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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aopal Aug 08. 2019

질문에게 낚이지 않는 법

질문에 대한 질문

 예전에는 '질문'에 많이 집중했다. 아무리 우문현답이라지만, 그래도 현명한 질문이 현명한 대답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어느 순간부터 좋은 질문만큼 좋은 대답 또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좋은 답을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내가 내린 답은, 질문을 듣고 '내가 답할만한 가치가 있는 질문인가?'에 대해 한번 더 속으로 질문하는 것이다. 


 그동안 1차원적으로 답을 그저 잘하기 위해 질문이 들어오면, 그 질문에 대해 내가 어떻게하면 현명한 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먼저 했다. 각종 어려운 단어도 억지로 끄집어내어 있어보이게 말하고 싶어했다. 

 그러다보니 질문에 점점 휘둘리게 되었다. 분명 나는 내 주관도 뚜렷한 편이라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질문에 어버버 따라가다 보니 내 의도와는 다르게 말을 할 때도 있었다. 

 그러니 당연히 해당 자리를 마친 후 집으로 돌아가면서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지?!'라는 자책에 휩싸이게 되었다. 역시 난 아직 말을 잘 하지 못해- 라는 생각이 든 적도 많았다. 

 

 하지만 내가 말을 잘하고 잘하지 못하고를 떠나,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질문이 들어온 순간, 나같은 경우 상대방의 의견에 크게 반대하는, 즉 공격적이고 의심많은 사람은 되고 싶지 않아 질문자체를 의심하지 않았다. 질문을 하는만큼 나에게 관심이 많은 사람이구나- 싶어 곧이곧대로 답을 하곤 했다. 그리고 다소 공격적인 질문을 받아도 순간적인 대처를 위해 나도 똑같이 유치한 답을 하곤 했다. 특히 소위 '꼰대'분들이 해주셨던 질문에 말이다. 이럴 때는 특히나 더 후회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럼 결론은, 나는 질문자가 이끄는대로 끌려갈 수 밖에 없게 된다. 꼭 유도 심문이 아니어도 위같은 상황은 종종 발생하곤 한다. 언젠가 '내가 왜 그렇게 말했지?'라는 자책성 질문을 계속하게 되자 나는 또 다른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그 질문은 좋은 질문이었나?', '내가 꼭 대답을 했어야 했나?', '그 사람은 왜 그렇게 질문했을까?' 등등 말이다. 이성적이려 노력하며 위에 대한 나의 질문에 거꾸로 다시 답을 해보니 문제점이 발견 되었다. 


 꼭 모든 질문에 답을 줄 필요가 없다! 

 

 어찌보면 굉장히 무책임한 결론이지만 사실이다. '질문=답'의 너무나도 당연했던 공식이 이제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고 나니 사람들과 대화할 때 한번 더 나만의 필터링을 거쳐 걸러듣게 되었다. 

 사실 그 짧은 순간에 모든 걸 다 생각할 수는 없지만 내가 저 질문에 대답을 할 가치를 따지고 보니, 조금 더 수월했다. 물론 여전히 무조건반사적으로 '무슨 색을 좋아하세요?' 라는 질문에 '파란색이요!'라는 1차원적인 답을 하곤 하지만 나의 성향이나(물론 좋아하는 색을 답하는 것도 그 중 일부이지만) 신념을 드러내야 하는 답 같은 경우 한번 더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좋은 답이란 없다. 수학공식이 아닌 이상 이 세상에 답이 어디있겠나. 

 그러나 사람들과 대화를 하며 내 신념을 확고히 하고 기준점을 견고히 다지기 위해 한번 더 질문에 질문을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질문도 중요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나의 대답의 가치도 꽤 높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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