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안기행 Jan 15. 2019

내면의 고뇌를 풀어낸 미학, 윤형근전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지안기행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뒤샹의 전시회를 보고, 윤형근 전을 보기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서양화가인 뒤샹이 현상에서 아름다움을 찾아 나갔다면, 동양화가 윤형근은 내면을 바라보면서 아름다움을 표현한 화가였다. 뒤샹이 X-레이를 찍어 병을 찾는 양의에 가까웠다면, 윤형근은 맥을 짚는 한의를 보는 듯 했다 .


한국 근현대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지난하고 고단했을 삶. 세번의 복역과 한번의 죽을 고비를 넘긴 화가는, 아름다움이란, 가장 슬픈 순간과 맞닿아있다고 이야기한다. 죽음의 고비 앞에 서본 자만이  비로소, 아름다움을 알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의 작품은 잔소리를 싹 뺀, 외마디 소리였다. 마포나 면포에 검은 선을 죽 내려그은 그림. 그가 말하고자 했던 아름다움은 간결했지만, 그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그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은 예쁜 표면이 아니었다. "진리에 사는 것, 진리위에 생명을 거는 것. 그게 인간이 가장 아름다운거예요. 진실위에 사는 사람은 착하게 되어있고, 내면세계가 아름답지. 화가의 사생활이 어찌 돼도 좋다 이렇게 볼지 몰라도, 난 인간이 바로 서야한다고 생각해. 작품이란 그의 분신이니까 그대로 반영되는 거예요.  한두장은 거짓말해서 만들어낼수 있어도 쭉 계속하다보면 그사람의 품위가 나타나지. 가장 높은 품격을 가진 것이 좋은 작품이 아닌가 생각해요. 99.9999는 노력해서 나올 수가 있는데, 그 0.00001 그 한 점이 안돼. 나는 거기에 미치지도 못했어." .


그의 예술 작품과 방 안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화가라기 보단 구도자에 더 가깝게 느껴졌다. 어쩌면 저것이 한국인들 기저에 깔려있는 미의 정서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답답함을 담아내는 그림 속에는 한이 서려 있었고, 그 와중에도 한줄기의 빛을 갈망하고 있었다. 도달할 수 없음을 알면서도, 도달하고자 하는 끊임없는 그 노력이 애틋하고 안타까웠다.


현상 속에서 아름다움을 끄집어내 이야기하는 뒤샹. 내적인 먹먹함속에서, 비춰오는 한줄기 빛을 갈구했던 윤형근. 이들은 서로 반대편 선상에서 바라보며, 아름다움을 찾아 다가오고 있었다. 두개의 다른 전시는, 다른 출발점에 서서 하나의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멋진 구성이었다. 과연 오늘날 우리가 추구해야 할 미학은 무엇인가 고민되는 밤이었다.



#아름다움이란무엇인가

#미알못의미술관투어

매거진의 이전글 종각의 결을 담은 센트로폴리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