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많다.
개개인이 너무나도 다양한 배경 속에서 자라 각기 각색의 성향과 성격을 가지고 있어,
특정 단체의 한 두 사람만 보고서는 그 단체를 규정짓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멍청한 짓이다.
특히나 여자, 남자, 저 그룹, 이 그룹 이렇게 나눠서 얘기하는 건 현 사회 분위기 속에서 매우 위험한 일인데,
아직까지는 조금 우리가 위험 의식을 덜 갖는 단체가 있다.
바로 사람을 나라로 규정하는 것.
그럼에도 나는 한국이라는 특정한 나라에 살고 있는 '우리'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성향이 있을까 궁금해졌다.
물론 한국인이라고 다 똑같은 사람들도 아니다만, '한국인'하면 생각나는 이미지 혹은 그에 상응하는 단어들이 생각나기 마련인 것처럼 각 나라 안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들이 말이다.
특히나 내가 태어난 곳이자 현재 살고 있는 곳이고, 또한 앞으로 특별한 일이 없으면 계속적으로 살게 될 것만 같은 이 나라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는 건 당연한 과정이라 생각하고 관련 책을 찾아보았다.
내가 원했던 책은 한국의 역사가 담기고, 현재의 문화로 이루어지기까지 걸쳐온 여러 형상들이 자세하게 나와있는 책이었다. 그러다 아래 두 권의 책을 찾게 되었다.
호모 코레아니쿠스 - 진중권 저자
한국인에 관련된 책을 찾고 있다는 내 말에 지인이 추천해준 책이다.
진중권 교수님이 한창 잘 나가실 때(?) 쓰셨던 책이라고 하는데, 물론 현재도 수준이 꽤 높으시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경쾌하면서도 철학적인 필체를 많이 느낄 수 있었다.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과거의 일을 기반으로 현재를 관찰하고 있는 이 책은 사실 읽는 도중에 이 교수님은 한국인을 싫어하시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사실 아이러니 한 점은, 내가 한국인에 관한 객관적인 책을 읽고 싶다 한들 나 조차도 한국인이기 때문에 한국인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이 나오면 기분이 나빠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는 점이다
그래서 나도 이러한 내용들은 객관성을 가지고 매우 이성적인 논점에서 읽어 내려가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물론 독일에서 오래 유학하신 터라, 이 책을 쓰고 나신 후 소위 '한국인을 평가'하는 책이었다고 비판을 받기도 한 이 책은 그 정도로 살짝 기분이 나빠질 만큼 사실적인 내용들로 가득하다.
이 책이 약 10년 전에 쓰인 책임을 감안해서 보자면, 여기서 나오는 우리의 특성을 현재의 우리와 비교해볼 수 있는 아주 재미난 기회이다.
어쩌다 한국인 - 허태균 저자
어쩌다 한국인은 그에 비해 비교적 최근에 쓰인 책이다.
프롤로그에 쓰인 말을 잠시 빌리자면, '필자는 한국 사회가 6가지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해석한다.
주체성, 가족 확장성, 관계주의, 심정 중심주의, 복합 유연성, 불확실성 회피가 바고 그것이다.'
책의 주 내용도 이 6가지의 특성을 풀어 설명하고 있다.
호모 코레아니쿠스나 발행된 지 거의 10년 후에 나온 책인데도,
호모 코레아니쿠스 책과 내용이 살짝 비슷한 부분도 있다.
하긴 겨우 10년이 지났다고 한 민족의 습성이 쉽게 바뀌지는 않을 터.
대한민국을 사춘기에 비교하며 쓴 이 책의 저자 또한 오랜 기간 유학생활을 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두 책의 저자 모두 긴 유학생활을 거친 것 보면, 다른 나라의 생활방식과 문화를 접하게 되면서 한국이란 나라를 그나마 객관적인 시각으로 볼 수 있게 되는 것일까 싶기도 하다.
물론 두 책 모두 그렇기 때문에 한국이 좋다, 나쁘다를 판가름하는 책은 절대 아니다.
개인이 개인을 더 잘 알기 위해 자기 계발서나 인문서적을 읽는 것처럼, 이 두 책 또한 우리가 우리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읽어야 할 한국인 서적이라고 본다.
아마, 읽는 도중 난 아닌데? 한국인 안 그러는데? 혹은 맞아, 내 주변 사람들 다 그러더라.라는 반응 조차 두 저자는 예상했을 것이다.
못해도 나에게는 '내'가 궁금하고 '우리'가 궁금할 때, 앞으로 두고두고 펼쳐볼 책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