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발전은 하루가 다르게, 아니 1시간이 다르게 빠르고 급진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대중들이 체감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아마 우리는 현재 실존하는 기술의 반의 반의 반의 반도 사용 못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특히나 몇 년 전부터 뜨거운 감자였던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블록체인이라는 분산 원장 기술의 이론적 개념이 80년대 등장하기는 했지만, 실제 우리가 그 단어를 듣게 된 건 2008년 사토시 나카모토의 논문을 통해서다.
그 뒤로 엄청난 관심을 받으며 이더리움, 솔리드 티 등 더욱더 많은 기술들이 이전 기술의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개발되어 왔고 지금 이 시간에도 현재 진행형에 있다. 데이터 변경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금융, 의료 쪽에 접목되는 것이 먼저 화두에 오르게 되었고 사람 간의 공평한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에 더 나아가 아트, 음악 등 예체능 분야에서도 다양한 접목의 시도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
- PORTION(https://portion.io/)
PORTION은 얼마 전 베타 버전을 공개한 스마트 컨트랙트 기반 아트 마켓 플랫폼이다. 우선 자체 암호화폐를 발행해 경매를 진행하게 되고, 작품에 대한 소유권과 출처를 증빙할 수 있는 블록체인 증명서를 발급받게 된다. 그리고 시스템 내에서 개인의 전체 컬렉션과 카탈로그를 관리해준다. 또한 스마트 컨트랙트로 입찰자가 확실히 지불 가능한 상태인지 유효성을 체크하고 미들맨이 없는 계약을 진행하게 된다. 현재 베타 버전에는 누구나 최저 금액으로 입찰할 수 있는 ‘드롭’이라는 방식을 진행 중이다. 앞으로 디지털 아트나 희귀한 오브제 등 다양한 아트 상품들이 올라올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3월 초에 iOS용 베타 어플이 출시된다고 하니 참고하도록 하자.
- Verisart(https://verisart.com/)
Verisart는 미술품에서 중요한 인증과 소유를 블록체인 기술로 증명 및 기록하는 서비스이다. 미술 인증 및 검증을 위한 새로운 글로벌 표준을 구축하고 있다(라고는 하지만 아직 사용자가 실감하기에 어렵다). 어플이 이미 출시된 지 꽤 오래되었지만 몇 달째 애플리케이션 업데이트가 없는 것으로 보아 무언가 문제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특히나 CEO가 Saatchi Art & Sedition Art의 공동창업자로 알려져 있는 로버트 노턴인데, 이 때문에 너무 많은 기대를 했던 탓일지도 모르겠다. 서둘러 업데이트가 되고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며 혁신적인 시장을 이끌어 나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 Maecenas(https://www.maecenas.co/)
Maecenas는 블록체인과 아트의 융합이 시도될 때 가장 핫이슈를 불러 모은 플랫폼이기도 하다. 바로 자체 토큰을 발행해 거액의 미술품의 지분을 분할하여 공동소유가 가능하게끔 기술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사용자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혹은 자체 플랫폼에서 발행한 ART토큰을 이용해 그림의 최대 49% 지분을 구입할 수 있다. 기존 아트 시장과 다르게 높은 수수료를 부과하지도 않고, 미술품의 특성상 적은 가격으로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뽑았다. 실제 써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꽤 호평을 받고 있다. 작년에 ICO를 했을 당시에도 서비스가 혁신적이라며 ICO투자자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8월에 앤디 워홀의 작품을 블록체인 옥션에 올려 참여자들이 총 170만 달러를 투자했으며 현재 그 가치는 총 560만 달러이다.
- Artfintech(https://artfintech.one/)
Artfintech는 디지털 아트의 이코시스템을 만들으려 하는 기술 회사이다. 현재 오픈된 서비스는 WUNDER(최초 블록체인 기반 분산 뮤지엄), Patron Protocol(디지털 아트 자산 및 접근 권한을 위한 분산 OS프로토콜), ARTPASS(아트 거래를 위한 블록체인 기반 ID)이며, 추후 ARTLOCK(디지털 아트의 안전한 보관과 배포를 위한 서비스), ARTEXIA(아트 기반 토큰 교환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 R.A.R.E(https://www.rareart.io/)
특정한 보호장치가 존재하지 않았던 디지털 아트에 블록체인 및 IPFS를 접목해 소유권과 그에 해당하는 증명서를 발급해주는 플랫폼이다. 이는 이더리움 암호로 보호되며 콜렉터가 아티스트의 작품을 구입했을 때 수익도 82%라는 높은 퍼센티지로 아티스트에게 돌아가게 된다. 현재 꽤 많은 수의 아티스트가 이 플랫폼에 등록되어 있고 작품수도 많아 사진, 삽화, 디자인 3D 등 다양한 분야의 디지털 아트를 제공하고 있다.
- ARTORY(https://www.artory.com/)
미술을 구입하고 소유하는 방식에 변화를 주겠다는 사명으로 2016년 설립된 ARTORY는 콜렉터에게 특정 암호를 부여해 익명성을 보장하고 블록체인에 저장된 작품의 출처와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이다. 미술품의 출처 및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공개 저장소인 REGISTRY 페이지를 따로 운영하고 있으며 해당 페이지에서 그림의 실제 정보를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이 외에 국내에서도 비슷한 플랫폼이 꽤나 빈번하게 생겨나고 있다. 다만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아티스트의 저작권과 작품에 대한 출처 및 정보를 안전하게 보존하려는 시도가 많은 해외 플랫폼에 비해 국내의 플랫폼에서는 그 보다 높은 가격의 작품을 ‘분할 소유’라는 명분으로 투자자를 끌어 모으기 바쁘다는 것이다. 심지어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플랫폼이라고 명시되어있는 곳에, 제대로 된 기술 설명이 없는 곳도 존재하고 있다. 큰 수익률을 위해 투자하는 사람들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다른 서비스들과 큰 차이점이 없다면 애초에 그럼 왜 아트 시장에 블록체인을 적용하려 하는지 의문이 들뿐이다.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이 단순 마케팅 요소로 쓰이고 있다는 답 밖에는 알 수 없다.
Maecenas는 자체 발행 토큰을 통해 그림을 살 수 있도록 했지만, 사실 토큰의 가치를 올리려는 것인지 작품 자체의 가치를 올리려는 것인지도 확실치 않다. 투자 수익률만 보고 뛰어드는 무분별한 투자자가 미술 시장의 흐름을 오염시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뿐. 만약 위와 비슷한 사업을 구상 중이라면, 블록체인의 기능과 그 기능이 정말 필요로 하는 산업군에 철저한 준비와 시간을 들여 준비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아직 많은 이들에게 낯선 새로운 기술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더 키우기만 할 것이고 기술을 접목하려는 산업군에 피해만 주는 꼴이 될 테니까 말이다.
개인적으로 이 기술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꼭 필요한 분야에 접목이 되어 실제 사라들이 체감할 수 있게끔 상용화될 수 있는 플랫폼이나 서비스가 생겨났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