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의 거리

by 맑을담

그날 퇴근길,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직전 그녀가 뛰어들어왔다.

“아, 죄송해요.”

그녀의 머리칼에 아직 오후의 햇빛이 묻어 있었다.


“오늘은 커피 향이 늦었네요.”

“네, 오늘은 회의가 길었어요. 대신… 메일로 향기 보냈어요.”

“메일이요?”

“읽으면 알 거예요.”


엘리베이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층수가 느리게 내려갔다.

그녀는 손에 든 노트를 매만지며, 천천히 숨을 고르고 있었다.

안쪽 벽에는 누군가의 그림자가 겹쳐 있었다.

우린 같은 방향을 보고 서 있었다.


“비는 그쳤네요.”

“네. 내일은 맑을 것 같아요.”

“맑으면… 같이 커피 마시죠.”

“두 시 반에요?”

“그 시간밖에 생각이 안 나네요.”


그녀가 작게 웃었다.

엘리베이터 안 공기가 조금 따뜻해졌다.

나는 버튼 위에 뜬 숫자들을 바라보다가, 문득 입을 열었다.


“이 엘리베이터가 조금만 더 천천히 내려가면 좋겠어요.”

“그럼 늦어요.”

“괜찮아요. 오늘은 늦어도 될 것 같아요.”


잠깐의 정적.

기계음이 멈추고, 문이 열렸다.

로비의 공기가 쏟아져 들어왔다.

그녀는 한 발 먼저 나갔다가, 문턱에서 멈췄다.


“메일, 꼭 읽어보세요.”

“네.”


그녀가 돌아서서 걸어갔다.

그 뒷모습이 낯설 만큼 익숙했다.

유리문이 닫히는 순간,

내 시야엔 그녀의 손끝이 남아 있었다.


사무실 불을 다 끄고 나서야 메일을 열었다.

제목은 ‘오늘의 향기’.

짧은 문장이 하나 적혀 있었다.



“같은 시간, 같은 자리. 내 마음도 그곳에 있었어요.”



그 문장을 읽는 동안,

엘리베이터 안에서 들리던 그녀의 숨소리가 다시 귓가에 맴돌았다.

낮은 층수로 내려가던 시간,

그게 어쩌면 우리가 서로에게 내려앉는 속도였는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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