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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지안 Mar 09. 2023

결혼을 공부하라

한근태 작가님 책을 읽고


좋은 부모 역할은 좋은 결혼생활에서 비롯된다. 좋은 결혼이 성립되려면 우리는 배워야 한다. 학교 현장에서 15년 가까이 일하면서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 아이를 보면 신기하게도 부모가 그대로 투영되어 나타난다. 통화를 해보면 목소리, 말하는 것까지도 같다. 그러다 상담주간이 되어 학부모님을 뵙게 되면 그 분위기의 일치에 ‘역시’ 하면서 부모 역할의 막중함을 또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그래서 부모역할은 어려서부터 교과목으로 배워야 한다고 틈만 나면 말하고 다녔다. 남자와 여자의 다름, 성장 모습, 그리고 데이트, 연애, 결혼, 가정을 이루는 모습, 부모 되기, 자녀교육하기, 자녀 독립 후 잘 늙어가기 등 이런 것들이 순차적으로 나타나 있는 교과를 공부로 배워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것은 어려서부터 배워야 한다. 반복학습과 역할놀이 등을 통해 상대방 또는 다른 성을 이해하는 훈련이 쌓여야 한다. 



한근태 작가님의 결혼을 공부하라를 보며 또 연신 고개를 끄덕거렸다.독서를 할 때는 의문을 가지고 읽으며 질문의 힘을 키우라고 하셨는데 또 열나게 공감하며 읽어버렸다. 


 


다르게 살아온 두 사람이 만나 함께 하나의 가정을 일구어 가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우리는 이런 중요한 일을 자연의 흐름에 내맡겨둔 채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그냥 때가 되면 결혼하고 결혼하면 부모가 된 줄 알았다.  


 


첫아이를 낳고 온전히 나에게 기대어 살아 숨 쉬는 생명체를 보자 부모의 책임감이 더 선명하게 다가왔다. 근데 실상 아는 것이 없었다. 태교한다고 두꺼운 육아 책을 보았어도 아직 내 것이 안 되어 있었다. 참으로 막막했다. 


 


난 애정표현이 별로 없는 엄마 밑에서 자랐다. 항상 쓸쓸함이 날 따라다녔다. 대학 1학년 때부터 남편이 줄곧 내 가까이 있었다. 처음엔 마뜩잖게 생각했다. 4학년이 될 때까지 내 주변에서 뭉개적 거리면서 내가 별 싫은 티를 다 부려도 허허 웃으면서 너그럽게 대해줬다. 그 관대함에 끌려서 결국 결혼했다. 그 사람의 너그러움이 나에게 많은 마음의 여유를 줬다. 


 


우리 아이들은 사춘기의 요란함이 없이 잘 커 줬는데, 남편이 특별하게 날 힘들게 하지 않으니 나의 에너지와 사랑을 다 아이들에게 쏟아부을 수 있던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육아 과정에서 엄마가 날 키운 방식으로 자녀를 대하고 싶지 않았다.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지 못한 엄마는 그 불만을 우리에게 은근히 표현했다. 의도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양육방식은 삼대를 간다고 했다. 엄마가 했던 방식이 은연중에 나올까 봐 엄마를 닮지 않기 위해 신경을 썼다. 어쩌다 긴급한 일로 아이를 잠시 맡기고 어디 가야 할 경우엔 총알같이 돌아와서 아이를 데려갔다. 엄마는 그런 나에게 어째서 하룻밤도 떼어 놓지 않고 그렇게 데려가냐고 서운해하셨다. 내 속내를 말할 순 없었다. 


 


대학 다닐 때 조교였던 선배가 나보다 늦게 결혼하여 자녀들이 우리 아이들보다 한참 어렸다. 하루는 나를 만나 육아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이런저런 얘기 나누다가 엄마의 양육방식을 인정하지 않아서 아이들을 잠시라도 엄마 곁에 두지 않았다고 했더니 선배 언니가 이렇게 말했다. 


