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 24시간 전입니다.
"곧 떠난다."
바쁜 일정 때문에 3일째 밤을 새우다시피 하고 있는데도, 자꾸 웃음이 새어 나온다.
꽉 막힌 도로 위 차에 갇혀 답답함을 느끼다가도
이 풍경이 곧 끝도 없는 대자연으로 바뀐다는 생각을 하니 견딜 만 해진다.
마음이 한껏 부풀어 오른다.
정호승 시인의 에세이에서 이런 구절을 읽은 적이 있다.
삶이 힘겨워질 때면 우주 안의 좁쌀만 한 나를 생각해 보라고.
걱정이 많고 고민도 많고, 생각은 더 많아서
작은 일은 멋대로 부풀리고 일어나지 않은 일도 모두 긁어내 품고 사는 나에겐
이 모든 것들이 아무것도 아닐 수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대자연이 특효약이다.
그래, 자연이 나를 부르고 있다.
남다른 각오로 새해를 시작하며 매일이 화창하고 맑기만을 바랐지만,
틈나는 대로 찾아오는 비구름들에 나는 무방비상태로 맞고 서 있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도 씩씩한 척은 하며 밝게 웃은 날이 더 많았다.
누군가 날 보며 "저렇게 쫄딱 비를 맞고 있는데 왜 괜찮은 척 해? “
라고 물어보면 너무 창피해서 그 자리에서 펑하고 사라질 것만 같은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산 날도 있었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직시하는 날에는 나의 현재를 똑바로 보는 것이 무서워 간이 콩알만 해지기도 했다.
때가 된 것이다.
나는 자연의 부름에 기꺼이, 응하고 싶어졌다.
모든 것은 좁쌀만 해질 것이다
좁쌀만 해지면 버리기 쉬울 것이다.
고작 그런 일들로 이 먼 길을 따라 날 찾아왔냐고 놀려도 좋다.
마음껏 징징거리고 훌훌 털어내고,
비에 젖었다 말렸다 하느라 꼬질꼬질해진 마음을 벗고
예쁘게 다림질된 새 옷을 입고 돌아오겠노라.
이토록 비장한 여행이 있었나 싶어,
9박 10일간의 여행을 기록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