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이슈 때리기.. (2020년 12월~ 2021년 1월 3일)
기본적으로 나는 TV와 친하지 않다.
10살 이전의 꼬꼬마 아이일 때, 일요일이면 일찍 일어나 TV에서 보여주는 각종 만화들을 섭렵하던 기억이 전부일 정도이다. 10살 이후로는 TV가 아무리 "친구야 놀자"라고 애원해도, 집 밖에 나가 친구들과 어둑어둑 해질 때까지 노는 것이 좋았고, 울 엄니를 포함해 동네 아주머니들 중 누군가가 저녁 먹자~라고 하기 전까지는 늘 밖이 좋았다.
그런 내가 유일무이하게 보던 프로가 '무한도전'이었는데, 그 프로그램에서 설민석의 한국사 강의를 처음 본 기억이 있다. 그 이후로 (나는 잘 보지 못했지만) TV 속 많은 프로그램에서 설민석은 꽤나 유명해진 모양이다.
그러다가 다시 그의 이름을 본 것이, 10살 아들이 좋아하는 책 제목에서였다.
'설민석의 한국사 대모험'
한국사를 만화로 엮은.. 딱 우리가 어릴 때 보던 '먼 나라 이웃나라'의 2020년판이다. 초딩들에게도 설민석이 유명해진 건지 아니면 이야기를 재밌게 풀어낸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우리 집 10살 꼬맹이가 즐겨보는 TV 프로그램을 미루어 짐작해보면 아마도 후자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리고, 이번 이슈를 통해 다시 한번 그의 이름을 접하게 되었다.
학문적인 관점, 대부분의 학문들은 선생님 혹은 강사에 따라 아주 큰 영향을 받는 것 같지는 않지만, 역사는 다른 학문들과는 조금 다른 것 같다. 내 학창 시절을 떠올려봐도, 선생님의 스타일에 따라서 한국사는 무척이나 재밌어했지만, 반면 세계사는 무조건 외우기만 했던 기억이 있다.
역사는 이야기다. 그 이야기를 재밌게 받아들여 내 지식으로 만들지에 대한 여부는, 받아들이는 사람이 아닌 얘기하는 사람에 따라 결정되는 부분이 분명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오랜 시간(학사, 석사과정 모두) 역사를 공부한 사람은 가진 이야깃거리가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런 관점에서 설민석은 성공한 사람이다. 그가 가진 학문적 내공(석사과정의 시간만으로)이 얼마만큼인지는 모르겠으나, 이야기를 재밌게 풀어나가는 재능은 분명 뛰어난 것 같다. 물론 성공은 재능만으로 이루어진다고는 믿지 않는다. 성공을 위해서는 재능뿐만 아니라, 시대, 흐름, 기회, 노력, 운 등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타이밍 좋게 떨어져야 결실을 맺는다고 믿는다. 분명, 뛰어난 이야기꾼, 예능인, 그리고 '전달자'로서의 그는 성공한 사람이다.
개인의 노력과 재능에 기회나 운까지 따라주었으니, 그는 주변을 볼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라고 하는 생각도 있었을지도 모른다. 불이 제대로 붙은 폭주 기관차는 앞만 보게 되어 있다. 주변 따위 돌아볼 여유가 없다.
그래서 더 아쉽다. 조금 더 천천히 가려했으면 어땠을까.
사람들이 그를 예능인으로 봤던 역사 강사로 봤던, 혹은 그가 그런 이미지를 의도했던 안 했든 간에, 여기저기서 그를 필요로 할 때, 조금 덜 노출되었으면 어땠을까.
다시 말하지만, TV를 잘 보지 않는 나에게는 그에 대한 어떠한 좋고, 나쁨의 이미지가 없지만, 최소한 아이들이 좋아하는 역사책의 저자라는 점에서 이번 이슈와 그의 퇴장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그가 좋은 사람인지, 악한 사람인지 알 수도 없고, 솔직히 관심도 없다.
알지 못하는 사람을 겉만 보고 욕할 생각도 없고, 무슨 사정이 있었겠지 하고 너그러울 생각도 없다.
다만, 분명 욕심이라는 달달한 열매가 끌어당겼으리라 생각한다.
그 달달한 것을 통해서 무엇까지 얻으려 했을까..
그리고 그 무엇을 얻기 위해, 이기려고 무리수를 둔 것은 그 자신의 한계를 또 뛰어넘기 위해서였을까, 고집스럽게 한결같은 세상 위에 올라서기 위해 였을까..
성공이라는 달달한 열매가 왔을 때,
그때의 심정과 상황이 어떻게 변하는지는, 성공해보지 않은 나로선 알턱이 없지만,
그 달콤한 맛 뒤에는 분명 쓰디쓴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쓰디쓴 무언가의 유혹은 달콤한 만큼이나 뿌리치기 어려운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