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본다'는 것
미술비평가, 소설가, 사회 비평가, 사진 이론가, 다큐멘터리 작가.
존 버거는 우리가 어떻게 표현하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해 관심이 많은 인물 같다.
그가 낸 책만 봐도,
'말하기의 다른 방법', '어떻게 볼 것인가', '본다는 것의 이미', '사진의 이해' 등 본다는 것에 대해 우리에게 많은 메시지를 전달하려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중에서 내가 본 책은 'Ways of seeing', 한국 제목은 다른 방식으로 보기이다.
보통 미술을 보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들은 이전에 읽었던 '난처한 미술이야기'처럼 역사를 알려주거나 혹은 해당 작가에 대한 스토리가 있는 책과는 조금 다르다.
총 5명이 공동으로 만든 이 책은, 총 7편의 에세이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 3편은 이미지만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무런 설명도 언급되지 않은 순수한 이미지 그 자체를 뚫어져라 보고 있는 나 자신을 보면, 그 자체가 우습게 여겨지기도 하다. 마치 거대한 철학적 깨달음을 그림 안에서 찾으려는 것 마냥 말이다.
72년도 초판이 발행되고 국내에서도 여러 차례 소개된 적이 있지만, 번역 오류와 같은 미진한 부분이 많았다고 한다. 아마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단숨에 이해하기 다소 어려운 부분도 존재한다.
미술과 친근함을 비교적 덜 느끼는 사람들은 특히나 그럴 것이다.
미술 비평가답게 미술을 보는 접근방식을 비평하고 있는 그는 기존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마저 말끔히 비판하고 있다. 감히 말하자면, 아마 존 버거는 '난처한 미술이야기'와 같은 티피컬 한 교육+미술 책은 과감히 던져버리라고 말할 테다.
그것은, 우리가 알고 있던 방식이 잘못됐다라기 보다 우리의 시야를 좀 더 확장시켜주는데 그 의의가 있다.
책에 나와있는 옮긴이의 말을 빌리자면 아래와 같다.
'이 책이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서구의 유화 전통에 속하는 작품들인데, 여기서 '보는 방식들(Ways of Seeing)'이라는 복수형은 유화작품들을 보는 하나의 표준적인 방식이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방식이 있을 수 있다는 의미를 함축한다. 그렇기 때문에 '보는 방식(The Way of Seeing)'이 아니라 'Ways of Seeing'이라고 했을 것이다.'
72년도에 초판이 발행됐음을 기반으로, 아마 그 당시 상당히 제도화된 시각들을 비판하고 있었을 터.
그렇다고 현재가 해당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존 버거만의 수준 높은 비평들은, 우리가 미술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The Way of Seeing'을 무의식적으로 하고 있음을 알게 해 준다.
물론 아는 만큼 보인다고, 시대상과 모든 학문들의 배경을 알고 나면 당연히 시야야 넓어지겠지만, 바쁜 현대인들은 그 모든 것을 섭렵하고 미술관을 돌아다니며 미술을 Ways of Seeing 하기란 굉장히 힘든 일이다.
그렇지만 호기심은 우리를 지식의 바다로 이끌 수 있는 것처럼 한 가지 오브젝트를 보고 다양한 질문을 던지는 것만큼은 포기하면 안 된다. 아마 존 버거가 오래전 이 책을 쓰면서 우리에게 남기고 싶었던 말은 그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