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e VS Buy,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제1부: 인수 창업 개요 및 이론
“인수 창업할 바에 그 돈으로 내 사업을 시작하는 게 낫지 않아요?”
처음 인수 창업을 위해 여러 사업체를 알아보고 다닐 때, 식품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작은 엑싯을 경험한 대표가 내게 던진 말이었다.
“돈 되는 사업체를 왜 남에게 팔죠? 그런 사업이면 가족이나 지인한테 주겠죠. 쓰레기 같은 매물만 남는거 아닙니까?”
마음 한켠에 있던 작은 의심이 드러난 느낌이었다.
나는 Make보다 Buy가 더 좋은 전략임을 논리적으로는 이해하고 있었지만, 그날 술자리에서 적절한 반박이 떠오르지 않았다. 인수 창업에 대한 이해가 아직 가슴이 아닌 머리에만 있었고, 실제로 매물을 사고팔겠다는 사람도 열 명이 채 아직 못 만나본 이유이지 않을까. 그때는 이 시장에 쓰레기 매물만 있다는 주장에 확신을 가지고 반박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나는 그날 이후로 수년간 수백 명의 양수자와 양도자들을 만나며, 실제 사업체를 팔고자 하는 사람들의 심리와 시장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다양한 인수 창업 브로커들과 플랫폼 담당자들을 만나고, 직접 발품을 팔며 저렴하게는 몇백짜리 사업체부터 비싸게는 몇십억짜리 사업체들도 계속 만나보았다. 결과적으로 오랜 시간이 흘러, 두개를 성공적으로 인수하여 하나로 합쳐서 매각까지 경험하게 되었다.
이제 나는 성장하여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인수 창업이 맨바닥 창업보다 더 유리한 상황들은 무조건 존재한다고. 쓰레기 매물들이 많지만, 그 중에 옥석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그때의 패배감은 아직 나에게 남아있지만, 같은 경험을 여러분이 반복하지 않도록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공유하고자 한다: 창업가가 무에서 창조하는 것(Make)이 아닌 인수 창업(Buy)을 고려해야 할 상황은 언제인가? 그리고 당신은 인수 창업가의 덕목을 가지고 있을까?
이번 장에서 그 답을 찾아보겠다.
많은 매체에서 우리는 창업 동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접한다. ‘내가 정말 사랑하고 해결하고 싶은 문제에 평생을 걸어야 한다.’ ‘가슴이 시키는 일을 해야 한다.’라는 식이다.
이러한 메시지를 전하는 대표적인 창업가들이 있다. 샘 알트만(전 Y Combinator 대표이자 현 OpenAI CEO)은 말한다:
There are much easier ways to become rich … You should only start a startup if you feel compelled by a particular problem and that you think starting a company is the best way to solve it. (정말로 해야 한다고 느끼지 않는다면 스타트업을 시작하지 마세요. 부자가 되는 더 쉬운 방법이 많습니다)
스티브 잡스도 비슷하게 강조했다.
“If you don't love it, you're going to fail.”
즉, 창업의 동기는 창업가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중요한 원동력이고, 심지어 알트만의 경우에는 창업 동기의 강렬함만이 시작해야하는 유일한 이유라고도 주장하곤 한다.
즉, 창업 동기가 빈약하면 창업을 하지 말라는 의미와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근데 과연 진짜 그럴까?
나는 ‘창업 동기가 빈약하다면 창업을 하지 말라’는 믿음은 국내에서 맥락 자르고 전파되어서 가장 오남용 되는 창업 방법론이라고 생각한다. 해당 문장의 맥락에는 국가간의 경제 상태를 고려해야 한다.
미국은 비옥한 땅에 풍족한 일자리와 연간 성장하는 GDP를 바탕으로, 청년들이 ‘shoot for the moon’ 하듯 높은 목표에 도전하다 실패해도 연봉 1억짜리 직장으로 다시 취업할 수 있는 판타지 같은 국가다.
하지만, 한국은 다르다. 국내에서 창업에 실패하면 남는 건 신용보증 빚과 커리어 상의 부담, 나이 제한으로 대기업 입사 기회가 닫힌 외통수 상태뿐이다. 이런 상황에 대한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근원에는 결국 미국에 비해서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국내 상황에 있다.
따라서 한국에서의 창업은 생존을 최우선으로 삼고 시작해야 한다. 한국처럼 자원이 한정된 환경에서 창업 동기는 필수 요소가 아니라 플러스 알파일 뿐이다. 억울해도 어쩔 수 없다.
즉, 국내의 창업 환경에서 더 적합한 인재는 생존에 대한 강렬한 집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생존에 가장 특화된 창업이 바로 인수 창업이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왜냐고? 그야 이미 생존한 사업체를 인수하니까!)
인수 창업은 분명 많은 사람에게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모든 사람에게 적합하지는 않다.
인수 창업의 여정을 걷다 보면 커리어적 성장, 월급을 주는 직장으로부터의 독립심이 생길 것이며, 운과 실력이 따른다면 금전적으로 큰 성공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그만큼 막대한 시간과 에너지가 소모될 준비도 되어 있어야 한다. 지속적인 스트레스에 대한 성숙한 대응도 할 수 있어야한다.
내가 처음 인수 창업을 시작하며 느낀 첫 감정은 ‘달리는 두 대의 자동차에서 엔진을 교체하는’ 것과 같았다. 사업체는 계속 운영되어야 하고, 그와 동시에 모든 인계 과정을 완벽히 진행해야 한다. 악셀에서 발을 떼는 순간 인수 대금이 다 날라가고 모든 것이 무너질 것 같은 아슬아슬함을 느낀다. 묘기를 진행하는 느낌이고, 끝나고도 ‘이게 된다고?’ 싶었다.
