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aopal Dec 29. 2018

2018년, 기억에 남는 전시들

+ 2019년에 가보고 싶은 전시들

전시에 가면, 전시 정보가 담긴 브로슈어를 가져오는 것이 취미 아닌 취미가 되어버렸다. 수북이 쌓인 종이 뭉치들을 나름 한 곳에 보관하기 위해 파일철을 사 그 안에 모조리 다 담아놓았다. 

1년 동안 크고 작은 전시들을 다니며 그래도 기억에 진하게 남아있는 전시들을 몇 개 정리해보았다. 


1. 류이치 사카모토 life life @ Piknic

전시 기획사 글린트라는 회사에서 운영하고 있는 공간 Piknic. 내부가 예쁘게 꾸며져 있고 미슐랭 레스토랑도 있어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곳이다. 

류이치 사카모토 전시는 2018년 5월 26일부터 10월 14일까지 진행되었다. 

동선과 구성이 매우 흥미롭게 짜여 있었고, 무엇보다 평소 좋아하던 류이치 사카모토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어 아직도 마음에 깊이 남아있는 전시다. 그가 소리에 얼마나 많은 영향과 영감을 받았는지, 또한 그것이 우리에게 어떻게 전달되어 왔는지, 사회적으로 그가 미쳤던 영향력 등 음악인 류이치가 아닌 사람 류이치에 대해 알 수 있었던 전시. 

현재는 디자이너 Jasper Morrison의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이 전시는 2019년 3월 24일까지. 



2. 예술과 기술의 만남, E.A.T @ 국립현대미술관

2018년 5월 26일부터 9월 16일까지 진행됐던 E.A.T 전시는, 60년대 활동했던 예술가와 공학자의 협업을 위해 설립된 비영리 단체 E.A.T(Experiments in Art and Technology)의 활동을 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론 설치미술을 기대하고 갔지만 의외로 영상이 더 많았다. 

기술과 예술 모두 사람의 손에서 태어난 것들이지만 분명 그로 인해 사람이 소외될 수 있는 부분도 존재할 것이다. 이러한 여지들을 예술과 기술이 가지고 있는 장치들로 적절히 융합되어 인간의 창의력을 실험한다. 전시는 총 4 섹션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마지막 섹션의 경우 협업이 실제 교육과 환경분야에서 쓰이며 현실적으로 파급력 있을 결과물을 볼 수 있었다. 


70년대 이 단체를 해체되었지만 거의 60년 전의 선구자들에 의해 탄생된 새로운 자극들을 보며, 우리는 예술과 기술의 융합으로 생겨나는 분명하고 무한한 가능성에 대해 깊게 논의해볼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이 든 전시였다. 



3. 유니온 아트페어와 KIAF 아트페어

성수동 S Factory에서 진행된 유니온 아트페어. 처음 가보는 곳이었는데, 공간이 꽤 컸다. 

나는 딱 오픈일인 9월 28일에 가서 그런지, 사람들이 북적북적했다. 푸드와 알코올이 제공되었고, 보고 즐길 프로그램이 많이 짜여 있었다. 

마음에 드는 작품이 꽤 있었고, 작품사진을 찍진 않았지만 대신 작가들의 이름을 남겨두었다. 조미형 작가, 정주희 작가 등이 있었다. 퍼포먼스도 재미있었는데, 도중 관람객이 조각물을 떨어뜨리는 대형사고가 있었다. 

어떻게 해결됐으려나..



유니온 아트페어가 끝나자마자 시작된 코엑스에 KIAF 아트페어. 

국내 갤러리뿐만 아니라 홍콩, 일본, 프랑스, 미국 갤러리도 참여했고 특히 뉴욕 3대 화랑으로 잘 알려져 있는 페이스 갤러리도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윌리엄 드 쿠닝, 제프 쿤스(이분은 내한도 하셨던), 이우환 등 거장의 작품을 볼 수 있었는데, 가기 전 좀 더 공부하고 갈걸이라는 약간의 아쉬움이 있었다. 


두 곳에 다녀오고 내년엔 작은 그림을 사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고, 그 마음은 아직도 여전하다. 



4. 광주비엔날레 상상된 경계들

거리가 있긴 했지만, 북한 미술을 실제로 너무 보고 싶은 마음에 친구와 함께 KTX를 타고 여행 아닌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전시는 이렇게 구성되어 있었고, 우리는 1박 2일의 일정 동안 GB / ACC / 국군병원에 가보기로 했다. 

첫째 날은 GB와 국군병원에, 둘째 날은 ACC. 

제일 인상 깊었던 건 국군병원에 설치되어있는 거울 작품이었다. 

폐허라고 할 수 있는 국군병원은 거의 10년 동안 '존재'만 하고 있어 내부 공기가 굉장히 탁했다. 도슨트와 함께해야 들어갈 수 있었고 다 같이 마스크를 끼고 들어갔다. 약 30분 동안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며 이곳의 역사와 함께 작품 설명을 들으니 저절로 경건해지는 마음이. 

