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 것인가

서평 2020_4

by 홍실장

한때 한주도 빠지지 않고 본방사수를 위해 노력했던 TV프로가 있었다. TV 시청을 하는 시간이 대한민국 평균치를 깎아먹을 정도의 사람이다 보니, 본방사수를 하는 내 모습에 어색했을법한 와이프도 프로가 시사프로그램이다 보니 별로 놀랍지도 않은 표정이었다.

바로 '썰전'이라는 TV 프로그램이다. 김구라의 사회로 진보와 보수의 고정 패널이 그 주에 일어난 사회이슈와 관련하여 맞짱을 뜨는 토론 프로그램이었는데, 100분 토론에서 사회를 보던 유시민과는 또 다른, 말의 전달력을 보여주는 모습에 이끌려 봤던 기억이 있다.


'어떻게 살 것인가'를 제목으로 하고는 죽음과 관련된 얘기가 많은 것이 처음에는 아이러니했다. 하지만, 작가가 생각하는 죽음이라는 것이 인생의 끝이나 마지막이 아닌, 삶의 연장선에서의 가장 끝에 있는 단계임을 설명하는 것을 보면, 왜 죽음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은지 이해도 된다.

그런 다른 시선으로 죽음을 바라보면서 작가는 꼭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고 했다. 철학자 니체가 꿈꾸었으나 하지 못한 것. 사전장례식 혹은 생전장례식이라고 명칭해도 좋겠다. 뭐라고 불러도 좋을법한 명칭으로, 인생의 길모퉁이를 돌 때마다 뜻을 함께하고 사랑과 정을 나누었던 사람들, 시련과 고통을 함께 견뎌내었던 사람들을 초대하여 마지막으로 추억을 나누는 그런 시간을 가지는 것. 상상만으로도 우리가 그동안 갖고 있던 죽음, 장례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것도 같다. 죽음에 대한 시선을 '삶의 연장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예순잔치를 하고 칠순잔치를 하듯, 생전장례식도 충분히 소중하고 기념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살 것인가'는 이미 제목에서 예고를 하듯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작가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소신껏 행복하게 지내는 것. 원하는 인생을 스스로 설계하고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한다. 어떤 시각에서는 너무나 당연하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얘기인 듯 쉬워 보이지만, 그 질문과 결론에 닿는 이야기들을, 작가는 한 권의 책 속에 빼곡하게 담는다. 중간중간 자신의 얘기를 재밌게 섞어가며, 작가, 정치인, 보건복지부 장관, 사회연구소장 등을 거치며 살아온 그 버라이어티 한 삶의 양념을 치면서..


의외로 작가가 가장 부러워하는 사람이, 작가로서의 본받을만한 노벨문학상 수상자도 아니고, 역사 속 위인도 아닌 '크라잉넛'이라는 록밴드라고 얘기하는 것처럼,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여러 대답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라고 단편으로 전달하는 것 같다. '이방인'과 '페스트'로 유명한 카뮈를(카뮈의 고전소설도 조만간 서평 하겠습니다) 비롯해, 영국의 극작가 버나드 쇼의 얘기들도 결국엔 '즐겁게 일을 한 인물'로 귀결된다.


'자신이 즐거워하는 일' 책의 결론과도 같은 이 핵심 스토리와 관련하여 가슴속 긴 울림을 준 멘트가 있다.

"열정과 재능의 불일치는 회피하기 어려운 삶의 부조리이다. 그러나,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일이기만 한다면 재능이 조금 부족해도 되는 만큼 하면서 살면 된다"

한참이나 글귀를 쳐다보며 뭉클하기도 하고, 멍하기도 하고, 암튼 잠시 동안 쳐다보게 되는 문구였다.

나는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반대로 생각하며 살았다. 열정보다는 재능이 먼저였고, 재능을 살려야 먹고살 수 있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남들이 가진 열정보다는 재능을 부러워하고, 따라잡기 위해서 노력했다. 심지어, 아들이 축구선수가 꿈이라고 얘기했을 때, 응원을 하면서도 속으로는 '넌 재능이 없는데..'라고 하며 다른 재능을 찾아줘야겠다 마음먹은 못난 아빠이기도 하다.


성적에 맞추어 대학을 진학했고, 전공을 결정하고, 취업을 하고, 이 일이 가장 잘하는 일이라 치부하며 살아왔다. 부끄럽지는 않지만, 아쉬움은 가득하다.

열정에 가중치를 두고 무언가를 결정하는 일. 꼭 정답이 아닐 수는 있지만, 결론에 이르게 되는 과정조차 경험해보지 않았다면 정답을 운운할 순 없을 것이다. 미래는 결정되지 않았고, 과거는 변하지 않는다. 손댈 수 있는 건 오로지 현재뿐이다. 현재를 건드려보자. 터치해보자. 열정이 따르는 그 무언가를..

이전 04화Getting more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