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지안 Sep 15. 2023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혼하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드디어 마지막 목차 내용을 쓰고 있다. 아직 결혼 5년 차인 유부녀가 인생에 대해서 알면 뭘 얼마나 알겠는가. 하지만 요즘 시대 치고는 일찍 결혼한 편이라 또래에 비해 새로운 세상에 빨리 들어온 것은 맞다. 더 이상 우리 사회도 결혼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만 26살에 한 나의 이른 결혼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내가 결혼할 때 친구들은 다들 이렇게 말했다. “왜 이렇게 빨리 결혼해?” 그런데 지금 그 친구들은 평생의 짝을 찾기 위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인생은 엎치락뒤치락이다. 그때의 나는 본의 아니게 해명을 해야 했는데, 지금은 조언을 해주는 입장이 됐다.


우리는 혈기왕성한 나이에 만나서 불타는 연애를 하고 결혼에 골인했다. 힘이 남아 돌아서 피 터지는 신혼기간을 보냈으며 한치의 물러섬도 없는 전쟁을 치렀다. 지금까지 장황하게 써내려 온 우리의 결혼생활에는 자랑할만한 것보다 고개를 들지 못할 만큼 부끄럽고 후회되는 일들이 더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혼하지 않았다.


지나고 보면 모든 시간이 다 의미 있었다. 그 시간 속에서 우리는 진짜 부부로 거듭났다. 연애할 때만 해도 영화 같은 결혼생활을 상상했다. 그 영화의 장르가 스릴러일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말이다. 더 이상 내가 꿈꾸는 결혼의 모습은 없다. 하지만 이제 남편과 미래를 같이 그리며 추억을 쌓아가고 있다. 


영화 “어바웃타임”에는 다음과 같은 명대사가 숨어있다. “인생은 누구나 비슷한 길을 걸어간다. 결국 늙어서 지난날을 추억하는 것일 뿐이다. 무엇보다 결혼은 따뜻한 사람과 하거라.” 나는 다행히도 마음 따뜻한 사람과 그 길을 걷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의 사랑이 영원할 것이라 단언할 수는 없다. 어디까지나 “아직은” 이혼하지 않은 상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정말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이 남자와 살고 있을지, 다른 남자와 살고 있을지 그것도 아니면 혼자 살고 있을지 장담은 못하겠다. 확실하지 않을 때는 말을 아끼는 게 좋다.


10대의 나와 20대의 내가 다르듯, 30대의 나는 또 다를 것이고 40대의 나는 또 다른 모습일 것이다. 나는 계속해서 변할 것이다. 외적으로든 내적으로든. 남편과 아이 그리고 양가 가족도 주변 상황도 끊임없이 달라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나에게는 그 변화에 적응할 용기와 의지가 있다. 그거면 충분하다.

이전 22화 이혼하는 과정인 줄 알았더니, 철이 드는 과정이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