특히 마이클 넬슨 작가의 거울 설치 작품은, 실제 병원 내 걸려있던 거울을 떼어 교회로 옮겨 재설치를 한 것인데, 거울은 몇십여 년 동안 병원에 있으며 다양한 장면을 목격한 증언자임과 동시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희생자로 해석했다는 마이클 작가. 창 밖을 바라보는 거울도 있고, 땅바닥만 바라보는 거울도 있고, 나를 봐달라고 말하는 것 같은 거울도 있었다. 

위치에 따라 거울이 다 다른데, 나는 단 하나의 거울도 똑바로 마주할 수 없었다. 왠지 거울에 비쳐 이를 보러 온 나를 포함한 여러 사람들을 보게 되는 것이 뭐라 형용할 수 없게 슬퍼지리라는 것을 예감했기 때문이었다. 

똑바로 쳐다볼 수 없는 것이 당시 시대의 참혹한 실상을 제대로 보지 못한 우리와도 같아 스스로 숙연해지는 작품이었다. 


비엔날레 주제가 '상상된 경계들'이니만큼, 각 작품들이 전달하고 있는 메시지가 굉장히 방대했다. 

가까운 동남아에서 존재하는 경계들, 성(性)의 경계, 남북의 경계, 인종의 경계, 직업의 경계 등 평소 체감하지는 않아도 무의식 속에 자리하고 있는 모든 경계를 느낄 수 있었다. 속으로는 생각하지만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민망할 정도로 나 스스로 갇혀 있었던 경계를 눈 앞에서 보니, 조금 부끄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전시를 보고 난 후 경계는 하나의 선일뿐, 가림막도, 그 선 양옆에 있는 것들을 의무적으로 나누고 있는 것도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선은 선일뿐. 그 선이 놓여 있는 양옆의 비물질적 양상들은 결국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두꺼운 책 하나를 다 읽은 것처럼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줬던 광주비엔날레. 



5. 서울미디어시티 비앤날레 @ 서울시립미술관

'좋은 삶'을 주제로 한 미디어 활용 아트. 

AI와 IoT, 블록체인 등 신기술이 상용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가 인간의 존엄성을 잃어버리지 않고 영위할 수 있는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점에 굉장히 흥미를 느꼈다. 


신승백, 김용훈 작가의 작품과 데이비드 하 작가의 작품이 가장 마음에 남았다. 

신승백, 김용훈 작가의 작품은 사람의 얼굴을 일부러 AI가 인식할 수 없게끔 추상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동일한 인물을 다양하게 그려내는 인간의 추상적 사고나 창의성 등은 우리가 AI보다 월등히 뛰어난 부분.

데이비드 하 작가는 반대로 AI와 인간이 협업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었다. 강아지, 토끼 등의 카테고리를 정해놓고 사람이 원을 그리면 AI가 나머지 눈코입 부분을 그리는 형식이었는데, AI가 이어 그릴 수 있는 스케치가 많이 한정적이긴 해서, 신승백 김용훈 작가의 작품과 어느 부분에서는 맞닿아 있다고 느꼈다. 


6. 서울디자인 페스티벌 @ 코엑스

디자인 주도기업, 디자인 전문기업, 영 디자이너 프로모션 이렇게 세 섹션으로 구성되어있었던 서울디자인 페스티벌. 아무래도 많은 장르를 품고 있는 분야가 디자인이라 학생이나 직장인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신진 디자이너의 작품도 꽤 자리하고 있었는데, 신진 디자이너라는 인식을 담고 봐서 그런지 더 독특하고 센스 있는 디자인이 많이 있는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부스는 배달의 민족 부스였는데, 한나체 PRO를 새롭게 출시한 기념으로 재밌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한컴 타자연습 프로그램에서만 할 수 있었던 타자게임을 배달의 민족 스타일로 풀어놓은 부스. 확실히 참여자들에게 재밌는 경험을 주어 새로운 폰트 홍보와 동시에 배달의 민족이라는 브랜드 경험을 재밌게 할 수 있어 많은 센스가 느껴졌다. 


여기서도 내가 마음에 드는 디자인의 명함 및 카탈로그를 전부 집어왔더니 그 양이 꽤 되었다. 구매하고 싶은 상품도 꽤 많았다. 전시를 둘러보며 미술의 예술성과 상품의 상업성을 다 가지고 있는 것이 디자인이라는 생각이 들어 생각의 시야가 넓어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제라도 알고 관심 가지는 게 어딘가 싶어, 충분했던 디자인 페스티벌이었다. 



+ 2019년 가고 싶은 전시들


1. 마르셀 뒤샹展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2.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3. 피카소와 큐비즘 @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4. 불멸 사랑 @ 일민미술관


이 외에도 많다. 더 바쁘고 풍성한 2019년이 되기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