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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aopal Jan 09. 2019

AI와 인간의 대립? 공존?

AI 관련 영화들

AI, 인공지능은 이제 더 이상 우리에게 새롭지 않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로, AI는 인간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점을 대중들에게 알려 충격을 준 후
그로부터 불과 2년이 지나지 않아 현재 우리는 AI와 이미 함께 생활하고 있다. 

AI가 영화의 소재로 등장하게 된지도 오래다. 
가장 처음 AI가 영화에 등장한 게 1920년대로 지금 세대가 태어나기도 훨씬 전이니 어쩌면 이미 우리보다 AI는 앞서있었다고 볼 수 있다.
내가 인상 깊게 봤던 AI(가 소재로 나온) 영화도 꽤 있는데, 개봉 순서대로 한번 정리해보려 한다. 


아이, 로봇(2004년 개봉)

윌 스미스가 주연으로 나온 이 영화는, 아직도 영화 속 주인공 로봇이 그림을 슥슥 그리는 장면이 뇌리에 박혀있을 정도로 굉장히 인상 깊었다. 
(영화 설정 상 2035년이 배경인데, 현재로부터 16년밖에 남지 않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AI와 친숙하지 않아 단순히 인간이 만든 로봇이 인간을 공격한다라는 내용만으로도 꽤나 큰 충격을 주었던 영화다. 

특히나 주인공인 델 스푸너(윌 스미스 역)가 로봇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캐릭터로 나와, 
인공지능이 탑재된 로봇이 앞으로 상용화될 것이라는 미래에 강한 반박을 하는 일부 우리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인간을 뛰어넘은 AI라, 그것이 어떻게 가능해?라고 말이다. 


아일랜드(2005년 개봉)

이 영화는 훨씬 더 배경이 가깝다. 2019년이 배경인 이 영화는 2005년도에 개봉했을 당시 아마 14년 후면 이런 비하인드 세계가 존재할 것이라고 예상했나 보다. 
영화 자체는 흥행에 실패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두 주연배우도 좋고 내용도 흥미로워 나름 재밌게 봤던 영화다. 

불과 4년 후에 '더 문'이라는 SF영화에서도 복제인간이 나와 보는 이를 하여금 혼돈에 빠뜨리게 하는 다소 뻔한 소재로 쓰이게 되지만, 아일랜드라는 영화가 나올 때까지만 해도 복제인간을 중심으로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진짜 인간이 아닌 클론에게 감정이입을 시켰던 영화는 (내 기억으로는) 거의 처음이어서 아마 더 그랬던 것 같다. 2019년이 배경인 이 영화의 줄거리를 다시 복기해보자면, 왠지 정말 지금 일어나고 있을 법한 느낌이 들기도 하다.
영화 속 복제인간이 실제 인간처럼 행동하고 생각하지만 아직까지는, 복제인간이란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단순한 기계에 불과하지 않았다.


HER(2013년 개봉)

시간을 조금 건너뛰어, 2013년으로 가본다. 이 영화는 줄거리, 영상미, 연출력 등 작품으로서도 인정받았다. 사실 한동안 HER는 나에게 AI영화라기보다 로맨스 영화로 자리 잡고 있었는데, 그 생각이 바뀌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앞에 두 영화가 로봇은 인간을 위해 존재하고, 오히려 그런 로봇을 무자비하게 소모하는 인간이 좀 더 악역으로 나왔다면, HER는 인간이 AI에게 철저히 농락당한? 영화라고 볼 수 있다. 
감정적으로 교류하고, 사랑에까지 빠지게 해 놓고선 알고 봤더니 나만을 위한 게 아녔다는 걸 깨달았을 때 우리는 모두 기계에게 배신당한 인간보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배반당한 순진한 사람 쪽에 좀 더 몰입해 있었을 것이다. 
이런 몰입력 자체만으로 이미 인간은 너무나도 섹시한 스칼렛 요한슨 목소리를 가진 AI에게 농락당한 거라고 볼 수 있다. 


에어리언: 커버넌트(2017년 개봉)

AI에게 농락당한 인간 그 이후, 심지어 AI는 인간을 농락할 뿐만 아니라 아예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 낸다. 창조주를 만나려 애쓰는 인간을 배반한 AI는 거꾸로 인간의 창조주가 되어버린다. 
외계인→인간→AI→외계인의 굴레로 계속해서 먹고 들어가는 이 구조는, 인간만이 유일한 이 세계의 우두머리라는 인식을 가차 없이 파괴해버린다. 

내가 봤던 AI 소재 영화 중에서 가장 비현실적임과 동시에 가장 현실적이었던 영화. 
우리는 이미 신이 되어 기존에 존재하고 있는 생명체를 파괴하기도, 분열시키고, 재창조시키며 심지어 DNA의 다른 배합을 통해 새로운 생명체를 탄생시키기도 한다.  
그것으로 우리는 이미 다른 존재의 창조주가 되었다. 그것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 같냐 인간들아 하하하하며 우리를 비웃었던 명작. 


블레이드 러너 2049(2017년 개봉)

80년대 처음 나온 첫 편을 보지도 않은 채로 봤던 블레이드 러너 2049는 그래서 나에게 아예 새로운 영화로 다가왔다. 어떤 면에서는 에이리언과 조금 맞닿아있는 부분이 존재하는 블레이드 러너 2049. 
인간이 창조주로서의 정점을 찍게 되는 이 영화는, 이미 AI가 생명을 잉태할 수도, 서로 사랑할 수도 있는 사회이다. 그리고 그 이단아가 자신일 수도 있다는 생각, 어쩌면 본인이 그런 특별한 존재이길 바라는 주인공의 모습 또한 인간과 매우 흡사하다. 

어쩌면 앞의 영화들 속 나왔던 인간과 AI에 대한 질문들이 총망라되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웃기게도 2016년 AI가 직접 영화까지 만들었다.
이제는 창조의 영역까지 들어선 AI는 아마 나중에 우리가 막을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해질 것이다. 
내가 봤던 AI 소재의 영화들은 모두, 인간성이란 무엇이고 우리가 창조주가 되어가는 과정 속 지켜야 하는 윤리와 도덕은 무엇인지 등 꽤나 심오하고 철학적인 질문들을 던지고 있다.
그에 대한 답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니지만, 아마 현안을 내놓지 않으면 안 되는 현재에 우리는 알게 모르게 봉착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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