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의 온도

by 맑을담

사무실은 언제보다 조용했다.


그녀가 연차를 낸 날,

빈 의자와 책상 위의 작은 흔적들만이

그녀의 부재를 알려주었다.


출근길, 마음 한켠이 덜컥했지만

막상 자리에 앉으니 의외로 평온했다.

마치 그녀가 잠시 사라진 사이,

사무실 전체가 숨을 고르는 듯했다.


그녀의 책상 쪽으로 시선이 갔다.

컵 하나, 정리된 서류,

어제 남긴 메모 한 장.

홀깃 바라보았지만 마음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그럼에도 눈에 들어오는 사소한 것들 —

연필로 그어진 얇은 선,

포스트잇 모서리의 구겨짐,

손때 묻은 컵 —

그 하나하나가 바람에 흔들리는 잎사귀처럼

내 안에서 잔잔하게 움직였다.


커피 머신에서 뜨거운 물이 흐르고,

키보드 소리와 발걸음의 잔향이

공기 속에 느리게 번졌다.


모든 것이 평범했지만,

오늘만큼은 그 평범함이

그녀의 온기를 대신해주는 듯했다.


햇살이 책상 위로 스며들어 컵을 비추고,

바람에 흔들린 나뭇잎의 그림자가

바닥 위로 유유히 흘렀다.

시간은 느리게 흘렀고,

공기는 묘하게 투명했다.




점심시간, 동료들과 식당으로 향하던 길에

그녀의 이야기가 나왔다.


“외부 행사에서 봤는데,

인사했더니 ‘낯을 가려서 친해지는 데 오래 걸린다’고 하더라.”

민망했다는 말에, 모두 웃었다.


나는 조용히 웃는 척했다.

그리고 문득,

그녀가 나를 의식적으로 피하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어깨가 스치던 짧은 거리,

살짝 굳은 표정,

눈빛의 작은 흔들림.


그제야 이해됐다.

그녀가 사람들과 거리를 두는 건

냉정함이 아니라, 자신을 지키는 방식이었다는 걸.

공적과 사적의 경계를 분명히 하며

스스로를 단단히 세우는 태도.


그것이 오랜 시간

그녀가 이곳에서 버틸 수 있었던 이유였다.




사무실로 돌아와 서류를 정리했다.

그녀가 남긴 흔적들이

불현듯 눈에 들어왔다.


메모의 기울기, 컵의 자리,

연필 자국 하나.

그것들은 바람에 날리는 종잇조각처럼

내 마음속을 스쳐갔다.


사라지지 않을 느낌.

단단하지만 연약한 흔적.


창밖을 바라보았다.

햇살은 책상 위를 비추고,

나뭇잎 그림자가 바닥 위로 길게 흘렀다.


사무실과 바깥 풍경이 맞닿은 그 경계에서

나는 평화와 긴장이 동시에 스미는 것을 느꼈다.


그녀가 없는 이틀 동안,

나는 예상보다 담담했지만

더 깊은 감각으로

우리 사이의 미묘한 거리를 살폈다.


내일이면 그녀가 돌아올 것이다.

반쯤 내려놓은 마음 한켠에

기대와 두려움이 뒤섞였다.


하지만 오늘,

그녀의 흔적과 빛, 소리, 그림자 속에서

나는 우리가 만들어가던

섬세한 균형을 이해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 평화와 긴장은 내 마음속 깊이 스며들어

사라지지 않을 그림자로 남았다.

작가의 이전글불빛의 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