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의 자리

by 맑을담

그녀가 다시 돌아온 건, 생각보다 빨랐다.

새 프로젝트가 끝나자마자, 팀 채팅방에 짧은 인사 하나가 올라왔다.



“다시 같은 자리로 돌아갑니다.”



그 문장을 보는 순간, 심장이 아주 천천히 뛰었다.

익숙한 말인데, 이상하게 처음 듣는 인사 같았다.


그녀의 책상은 예전 그 자리였다.

커피 자국이 남아 있던 자리, 포스트잇이 붙어 있던 자리,

그리고 내가 하루에도 몇 번씩 시선을 두던 자리.


그녀가 들어왔다.

잠시 주변을 둘러보다가, 조용히 앉았다.

서류를 정리하던 손이 잠시 멈췄다.

“자리… 많이 바뀌었네요.”

“그래도 커피 자국은 그대로예요.”

그녀가 웃었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사무실로 빛이 스며들었다.

그녀가 일어섰다.

“커피, 한 잔 괜찮으세요?”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따라갔다.

그녀는 예전처럼 두 잔을 주문했다.


창가 쪽 자리에 앉자, 바깥엔 봄비가 내리고 있었다.

“오늘은 향기가 먼저네요.”

“이젠 기다리지 않아도 되잖아요.”


그녀가 컵을 내밀었다.

뚜껑 위에는 스마일 스티커 대신

작은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같은 시간, 같은 자리. 이제는 같은 마음.”



그녀가 나를 바라봤다.

그 눈빛에 말이 담겨 있었다.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마음,

멀리 돌지 않아도 닿을 수 있는 온도.


우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같은 방향을 바라봤다.

유리창에 맺힌 빗방울이 한 줄로 흘러내렸다.

그 선이 마치 우리 둘을 잇는 듯했다.


그녀가 조용히 말했다.

“이 자리, 오래 비워두고 싶지 않았어요.”

“나도요.”


그 말이 끝나자, 비가 멈췄다.

햇살이 스며들었다.

그녀의 머리카락이 금빛으로 빛났다.


그리고 그날 이후,

매일 같은 자리, 같은 시간에

두 잔의 커피 향이 퍼졌다.


우린 여전히 같은 자리, 같은 시간에 있었다.

다만 이번엔,

같은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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