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빛 아래에서

by 맑을담


행사장 안은 낮과 밤의 경계처럼 묘한 공기로 가득 차 있었다.
천장에 매달린 조명들이 한 점 한 점 켜지며 벽면을 밝히고, 스크린에는 행사 슬로건이 천천히 떠올랐다.
멀리서 울리는 스피커 테스트음과 마이크의 잔향이 공간을 둥글게 울렸다.
낯익은 사무실의 복도와는 전혀 다른, 조금은 낯설고 느리게 움직이는 세계였다.

그녀가 부서를 옮긴 뒤 처음으로 같은 공간에 서 있었다.
멀찍이 떨어진 자리, 다른 팀 사람들과 나란히 앉아 있는 그녀.
조명이 그녀의 어깨선에 고요하게 겹쳐지고, 주변 사람들의 웅성임 사이로 그녀의 웃음소리가 짧게 흘렀다.
그 거리와 소리는 분명 눈앞에 있는데, 이상하게도 손에 닿지 않는 안개 속처럼 아득했다.

나는 구석 자리에 앉아 행사장을 천천히 둘러봤다.
사람들은 서로의 어깨를 치며 인사를 나누고, 잔잔한 재즈 음악이 가볍게 흘러나왔다.
모두가 편안해 보였지만, 나만 혼자 시간의 속도가 조금 느려진 듯한 느낌이었다.
발표가 시작되고 조명이 한 번 꺼졌다 켜질 때마다, 나의 시선은 어김없이 그녀 쪽으로 흘러갔다.
의도한 건 아니었다.
그냥 어둠이 잠깐 스치고 불빛이 돌아오면, 그곳에 그녀가 있었다.

행사가 끝난 뒤, 홀 전체가 조용한 소란으로 가득 찼다.
잔이 부딪히는 소리, 작은 웃음, 누군가의 인사말이 공기 사이를 천천히 흘러다녔다.
나는 동료들과 함께 한쪽에 서서 음료를 들고 있었지만, 마음의 반은 여전히 어디 먼 지점에 걸려 있었다.
그녀가 있는 방향을 보지 않으려 애썼지만, 시선은 어김없이 그쪽으로 돌아갔다.

그 순간 —
사람들이 흩어지는 틈 사이로, 그녀가 내 쪽으로 걸어왔다.
그녀도 나를 보았는지, 발걸음이 아주 잠시 멈췄다.
조명이 살짝 어두워졌다가 다시 켜지면서, 그녀의 실루엣이 불빛 속에 선명하게 드러났다.
그 순간, 주변의 소음이 멀리 밀려난 것처럼 느껴졌다.
사람들은 여전히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내 귀에는 그녀의 발소리만 또렷하게 들렸다.

“행사 분위기… 좋네요.”
그녀가 먼저 말을 건넸다.
짧은 한마디였지만, 그 목소리가 행사장의 공기 속을 천천히 가로질러 내 앞에 도착하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린 것 같았다.

“그러게요.”
내가 대답하자,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그 정적은 어색하지도, 편하지도 않았다.
그저 둘 사이에 얇게 펼쳐진 공기막 위에서, 몇 달 동안 조용히 쌓여온 감정들이 살짝 흔들리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자신의 팀 방향으로 걸어갔다.
멀어져가는 뒷모습이 조명 아래에서 천천히 흐릿해졌고, 사람들의 웅성임이 다시 귀에 차오르기 시작했다.
방금 전의 순간이 꿈처럼 느껴졌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행사장의 불빛과 그녀의 짧은 한마디가 머릿속에서 계속 반복됐다.
눈을 감으면, 사람들이 비켜주고 그녀가 내 앞에 멈춰 선 그 장면이 조용히 되살아났다.
말도, 특별한 행동도 없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마치 시간이 잠시 멈춘 것처럼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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