죽을 만큼 힘들지만 죽지는 않는다. 그 과정을 견뎌내고 나면, 자신이 한층 성장해 있음을 실감할 것이다.
이 길에 적합한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주위의 많은 인수 창업 희망자들을 보며 이상적인 인수 창업가의 조건들을 정리해 보았고,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요건들을 다음과 같은 기준으로 나누어 보았다.
[Checklist #1: 나의 생존에 대한 집념은 어느 정도인가?]
인수 창업을 하려면 기본적인 상식과 비즈니스 감각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생존에 대한 강렬한 집념이다. 단순히 허황된 꿈으로 기업 가치를 부풀리고, 투자자를 끌어들여야만 살 수 있는 구조의 회사를 선호한다면 인수 창업과는 맞지 않다. 자신의 운명이 투자자의 손에 달려 있는 상황에서도 무심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생존을 위한 싸움은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서 느끼는 스트레스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직장인 시절에는 이러한 스트레스를 희석된 형태로 경험할 수 있지만, 독립된 인수 창업가는 생존의 부담을 직접 온전히 감당해야 한다. 이런 부담을 견뎌내기 힘들다면 인수 창업을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다.
[Checklist #2: 큰 자유와 독립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인수 창업을 하게 되면 하루 아침에 더 이상 상사가 구조화된 성공 공식을 만들어주지 않는다. 나의 목표와 회사의 목표를 설정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며, 때로는 작은 세부 사항까지 신경 쓰며 조율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나 자신과 끝없이 싸우게 된다. 내가 가는 방향이 옳은 방향인지 알려주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다. 하루 아침에 끝없이 모래가 펄쳐진 사막에서 계속 걷는 느낌을 받게 된다.
또한, 하루아침에 내 손으로 직원들의 인건비를 책임지고, 회사가 잘 되든 망하든 모든 결과를 오롯이 내 책임으로 감수하는 상황이 된다. 상사나 동료들이 사라졌다고 해서 해방감을 느끼기 전에, 이제는 고객, 공급업체, 은행, 직원 등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끊임없이 나에게 해답을 요구하게 된다. 직장인 시절 메뉴얼에 따라 대응할 수 있었던 일들이 이제는 모두 내 책임 하에 결정된다. 선택이 잘못될 경우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사람도 결국 나 자신이다.
창업 인수를 통해 작은 회사를 소유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직장 생활 때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쏟게 된다. 그 시간의 사용 방식과 순서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유는 생기지만, 실제로 투입해야 하는 절대적인 시간의 양은 훨씬 많아진다. 하루 15시간씩 사무실에서 밤새도록 ‘더 잘할 수 있는 점은 무엇일까?’ 고민하며, 해결하지 못한 일들과 우선순위가 된 일을 생각하게 된다. 분명히 자유를 찾아서 시작한 인수 창업인데,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집 밖에서 보내게 된다.
자유와 독립을 추구하며 인수 창업을 시작하게 되지만, 대부분은 현실의 구체적인 책임은 생각해보지 않는다. 추상적으로는 누구나 자유를 원하지만, 막상 그 자유가 현실적인 책임을 동반할 때 진정으로 원하던 것이 자유였는지 대부분 한번은 의문을 가진다.
그렇기에 인수 창업에 적합한 사람은 이러한 자유와 독립의 장점을 넘어, 그로 인한 구체적인 책임 역시 충분히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Checklist #3: 빠르게 배우는 능력]
인수 창업을 위해 다양한 매물을 검토하고 미팅을 다니다 보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시장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대표들을 만나게 된다. 좋은 사업체들 중 많은 경우, 틈새시장에서 작지만 확고한 위치를 차지한 업체들이 다수를 차지하기도 한다.
이런 사업체를 인수하게 되면 기존에 경험해보지 못한 시장과 그 구조를 빠르게 파악해야 한다. 마케팅, 생산, 유통 과정, 경쟁사에 이르기까지 누구보다 빠르게 가치 사슬을 이해하고 매물을 검토해야 한다. 인수 후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모든 정보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결정해야 하는 일이 빈번히 발생한다. “내가 이 시장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하는데, 이번 달 광고비를 15% 올려도 될까?”라는 고민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문제 해결에 직관적으로 접근할 수 있어야 하고, 빠르게 감을 익히며 직감을 키워나갈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새롭게 배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거나, 직관에 의존해 판단하며 지속적으로 이를 시험해야 하는 환경에서 스트레스를 느낀다면 인수 창업을 추천하기 어렵다.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조건은 성공적인 인수 창업가에게 필요한 가장 중요한 자질이다. 인수 창업은 하루아침에 사업체의 대표가 되는 구조이기에, 다른 창업에 비해 빠르고 극적인 성장을 요구할 때가 많다. 기존 창업가의 기본 덕목에 더해 위의 조건들까지 갖추어야만 제대로 된 인수 창업가로서의 길을 걸어갈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은 인수 창업을 감당할 준비가 되었는가? 앞으로의 내용을 통해 이 도전을 즐길 수 있을지 함께 알아가보자.
창업의 실패와 취업
창업 실패의 복기: 다시 도전할 기회
이 책을 쓰는 이유
Make VS Buy,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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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과연 당신은 인수 창업에 적합한 인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