실에 앉아 고요함 속에 있다는 자기 최면을 걸고 무작정 노트북의 키보드를 두드렸다. 당선이 되든 안 되든 마침표는 찍어야 한다는 다짐을 지키려 아이의 힘든 마음을 외면한 채. 은수의 말을 바꾸는 밤을 지나는 것에만 모든 마음과 눈길을 주었다.


소위 말하는 극 중 빌런에게 당하기만 하는 은수는 사라졌다. 그가 회사에서 과장급이 되었으면 그에 마땅한 대응을 할 수 있을 거고, 그래야만 맞서 싸울 수 있는 인물이 되는 것이다. 기울어진 화장실에서 두 발을 내리찍고 앞으로 한 발자국씩 나아가려면, 악에 받친 마음 하나쯤은 방패로 가지고 있어야 되는 게 아닌가. 생존을 위해서는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진짜가 되는 것이니까.


하지만 이 ‘진짜’에도 판타지는 있어야 한다. 가장 좋아하는 서사는 판타지가 승리하는 서사다. 이야기 안에서라도 이겨내는 마침표를 찍어야 현실에서 ‘다음’으로 넘어가는 서사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그 판타지의 주인공을 만들어 내기 위해 나는 밤을 이겨냈다. 타닥타닥. 마침표를 찍어내지 못한 채 쉼 없이 이어지는 키보드 소리와 함께.


몇 시인지도 알 수 없을 만큼의 시간이 빠르게 흐르고, 이러다가는 다음날도 집중해서 수정할 수 없겠다는 생각에 잠자리로 들어갔다. 아이와 아빠가 사투를 벌인 듯 난장판인 이불 위에 아직 마침표를 찍어내지 못한 무거운 손과 함께 털썩 누워버린다.


“수정 다 했어?”

아침이 밝아오고 부스스한 얼굴로 안방에서 나온 남편이 물 한 잔을 들이키며 묻는다. 대답할 기운도 없어 고개만 끄덕거렸다. 남편이 던진 그 ‘상투적’이라는 말 때문에 지난밤을 어떻게 보냈는지 보라는 무언의 시위였다. 아마도 몰골이 말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끝나지 않았다는 게 정말 제일 큰 함정이다.


남편이 스크롤을 내린다. 심사위원의 평가를 기다리는 게 이런 기분일까. 아무런 표정이 없는 남편의 얼굴을 보면서 이번에는 어떤 말을 하려나 그저 걱정부터 앞섰다.


“훨씬 좋은데?”


그 한마디에 밤새 곤두섰던 예민함이 탁 하고 풀린다.


“이제 말이 좀 돼? 억지스럽지 않고?”

“어. 진짜 살아있는 사람 같아. 고생했네.”


말이 떨어지자마자 갑자기 못 견디게 졸음이 쏟아진다. 하지만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았다. 어렵고도 중요한 마침표를 찍는 일이다. 글을 쓰면서 두려운 것 중 하나는 ‘마침표’가 찍히는 그 순간이다. 고치면 고칠수록 더 나아질 것 같은 미련, 여기서 멈추면 영원히 실수로 남을 것 같은 불안. 욕심과 타협 사이에서 줄타기를 멈춰야 한다.


왜 글은 읽을수록 고칠 부분이 보이는 걸까. 은수의 말을 고치면 끝날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에 대응하는 빌런들의 수준도 같이 끌어올려야 한다.


‘정말 보낼 수 있는 거 맞나?’


학창 시절 짧은 단막극을 쓰는 작가의 입장이 되었을 때도 이런 상황이었다. 극이 시작되기 전까지 최선의 대사를 찾아 쓰는 것. 그게 할 일이었다.


마침표를 찍는 순간은 없다. 완벽이라는 건 어려운 일이니까. 아마도 남은 이틀 밤을 더 고군분투해야 이기는 판타지 서사에 마침표가 희미하게라도 찍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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