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9
무디스는 왜 하필 이 시점에
미국의 신용등급을 깎았을까?
피치가 작년에 신용등급을 내렸을 때는 가만히 있다가,
왜 지금에서야 뒷북처럼 움직인 걸까?
내 질문을 눈치챈 오씨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피치는 수치를 봤고, 무디스는 구조를 본 거지.”
수치와 구조?
그건 또 무슨 말인가.
그는 말을 이어갔다.
“피치는 기계처럼 움직여.
적자율, 부채비율, 이자비용.
숫자가 기준을 넘으면 깎는 거야.
‘결과’에 반응하는 평가지지.
반면 무디스는 방향에 반응해.
감세가 정치적 기조가 되고,
이자 부담이 고착되고
그들은 그걸 ‘신뢰의 균열’로 본 거야.”
오씨가 감세를 언급하자
그제야 떠오르는 게 있었다.
《One Big Beautiful Bill Act》.
감세안은 하원 예산위원회에서 논의되던 중이었다.
트럼프 행정부 2기의 핵심 입법.
2017년 감세의 영구화,
팁·초과근무 수당 면세,
신생아 $1,000 지급,
국방과 국경 예산 확대까지.
“세금을 줄이면서도 지출은 늘리는 법안”이었다.
이 ‘크고 아름다운 법안’으로 인해
미국은 향후 10년간 $3~5조 달러의 적자가 예상됐고,
지출의 재원은 대부분 국채 발행으로 메워질 예정이었다. 아, 이거였구나.
이 감세안이 본회의에 상정되고 구체화되기 전,
무디스는 정치권에 선제적 경고를 보낸 것이었다.
“아직 통과되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되돌릴 수 있다.”
그것이 마지막 사인이었다.
그런데 이 경고는 무색하게
법안은 5월 18일 하원 예산위원회를 통과했고,
이제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있다.
어떻게 될까?
경고는 계속 무시되고,
감세안은 통과될까?
그렇다면 시장은 이를 어떻게 해석할까?
신기하게도, 신용등급 인하에도 시장은 침착했다.
개인들은 더 추격매수를 했다고 했다.
그래서 더 불안했다.
이 감세안이 완전히 통과되면
시장은 정말 환호할까?
아니면 리즈 트러스가 감세안을 내놓았던
그때의 영국처럼, 국채시장이 먼저 뒤집힐까?
그를 바라봤다.
“아직 시장은,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를 거야.”
그는 조용히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하지만 이런 고요는
그냥 고요가 아니라는 걸.”
⸻
정치는 감세를 택했고,
무디스는 경고했고,
시장은 지금, 조용히 준비 중이다.
시장이 움직이기 전에,
나는 먼저 깨어 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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