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가 없어도 기도할 수 있다면,

먹고 사랑하고 기도하라!

by 지안느


아침에 눈을 뜨면 나는 잠시 눈을 감는다. 아주 짧은 시간 동안 감사한 일들을 하나씩 떠올린다. 이렇게 추운 겨울날에도 따뜻한 이불 속에서 눈을 뜰 수 있다는 것, 오늘 하루도 이재와 함께 보낼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하루를 시작하기에 충분하다고 느낀다. 그리고 아주 짧은 기도를 한다. 나와 내 가족의 평안, 사랑하는 친구들의 무탈한 하루, 아직 오지 않은 우리의 미래에 대해.


나이가 들수록 기도가 중요해진다고 느낀다. 점점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들이 점점 많아지기 때문인 걸까. 예전의 나는 기도를 좋아하지 않았다. 기도는 어딘가 기복처럼 느껴졌고, 보이지 않는 존재에게 원하는 것을 달라고 조르는 행위처럼 보였다. '이 사람도 비가 오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저 사람도 같은 기도를 한다면, 그렇다면 비는 도대체 어디서 내려야 할까' 이런 말도 안되는 생각도 진지하게 하는 나였다. 기도가 없는 삶에는 자연스럽게 노력과 계획, 애씀, 통제가 자리 잡게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노력해도 바뀌지 않는 일들이 하나둘 늘어났다. 계획을 세워도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날들이 반복되었다. 논리적으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일들, 만약 신이 있다면 도대체 이런 일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싶은 일들 말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자주 멈춰 서게 되었다. 내가 해결할 수 있었더라면 진작에 해결했겠지만, 해결할 엄두도 나지 않는 일들과 절망하는 마음 그 사이 어딘가에서, 나는 언제나 기도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기도의 사전적 의미가 ‘마음의 방향을 모으는 것’이라는 말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나는 그 문장이 마음에 들 수밖에 없었다. 기도는 무언가를 내 마음대로 바꾸기 위한 시도가 아니라, 자연의 순리 안에서 내 마음을 어디에 둘지 정하고 그곳에 마음을 보내는 일이라는 생각이 그때 처음 들었다. 이미 흘러가고 있는 시간과 사건들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을 때 내 마음이 어디에 머물지 정하고, 그 상태를 이미 실현된 현재의 상태로 느끼는 것. 그게 내가 하는 기도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내가 하는 기도는 상황을 바꾸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결과를 앞당기려 애쓰지도 않는다. 다만 내 일상과 마음이 불안이나 절망 같은 곳에 흩어지지 않도록, 내가 있어야 할 자리에 마음을 붙잡아 두는 일일 뿐이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 기도는 더 이상 낯설거나 부담스러운 행위가 아니게 되었다.


인생에는 기도밖에 할 수 없는 상황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무엇을 더 해보겠다고 나설수록 오히려 더 어긋나고, 말 한마디 건네는 것조차 조심스러워지는 순간들이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얼마 안 된 어느 날, 누군가가 엄마를 위해 밤 늦게 문 닫힌 절에 찾아가서 기도해 주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깊은 위로를 받았다. 나마저도 나를 위해 기도하고 있지 않을 때 누군가가 나를 향해 마음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그 시간을 견딜 수 있었다.


이렇듯 기도는 나 자신을 위한 것보다, 다른 존재를 위한 것일 때 더 또렷해진다. 나를 위한 기도는 쉽게 욕심이 되지만, 타인을 위한 기도는 더욱 깊어지고 고요해진다. 그저 그 사람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덜 아프기를 , 오늘 하루를 무사히 넘기기를 바라는 마음만 남는다. 매일 만나지 않아도, 자주 연락하지 않아도, 선물을 주고받지 않아도, 기도하는 마음만으로도 누군가의 곁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나는 믿는다. '내가 너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말하지 않아도, 그 마음은 흘러 흘러 넘쳐 그에게 닿을 것이라 믿는다.


가끔은 이런 생각도 한다. 나 역시 누군가의 기도로 여기까지 온 건 아닐까 하고. 내가 나를 위한 기도를 그렇게 하지 않았는데도 이렇게나 감사한 삶을 살 수 있는 것은 누군가의 기도가 아니라면 설명할 수 없다. 힘든 시간을 무사히 지나온 것, 무너질 것 같은 하루를 버텨낼 수 있었던 날들 뒤에는 언제나 누군가의 기도와 응원이 든든히 버티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기도를 한다. 나와 연을 맺은 사람들, 이미 멀어졌지만 한때 같은 시간을 공유했던 사람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까지. 조용히 그들의 행복을 바라본다. 그들의 행복은 내가 해줄 수 없으니, 그 어떤 존재의 도움을 구해본다. 아마 나는 오늘도, 내일도, 아마 그다음 날도 어떤 방식으로든 기도를 할 것이다. 그것이 내가 이 세계 안에서 마음을 정하는 가장 확실하고 조용한 방식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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