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2020_2
완독 하지 않았어도 누구나 한 번쯤은 들었을법한 '언어의 온도' 이기주 작가의 '말의 품격'이라는 책이다. '언어의 온도'가 백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이다 보니, 두 책을 비교해달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었다. 사실, 두 책은 비슷한 듯 하지만 성격이 좀 다르다. '언어의 온도'가 에세이 형식을 띄고 있다면, '말의 품격'은 음, 뭐랄까 우리가 모르는 단어를 들었을 때 찾아보게 되는 영어사전/국어사전 같은 책이다. 어설프게 작명해 보자면 '말 사전 ' 이라고 칭하고 싶다.
속도와 빠르기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 시대다. 말도 예외가 아니다. 상대의 말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언어적 순발력을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능력으로 간주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난 적절한 의연함을 유지하면서 남보다 유연하게 말하는 '목계'같은 사람과 대화를 나눌 때 오히려 더 큰 즐거움을 느낀다.
말의 힘이 세상을 좌우하는 세상, 상대방의 질문에 바로 답해야 하는 언어적 순발력을 이 험한 세상을 살아남기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강조하는 세상.. 어쩌면 눌변가라 할지라도 그 진심을 기다려줄 수 있는 세상을 꿈꾸는 듯한 메시지가 전달이 되는 책이다. 이 책은 '언어의 온도'만큼의 울림은 없다. 영어사전/국어사전에 감동을 기대하지는 말자. 작가가 늘 강조하던 '글은 쉬워야 한다'라는 부분에 역시 충실한 이 책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말과 관련된 의미들, 존중/경청/역지사지/뒷담화/언행 등등에 대한 그 의미를 다양한 인물들과 엮어 스토리텔링 해준다. 프로이트, 준이치, 공자, 맹자 등의 스토리를 전하며 말의 의미를 풀어주기에 자칫 어려워 보일 수도 있지만, 오바마, 이순신, 윌스미스, 심지어 강남스타일의 싸이 같은 친숙한 이들의 이야기도 있으니 겁먹을 필요는 없다. 그리고 이 책 속에서는 그 인물들이 주인공도 아니니, 1도 신경 쓰지 말자.
한마디로 이 책은 읽기에 정말 가벼운 책이니(실제로 책도 작고, 글씨도 큰.. 물리적으로도 정말 가볍다.) 혹시 구매의사가 있다면, 구매 후 이 책의 자리는 책꽂이가 아닌 식탁, 화장실, 소파 등이 최적의 장소라고 추천한다. 앉은자리에서 완독 할 필요도 없으며, 주변에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장소에 두고, 눈에 띌 때 한 챕터씩 읽으면 좋겠다. 그리고 '말 사전'이라고 명칭 한 것처럼, 살면서 나 스스로 경청이 잘 안되거나 존중이 잘 안되거나 할 때 한 번씩 찾아보는 '사전'으로서 사용하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