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말 걸. 할 수 있었는데.

조동사 have p.p

by 플럼

근사하고 멋지지는 않아도 망치지는 않았으면 하는 하루. wonderful, awesome 같은 단어들로 가득 찬 감탄문까지는 바라지도 않으니, not bad.로 덤덤하게 끝낼 수 있길 간절히 바라보는 하루. 그런 날이 있다.


새로운 학원의 면접을 보는 날이었다. 현재 학원의 운영 방식에 불만이 쌓일 대로 쌓여있던 터라, 오늘 면접을 정말 잘 봐서 새 출발을 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 차 있던 나였다. 간절한 마음은 몸을 움직이기 마련이다. 실수하고 싶지 않아 설득과 관련된 유명한 책도 읽고, 면접을 보면서 주의해야 할 행동강령도 몇 번이나 되새겼다.


1. 내가 잘되고 싶다가 아니라, 학원에 어떻게 보탬이 될 수 있는지를 설명할 것.

2. 현 상황의 불만만 늘어놓거나 남 탓만 하지 말 것.


그러나 1시간 30분 정도의 면접이 끝나고, 나는 절망스러운 기분을 느꼈다. 1번도 2번도 지키지 못하고 면접을 끝냈기 때문이다. 머릿속엔 should have p.p와 should have not p.p 문장들로 가득 차 있었다. 할걸. 하지 말 걸. 이러나저러나 후회하는 말들이다.


시작은 좋았다. 분명 학원에 내가 어떤 포지션으로 수업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했는데, 마지막의 나는 나의 성공과 발전을 위해 새로운 학원이 날 좀 봐줬으면 좋겠다는 구걸 아닌 구걸을 하고 있었고, 대화의 대부분 나의 입에서는 현재 학원에 대한 불만을 줄줄이 내보내고 있었다. 내 실력이 학원의 운영방식 때문에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는 남 탓. 설령 사실일지라도 해서는 안 되는 말이라는 것을 나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는데 입을 틀어막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엔, 이미 늦었다.


좋은 인연이 됐으면 좋겠다던 면접관은 결국 현재 나의 상태나 부족함이 학원을 옮기고 말고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말해주었다. 즉, 나에겐 관심이 없다는 말이었다.


남은 건 쓰린 후회 뿐이다.


should have not done.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should have done. 했었어야 했는데.

could have done. 할 수 있었는데.


무의식이 의식을 지배한다는 게 이런 걸까.

부정적인 감정, 억울함이라는 감정에 너무 오랜 시간을 보낸 걸까. 분명 알고 있었는데, 하지 말자고 다짐까지 해놓고 왜 그 자리에서 또 바보같은 짓을 하고 말았을까.


후회로 가득한 하루의 마무리가 너무 쓰고 아파서,

아닌 척했지만 결국 남 탓만 하고 있는 내 모습이 너무 어리석고 바보 같아서,

‘결국 모든 원인은 너야’라고 말하는 세상에 아무 반박도 할 수 없어서, 자꾸 눈물이 났다.


오늘의 경험이 부디 날 성장시켜 주기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현명한 내가 될 수 있기를,

인생의 마지막 페이지까지 should have p.p로 가득 찬 일기를 쓰지 않기를 바라본다.


*조동사 + have p.p

보통 조동사는 하나의 단어에 여러 의미를 갖고 있지만, have p.p가 붙으면 과거에 대한 하나의 의미로 고정된다.


might/may have p.p : ~이었을지도 모른다 (추측)

cannot have p.p : ~이었을 리가 없다(확신)

should have p.p : ~했었어야 했는데 (후회)

must have p.p : ~이었음이 틀림없다 (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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