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그녀를 피한다.
굳이 눈을 맞추지 않으려 애쓰고,
같은 공간에 머물지 않으려
사소한 동선을 바꾸기도 한다.
사무실에서는 다른 동료들과 무난하게 어울리며
일에 몰두하는 척을 한다.
그게 그녀에게 덜 미움받을 수 있는 길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면서.
하지만 어느 날,
그녀가 단정한 블랙 투피스를 입고 들어서는 순간,
마음이 먼저 반응했다.
예쁘다.
그렇게 생각한 뒤에도 곧 시선을 거두었다.
책상 앞에 앉은 뒷모습조차 오래 바라보지 않았다.
흘끗 스치는 것만으로도
무언가 들켜버릴까 두려웠다.
그녀 주변에서 누군가와 대화할 때면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낮아졌다.
마치 내 존재가
그녀를 괴롭히는 소음이라도 되는 듯.
커피를 타러 갈 때조차,
그녀가 자리에 없는 시간만 골라 움직였다.
모든 행동에 경계선이 생겼다.
나는 그렇게 거리를 두는 것이 옳다고 믿었다.
혹시라도 내가 그녀를 불편하게 해서
그녀가 일을 그만두게 된다면,
그 상상만으로 숨이 막혔다.
그 순간, 울 것 같은 기분이 불현듯 몰려왔다.
금요일 저녁.
버스 창가 자리에 앉아 집으로 가는 길.
창밖은 젖어 있었다.
가로등 불빛이 물기를 머금은 차창을 따라
길게 미끄러졌다가,
버스가 흔들릴 때마다 일그러지며 흘러내렸다.
도시의 불빛들이 물속에서 흔들리는 것처럼
겹겹이 번졌다.
나는 이어폰을 꽂았지만
어떤 노래가 흘러나오는지 들리지 않았다.
멜로디와 가사보다
마음속 웅웅거리는 소리가 더 크게 울렸다.
그건 한숨인지, 고백인지 알 수 없는 소리였다.
창에 비친 내 얼굴은
두 배쯤 피곤해 보였다.
이마에 손을 얹었지만
열은 없었다.
묘하게 뜨거운 온기만이 남아 있었다.
그 사이 차창 밖의 불빛들이
내 얼굴 위로 번져 들어왔다.
또 다른 그림자를 만들었다.
마치 나 자신이
그 흔들리는 불빛의 일부라도 된 듯했다.
나는 스스로에게 속삭였다.
“업무가 많아서 그렇지.
단지, 피곤해서 그런 거야.”
억지스러운 변명은 금세 공기 속으로 흩어졌다.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녀를 피하며 하루를 버티는 동안에도
내 마음은 계속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는 걸.
등을 돌려도 시선은 그쪽으로 기울었고,
의도적으로 외면해도 마음은 미세하게 따라갔다.
버스는 긴 정류장 앞에서 멈췄다.
문이 열리며 습기 섞인 바람이 밀려 들어왔다.
차창 위로 빗물이 굵게 흔들렸다.
나는 손에 힘을 주었다가 풀었다.
울컥하는 마음을 어찌할 수 없어
휴대폰 화면을 켰다 껐다 반복했다.
그러나 어두운 화면 속에서도
내 표정이 희미하게 비쳤다.
그 표정은, 울고 싶은 사람의 얼굴이었다.
그렇게,
먹먹한 금요일 저녁이 저물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