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장자를 만났다

서평 2020_5

by 홍실장

한때 한국에서 사극이 유행일 때가 있었다. '대장금' '이산' '동이' 정도가 내가 기억하는 드라마인데, 최근 몇 년간은 이러한 정통사극에서 약간은 벗어난 '신사극'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젊은 감성의 드라마도 많은 것 같다. 내가 기억하는 사극이란, 왕을 가운데 두고 당파싸움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그 사이에서 왕후나 빈들의 혈투가 벌어지고, 늘 '명분'이란 말을 달고 사는 선비들과 진절머리가 나는 성리학적 사고에서 오는 역사의 실수들.. 그런 것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바로 공자왈. 맹자왈.


개인적으로 공자나 맹자의 관련된 내용을 볼 때면 뭔가 가슴이 답답했다. 모든 사물을 '군자'의 틀속에 가두어 바라보니, 공부도 싫고 책도 싫은 내가 적응이 될 리가... 군자의 길 따위 지나가는 개에게나 줘버리고 밖에 나가서 축구나 한게임 하는 것이 더 좋다.

장자는 그런 측면에서 나와 비슷하다. 세상의 진리를 얘기하는 공자를 우스꽝스러운 노인네로 만들어버리는 장자라는 인물은 무위(無爲) 사상을 내세운다. 무위란 한마디로 doing nothing이다. (직선형 언어인 영어 뜻이 더 심플하다) 그렇다고 해서 자칫 오해할 수 있는데, 그런 오해 역시 작가에게는 예측 가능한 상황이라 친절하게 설명된 부분도 있다.


느끼는 바가 많은 책이다. 장자가 얘기하는 무위를 기본으로 깔고 다양한 동서양의 비슷한 일화들을 소개하며 얘기를 풀어나간다. 늘 바쁘게 급한일을 처리하느라 중요한 일은 항상 뒷전인 현대인들, 경쟁과 승자독식을 인정하고 학력차별이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는 소신을 지난 젊은 세대, 산골짜기 묵언 수행자들이나 실천할 수 있는 삶에 득달할 방법을 찾으면서 무너진 자존감을 애써 끌어올리려고 발버둥인 기성세대들.. 어찌 보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그럴듯한 포장지로 자신을 덮고 살수 밖에 없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야 하는 우리의 팔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인지, 이 책에서 얘기하는 '무위'가 더욱 가까이 와 닿는지도 모르겠다.


세상 모든 것은 존재 그 이유가 있고(똥과 오줌에도 '도'가 있다), 쓸모없는 나무 이야기를 통해 그 쓸모로 인해 삶이 괴로워짐을 이야기한다. 답답함을 참지 못해 기다려주지 못하고 대신 나서서 해주는 행동들에 '신주가 제사상을 넘고 싶은 유혹'이라고 표현한 부분은 절묘한 재미도 있다.


"미래는 결정되지 않았고, 과거는 바뀌지 않기에, 손댈 수 있는 건 오로지 현재뿐이다."

이제는 내 좌우명과도 같이 되어버린 장자의 가르침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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