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일을 맡으면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손으로 매듭을 짓는 사람이었다.
중간에 도움을 받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사소한 보고서 작성도,
남들이 쉽게 부탁하는 잡무도,
자기 기준에 맞지 않으면 처음부터 다시 했다.
누군가의 손이 닿아 있으면
오히려 일이 번거로워진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나는 그런 그녀의 태도를 곁에서 오래 지켜봤다.
효율을 중시하는 사람이었다.
남이 한 일을 다시 들여다보느니,
처음부터 자기 방식으로 하는 편을 택했다.
그래서였을까.
내가 몇 번이고 “필요하면 말만 하라”고 했을 때,
그녀는 늘 같은 말로 답했다.
“여기까지도 고맙습니다.”
정중했지만,
그 너머는 허락하지 않는 선이 있었다.
그녀의 말투는 언제나 단단했고,
공기의 틈새 하나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날은 달랐다.
우연히, 그녀의 일이 막바지에 이르러
예기치 못한 차질이 생긴 걸 알게 되었다.
마감이 얼마 남지 않았고,
그 순간엔 나 외에는 손쓸 사람이 없었다.
몸이 먼저 움직였다.
그녀에게 묻지도 않고
서류를 정리하고, 몇 군데 연락을 돌렸다.
평소라면 한 번 더 망설였을 행동이었지만,
그 순간에는 계산이 없었다.
그저, 그녀의 일이 흔들리면 안 된다는 생각뿐이었다.
일이 마무리되고 나서야
정신이 돌아왔다.
내가 한 행동이
그녀의 방식과 얼마나 달랐는지 깨달았다.
불필요한 손길을 내민 건 아닐까.
도움보다는 간섭처럼 보이지는 않을까.
뒤늦은 후회가 밀려왔다.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이 부분은 제가 정리했습니다.
혹시 불편했다면 미안합니다.”
그녀는 잠시 나를 바라봤다.
눈빛은 단단했지만,
그 속엔 불쾌함도, 고마움도 없었다.
아무 말이 없다는 게
오히려 더 어색했다.
내가 던진 말은 공중에 떠 있다가
조용히 흩어졌다.
그녀는 서류를 챙겨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볍게 고개를 숙인 뒤,
아무 말 없이 사라졌다.
그날 밤,
집에 돌아와도 그 장면이 떠올랐다.
나는 원래 다른 사람 일에
깊이 관여하는 편이 아니었다.
도움을 청하면 한 발짝 물러서는 게 익숙했다.
그런데 그녀에게만은 그러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스스로 되묻다가 문득 자각했다.
나는 ‘그녀의 일’을 신경 쓴 게 아니라,
‘그녀’를 신경 쓰고 있었다.
그녀가 불편해할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손이 먼저 움직인 건
동정도, 의무감도 아니었다.
가까워지고 싶다는 마음.
그것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었다.
그리고 그 마음이
언제부터 내 안에 자리 잡았는지,
나는 끝내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