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 세대, 낀 세대, 신세대

2020_9

by 홍실장

한때 인터넷에 재밌는 말이 떠돈 적이 있다.

"남북통일보다 더 시급 한 건 세대 간 갈등 해소다."

북쪽에는 핵이 있고, 남쪽에는 중2가 있다는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다. 한편으로는 재치 있다고 생각이 되면서도, 이면에 숨어있는 심각성을 한편으로 느끼게 되는 말이다.


코로나19라는 거대한 이슈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어서인지, 코로나19 이전에 여기저기서 시끄럽게 들리곤 했던 세대 간 갈등은 좀 잠잠해진 듯하다. 사람과 사람이 모여있는 곳에 트러블이 없을 수야 없겠지만, 특히 조직 내 세대갈등은 비단 정치적인 성향을 차치하더라도 그 심각성이 결코 작지는 않았다. 이 책은 현재 우리 회사들이 겪고 있는 조직 내 소통 문제의 원인을 세대 간 갈등으로 짚고 있다. 어찌 보면 시대를 잘 맞추어 나온 책인 것이다.


대한민국의 경제개발을 일궈오며, 유신독재 시절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목소리를 냈던 베이비부머 세대.

기성세대의 눈치를 받으며, 오렌지족, 락카페 등의 신문화를 만들었지만, 지금은 애매하게 껴버린 낀세대.

그리고 밀레니얼 세대라고도 부르는, 뼛속까지 디지털인 MZ세대.

이 세 세대들이 한 곳에서 함께 어울리는 곳은 가족과 회사뿐이다. 가족은 혈연관계라는 피로 이어진 관계이다 보니, 무한 사랑과 무한 용서로 인해 그 관계가 유지되지만, 회사는 엄연히 사회적 공간이다 보니, 관계가 늘 불안하고 위태위태하다. '꼰대'라고 불리며 젊은 시절 겪었던 부당함이 자연스레 법칙이고 순응이 되어버린 베이비부머 세대와 공공의 연대의식보다는 개인의 삶에 가중치를 가지고 있는 MZ세대, 그리고 그 가운데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불쌍한 나의 세대, 낀세대. 이들이 동일한 하나의 사물을 바라보는 각기 다른 시선과 생각, 그리고 행동을 이 책에서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서술하고 있다.


비슷비슷한 사례들의 연속이다 보니, 조금 지루한 느낌이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 책을 읽고 나면 나와 다른 세대들에 대한 조금의 이해가 따라온다. 기업의 목적에 대한 서로 다른 생각들, 취업/퇴사 등에 대한 견해들 뿐만 아니라, 회식이나 야근 등에 대한 소소한 사회생활들도, 이 책에서는 자세히 그 차이와 이유를 다룬다. 소통을 위한 해결방법은 결국엔 '진정성'이라는 뻔한 결론에 이르긴 하지만, 각 에피소드들이 일어나는 배경과 발단 만으로 상대를 이해하기에는 좋은 사례가 되기에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부분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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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 보면 나와 같은 중간관리자(낀세대)들의 역할이 중요하게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강한 양쪽의 사이에 껴서 우물쭈물하게 되는 애매한 자리에 서 있다는 현실에 조금은 서글퍼지기도 한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확고한 대의명분이 있고, MZ세대에게는 키보드 몇 번만 치면 서로 모르는 사이에도 벌떼처럼 들고일어나 함께 동조해주는 10만 대군이 있는데, 우리 낀 세대는 기껏해야 친구나 지인들과 함께 소주 한잔 마시며 쓸쓸하게 시간 보내는 것이 전부다. 마치 군대에 있을 때, 병장과 신병들 사이에서 죽어라 일만 하고, 대우는 받지 못하는 '일병'시절이 떠올려지는 건 비단 나만은 아닐 것이다.






어느 시대에나, 어느 나라에나 세대 간 갈등은 존재한다.

그러나 관계주의적 성향을 가지고 있는 한국인들에겐 그 갈등은 더 크고 해결하기 어려워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과거에 여러 세대가 한 직장에 있었던 경험이 많지 않았던 것에 비해, 과학과 의료기술의 발달로 기대수명이 점점 높아져 여러 세대가 함께 공유하는 공간이 많아지는 것은 어쩌면 필수적으로 겪어야 할 숙명처럼 보인다. 기본적으로 사유력(思惟:대상을 두루 생각하는 일) 결핍이 큰 베이비부머 세대가 사회계층의 위쪽에 혜안가의 모습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디지털 지식으로 인해서 자존감과 자기애가 강한 열정 만랩의 완벽주의자도 문제다. 더구나 이 두 측면은 자기 식으로 일이 진행되어야 직성이 풀리는 폭발성 강한 조합이다 보니, 가운데 낀세대는 맨몸으로 그 폭발을 받아내어 상처 받기 일수다.



절대적으로 낀세대에게 위로가 필요하다.

그들에게 윤활유를 칠해줘야 전체 조직이 부드럽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모든 세대를 변화시킬 수 없고, 이해시킬 수도 없으니, 양쪽 바퀴를 이어주는 축에 기름을 쳐줘야지 않겠나? 책은 모든 세대의 이해와 진정성을 바라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사회가 이 불쌍한 '낀세대'에 집중 케어를 해줬으면 좋겠다. 그래야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억지스러운 접근을 하여 일을 키우는 부작용을 내기 보다는, 자연스러운 시대의 흐름으로 흘려보낼 수 있을 것이다. '낀세대'라 하여 중책을 받은 것처럼 우울해할 필요는 없다. 우리도 오렌지족이라 하여 개성 있게 보냈던 시간이 있고, 시간이 지나면 베이비부머 세대에 위치하게 되면 '낀세대'는 지금의 MZ세대가 될 것이다.


전국의 '낀세대'들이여..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도 꿋꿋하게 버티며 좋은 방향으로 살지어다. 그리고 덧붙여 나를 위한 '커렌 시아'(마지막 일전을 앞둔 투우장의 소가 잠시 쉴 수 있도록 마련해놓은 곳, 재충전의 공간)를 갖는데 눈치 보지 말자. 우리에게 '커렌 시아'는 사치의 장소가 아닌,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유의 개인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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