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aopal Jan 02. 2019

[책] BTS예술혁명, 방탄소년단과 들뢰즈가 만나다

(최근 2018년 연말을 맞아 여러 방송사에서 진행하는 가요 시상식을 보다, 이 책이 다시 생각나 2019년 첫 글로 자체 선정)


질 들뢰즈는 프랑스의 철학자로, 미학과 동시대 예술 분야에 많은 글을 남긴 분이다. 

그가 가지고 있는 철학관은 사실 영화나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에 접목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포용할 수 있는 분야가 꽤 넓다. 그중에서도 현시점에서, 커다란 문화혁명이라고 부를 수 있는 BTS혁명과 들뢰즈의 철학관을 조합한 이지영 님의 책. 



제목에서 느껴지듯, 내용이 굉장히 흥미롭다. 

도입부에는 BTS가 이만한 힘을 가지게 된 이유와 원인을 설명하고 있다. 물론 그들의 파워풀한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았으면 절대 불가능했겠지만, 이미 방탄소년단이 데뷔 초부터 디지털 문화를 활용해 팬들과 소통하고, 아미 문화(*아미: BTS팬덤)를 키워낸 부분에 대해서는 유명하다.


하지만 단순히 BTS가 팬들과 잘 소통했다고 그들이 유명해진 건 절대 아니다. 

시대적인 측면에서 많은 젊은이들을 억압하고 있는 사회적 문제들을 BTS의 노래와 영상을 통해 아미를 선두로 전 세계적인 20대 층으로 하여금 공감하고 응원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 혁명이라고까지 불려지는 커다란 문화를 만들게 되었다. 


사회 비판 메시지, 기존 질서와 규범의 해체 그리고 연대와 공유.

어쩌면 이런 그럴싸한 단어들로 연결하고 설명하기에는 너무 복합적인 양상들이 뒤섞여 있을 수 있다. 

“아미의 팬덤 활동과 결코 분리될 수 없는 방탄 현상은 상호작용성의 혁명적 가능성이 수평적이고 탈중심적으로 현실화되었기 때문에 기존의 위계질서를 해체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질 수 있었다. 방탄과 아미의 상호 연대도 그래서 가능했다. 따라서 방탄의 SNS 활용 방식을 마케팅의 측면에서 따라 하는 것만으로는 그들의 성취를 켤코 모방할 수 없다. 수직적인 위계를 대표하는 미디어 권력과 자본이 스스로 자신의 위계를 붕괴시키는 모순을 극복하지 않고서는 방탄과 같은 성공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p.57-58


아미들은 스스로 움직인다. 특히나 미국의 라디오는 진입장벽이 매우 높기로 유명한데, 이 장벽을 뚫기 위해 각 지역별로 빌보드 차트에 포함될 수 있는 라디오 방송국을 조사 및 분석 후 해당 방송국에 체계적으로 선곡을 요청한다.
또한 이 과정에서 아미는 '선곡이 되었을 경우 대응 매뉴얼', '거절당할 경우의 대응 매뉴얼', '방송국이 BTS를 모를 경우의 대응 매뉴얼'등을 만들어 배포하기도 한다.
이 과정을 거친 후 방송국이 BTS의 음악을 틀어주면, 아미들은 구글 실시간 검색어 등으로 해당 프로그램을 홍보하고 방송국에 감사 꽃다발과 선물을 보낸다. 


뿐만 아니라 미국 아미들은 매년 새로운 목표들을 설정하고 캠페인을 시작한다.

출처: A.R.M.Y 트위터


이는 매우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며 아미 문화가 하나의 비영리단체같이 느껴지기도 하다.

심지어 영어권 나라도 아닌 한국이라는 조그만 나라에서, 그것도 국내 3대 메이저 회사에서 배출된 아이돌도 아닌 그룹을 위해서 말이다.


'BTS예술혁명'에서는 이러한 변화들을 들뢰즈의 리좀 개념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리좀적 체계는 단일한 중심이 없으며 끝없이 가지를 치며 새로운 개념들을 만들어내는 것을 뜻한다.
아미들 또한 BTS를 사랑하는 마음을 빼면 인종도, 성별도, 나이도 같은 부분이 없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흥미로웠던 점은, 예술은 끝없이 변화한다는 점이었다.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며 우리가 겪고 있는 무수한 변화들에 대해 설명한 책들도 이미 많지만, 특히나 BTS의 문화적 변화는 우리가 현재 직접적으로 겪고 있는 당사자(같은 한국인이라는 점에서) 입장에서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현상 중 하나일 테다.

벤야민은 '기술복제시대의 예술 작품'에서 기술의 발달에 의해 예술형식이 변화하고 그에 따라 새로운 예술에게는 새로운 사회적 가치가 요구된다고 말한다.
p. 214


물질적인 것에서 비물질적인 것으로, 대형 스크린에서 모바일로, 장기적 관점에서 단기적 관점으로 기술은 변화하고 그에 맞게 콘텐츠의 형식도 변화한다. 그리고 콘텐츠가 변화하면 공유하는 가치의 형태도 변화하게 된다. 예전에는 SNS에 안 좋은 사건이 장황하게 올라오고 사람들이 좋아요를 누르면, 이를 비판하는 단체가 꼭 있었다. 


하지만 좋아요를 많이 받아 사람들에게 점차 널리 공유되고, 이는 국민 청원까지 올라가 사건을 해결하려는 의지로까지 바뀌게 된다. 그리고 사건이 해결되면 사람들을 모두 기뻐하며 공감의 마음을 또한 공유한다.
이것이 비단 SNS의 발전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게 되었다.

BTS의 예술혁명으로부터 시작해 지금 현재에도 변화하고 있는 무수한 문화예술의 형식까지 관통하고 있는 이 책은, 우리에게 공유의 가치와 가치의 공유 이 두 가지를 크게 설명하고 있다.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철학을 이러한 문화의 변화와 융합해 풀어낸 저자님께도 고마운 마음이다.





작가의 이전글 [넷플릭스 영화] 블랙 미러 밴더 스내치, 강력추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