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태도는 어느 순간부터 달라졌다.
탕비실에서 물을 따르다가 내가 들어가면,
컵을 반쯤 채운 채로 자리를 비웠다.
점심 약속에 내가 합류하면,
다른 일정을 핑계로 조용히 사라졌다.
복도에서 마주칠 때면
짧게 고개를 숙이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나는 그 모든 장면을
그저 우연이라 믿으려 했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나면서
그것이 분명한 ‘피함’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새벽녘에 문득 눈이 떠졌다.
시계를 보면 네 시 무렵.
다시 눈을 감아도 쉽게 잠들지 못했다.
가슴속 어딘가에
보이지 않는 가시가 돋아 있는 것 같았다.
다음 날 아침, 출근 준비를 하며
셔츠 매무새를 고르고
머리에 왁스를 발랐다.
언제부턴가 출근 전 거울을
조금 더 오래 들여다보는 습관이 생겼다.
조금이라도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만 스며들었다.
하지만 하루 종일 그녀를 의식하며 보내는 일은
내 마음을 두 배로 지치게 했다.
퇴근길에 비친 내 얼굴은
피로와 울적함으로 가라앉아 있었다.
왜 이렇게까지 신경이 쓰이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다른 일에 집중해보려 해도
잠깐의 웃음이나 대화가 끝나면
다시 그녀의 반응으로 마음이 돌아갔다.
며칠 뒤, 거래처 직원이
사무실에 음료 한 상자를 두고 갔다.
나는 무심히 캔을 나누다
그녀 자리 앞에서 잠시 멈췄다.
“여기요.”
짧게 내민 손끝이
살짝 떨리는 걸 느꼈다.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커다란 눈이 정면으로 나를 스쳤다.
표정은 여전히 무심했지만
그 눈빛은 순간 머물렀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캔을 받아들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이후,
회의 자리에서 그녀의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었다.
자리 옆을 지나며
조용히 묻는 말들도 생겼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조심스러웠다.
그녀의 눈에 힘이 조금이라도 들어가면
내 말꼬리는 자연스레 낮아졌다.
“...이렇게 해도 될까요?”
“...혹시 불편하지 않으세요?”
말 한마디에도 눈치를 보는
내 모습이 낯설었다.
예전 같으면 아무렇지 않았을 말조차
그녀의 반응을 헤아리며
조심스레 고르게 됐다.
내 마음은 설명할 길이 없었다.
그냥, 그 앞에 서면
알 수 없는 힘에 눌린 듯
작아지는 나 자신만이 선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