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기의 전쟁사

2020_10

by 홍실장

강사를 준비하는 나로서는 오래전부터 아주 익숙한 이름의 작가다.

한동안 인문학/사회학 열풍에 아주 시기 좋게 나타나셔서 좋은 이미지로 TV에서도 많이 봤었는데, 할 얘기는 꼭 하고야 마는 성격으로 인해서, TV 같은 대중매체보다는 유튜브와 같은 곳에서 더 편하게 방송을 하고 계시는 것 같다. 가끔 한 번씩 유튜브에서 강의하시는 것을 보면, 강의로 좋은 내용과 지식 전달로 청중의 앎의 내공을 키워주시는 것뿐만 아니라, 안티 양성에도 꽤 힘을 쓰시는 것 같이 보인다. ㅋㅋ

(원래 이분이 자신을 뭐라고 소개하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서평의 자리이니 작가라고 칭하는 게 맞다고 싶었다)


보통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한다.

모든 역사책이 승자의 관점에서 정리되어 있기에, 그 시대의 승자들로 인해서 과거의 위인이 역적이 되기도 하고, 반대로 역적이 위인으로 둔갑하기도 한다. 둔갑술은 당사자가 사용하는 게 아니라, 역사가들이 가지고 있는 재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최진기 작가는 역사를 패자의 관점에서 바라본 내용을 서술해서인지 좀 새롭다. 이 책은 총 1,2권으로 되어 있는데, 1권은 고대와 중세 전쟁사를 다루고, 2권은 근현대사에 일어났던 전쟁들을 다루고 있다. 두 권을 다 읽기는 했지만, 개인적으로 근현대사를 좋아해서 2편에 대해 얘기해볼까 한다.

2편은 임진왜란부터 시작을 한다. 임진왜란에 이어 30년 전쟁 - 아편전쟁 - 청일전쟁 - 1차 세계대전 - 2차 세계대전 - 베트남 전쟁 순으로 목차가 되어 있다.






우리는 임진년에 일어난 일본의 침략(임진왜란)과 관련해서, 전쟁 초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원인에 대해, 일본이 가진 조총이라고 하는 무기에 초점을 맞추어 많이 얘기한다. 선조가 왕으로써 능력이 떨어지기도 했고, 당시 정치적인 문제로 인해서,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묻혀버리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조선과 일본이 가진 군사력 차이에 가중치를 두어 전쟁의 패배를 이해했다. 작가 최진기는 이 부분에 대해서 분명한 목소리를 낸다. 당시에 조총은 소리만 컸을 뿐, 화살보다 멀리 날아가지도 않고(사정거리가 짧았다), 명중률 또한 떨어졌으며, 비가 심하게 오거나 바람이라도 세차게 부는 날에는 심지에 불을 붙이기도 어려웠다. 게다가 한번 쏘면 다시 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었으니, 아무리 대열을 나눠서 훈련이 잘 되었다고 해도 화살보다는 느릴 수밖에 없는 무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오다 노부나가나 가토와 같은 왜장들의 조총부대를 막지 못해, 전쟁에 패배했다고만 배워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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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보면, 이순신 장군의 업적이 알려진 만큼, 선조의 무능함 또한 알려졌어야 하는 게 맞다. 조총이 문제가 아니라, 당시 왕이 무능하고 멍청해서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해 전쟁에서 패배했다고 전해 들었어야 맞는 것이다. 비가 오면 사용도 할 수 없는, 저 소리만 큰 조총을 가지고 공격을 해왔음에도, 부정부패와 당파싸움에 휩싸여 정사를 제대로 보지 못한 무능한 왕이었다고 해야 하는 것이 제대로 된 역사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숨기고 싶은 잘못도, 이순신 장군의 위대한 승리도, 모두 똑같은 우리 역사이기에..






패자의 관점으로 본다는 것이 무엇일까?

우리에겐 익숙지 않은 관점일 것이다. 우리가 늘 배우고 봐 온 역사는 전부 승자의 관점이었고, 특히 한국 역사와 관련해서는 일부 왜곡되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진실인 듯 알고 살아왔다. 개인적으로 역사는 인문학/사회학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절대 왜곡되어서도 안되고, 누군가에 의해서 숨겨져서도 안되며, 있는 그대로 사실 그대로 계속 이어져 전달되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아주 조금의 아쉬움이 있다. 전쟁의 배경과 전개 등으로 채워지는 내용들에 더해, 작가 개인의 의견이 아주 깊이 있게 좀 더 많이 다뤄졌다면 어땠을까.

개인적으로, 최진기 작가가 강사로써 내뱉는 그 거침없는 논설을 책 속에서도 기대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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