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별 보러 갈래?
“별 보러 갈래?”
퇴근 후 소박한 저녁밥을 먹으며 남편이 건넨 한마디는 뜬금없었다. “지금?” 놀란 내 말에 그는 밥그릇을 정리하며 말했다. “밥 다 먹었으니 바로 출발하자.” “어디로?” “황매산.” “얼마나 걸리는데?” “4시간쯤?” 장장 4시간을 근처 산책 가듯 덤덤히 말하는 남편이 의아했다. 그래도 “좋아.”라는 내 대답과 함께 별을 보러 가는 여행이 시작되었다.
황매산은 경남 합천에 있는 산으로, 맑은 밤하늘에 별이 선명하게 빛나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곳의 별은 도시의 불빛에 가려진 하늘과 달리, 마치 손에 닿을 듯 반짝인다고 했다.
우리는 서로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이 즉흥적인 여행을 영원히 기억할 거라며 웃었다. 남편은 우리가 결혼 후 처음 산 차로 특별한 추억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내가 예전에 “양양에 바다와 별을 함께 볼 수 있는 곳이 있대. 별이 쏟아질 것 같다는데. “라고 했던 말을 기억해, 별이 가장 아름답게 보인다는 황매산을 몰래 계획한 거였다.
4시간을 달려 도착한 산길은 깜깜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 산짐승이 튀어나올까,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질까 겁먹은 우리 둘은 쫄보처럼 긴장했다.
“이렇게까지 해서 별을 보러 가는 게 맞나?” 몇 시간 전의 낭만은 어디 가고, 추운 겨울 산길에서 덜덜 떨며 공포에 질린 남편을 보니 나도 웃음이 터졌다. 그러다 마지막 언덕에 다다랐다.
“드디어 도착했네. 뭐가 이렇게 대단하다는 거지?”
차에서 내리려는데, 남편이 먼저 내려 내 눈을 손으로 가리며 천천히 이끌었다. 심장이 두근거리며 가려진 눈이 하늘을 마주한 순간, 모든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끝없이 펼쳐진 밤하늘에 별들이 반짝였다. 눈가가 따뜻해지고, 가슴이 벅찼다. 그 순간만큼은 세상 모든 근심이 사라지고, 오직 빛나는 하늘만이 내 안에 가득했다.
아무 이유 없이 그저 보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별을 보러 가는 일은 참으로 쓸모없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도 이 쓸모없는 일의 기억이 마음을 가득 채운다. 자꾸만 쓸모없는 일을 하고 싶어질 땐 황매산의 별을 떠올린다.
“쓸모없는 일을 하는 건 어떤가?”
정말 쓸모 있는 건 내 마음에 쓸모없는 빛을 가득 채우는 게 아닐까 하는 물음을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