 


“ 너 자신을 봐봐, 너 이렇게 잘 컸잖아, 근데 왜 엄마를 그렇게 심판하려고 해?”


 


그날 밤 잠을 설쳤다. 엄마가 갑자기 여자로 보이면서 연민이 올라왔다. 독한 결혼생활을 우리 엄마나 되니까 인내하고 견뎌내며 우리 오 남매를 키우신 것이다. 


 


세상 여자들의 인기를 다 받고 사는 아빠 덕분에 엄마는 아빠의 호적만을 겨우 쥐고 살았다. 


미치지 않고 우리를 굳건히 지켜주신 것만도 감사한 일이었다. 그런데 나는 쓸쓸했던 어린 시절을 부여잡고 엄마를 밀어내고만 있었다. 


 


엄마는 자식을 겉으로 예뻐하면 버릇이 나빠진다는 외할머니의 말씀을 들은 것이라고 하셨다. 나는 엄마와 반대로 맘껏 표현하려고 했다. 그럼 나의 양육방식은 옳은 것일까? 이제 이 나이가 되고 보니 자식들을 더 강하게 키웠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있다. 정답은 없다. 하지만 누군가가 말한 것처럼 인생에도 해설서 같은 안내서가 있다면, 혹은 배울 수 있는 과정이 우리에게 주어진다면 모름에서 오는 시행착오는 안 겪을 것이다. 





엄마는 자신의 결혼에서 오는 나름의 혜안으로 남자는 절대 얼굴 보고 끌려서 선택하면 안 된다면서 남편의 눈동자도 안 보이는 작은 눈을 보고 아주 좋아하셨다. 



그러나 그 좋아하는 맏사위가 사업을 봉사로 알고 들어엎기를 해서 경제적인 실망을 줬다. 그것도 우리 둘이 합심을 해서 잘 살았더라면 그런 일이 안 일어났을 거라는 생각을 이제는 한다. 남편의 능력이 자라기를 기다리지 못한 내가 공부한다고 교대에 가서 정신없이 살던 시절, 그리고 내가 직장 생활 초보로 바깥 일에 더 몰입할 때 일어난 일이기에 그 만의 잘못은 아닌 것이다. 우리 둘, 공동체라는 결혼생활에 대해 더 잘 공부하고, 더 주의했더라면 안 일어났을 일이다. 결혼과 동시에 부부는 운명공동체가 된다. 함께하는 자세가 부족했다.


 


그 일을 겪으며 남편에 대한 실망감을 오랫동안 안고 살았다. 이제 그도 늙고, 나도 나이가 드니 측은지심으로 그 사람을 보게 된다. 한편으론 고맙고 감사하다. 함께 낳아 길러온 세 아이들이 잘 자라준 것도 그에게 감사할 일이다. 우리 엄마가 겪은 화병을 내가 안 겪게 한 것도 감사하다. 작가님의 글에 아내와 남편이 상대방을 파는 광고를 한다면 어떻게 할지 물어보라는 대목이 있다. 광고 문구를 상상하는 것만으로 반성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너무 그를 편하게 생각한 것이 미안함으로 다가왔다. 그는 나에게 고향 같은 사람이다. 내가 뭘 하든지 다 참아주고 품어준다. 나는 그에게 어떤 사람인지 광고 문구를 만들어 보라고 해야겠다. 아마도 안 보여줄 것같다.


 


나의 경험, 주변의 경험, 교사로서의 경험이 쌓여 언젠가부터 사석에서 틈만 나면 부모교육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다녔다. 그러다 생각도 못 한 1인 기업의 일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평소 내가 관심 있던 부모교육을 콘텐츠 소재로 삼으라는 조언을 들었다. 아직은 모르겠다. 읽을 책도 많고, 컴퓨터 기술도 배워야 할 게 많아서 머릿속이 안갯속이다. 그러나 분명한 한 가지는 연애도, 결혼도 부모 역할도 다 공부하며 배워야 더 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이 쓸데없는 아픔에 침잠되지 않고 행복하게 살게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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