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평범한 일상도 트렌드가 되어버린 시대
잘 쓰고 있던 에어팟이 고장 나 줄 이어폰을 다시 찾게 되었습니다. 노이즈 캔슬링의 익숙함에서 벗어나니, 제가 생각보다 마주하는 소리들이 많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버스의 안내방송 소리, 카페에서 사람들의 목소리, 가게에서 들리는 음악 등 정말 수많은 소리들이 있었지만 그동안 제가 듣고 싶었던 소리만 골라왔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세상에는 참 많은 소리들이 있었는데 말이죠.
이렇게 줄 이어폰을 사용한 지 2주쯤, 친구가 제게 말했습니다. '요즘 줄 이어폰 쓰는 게 유행이라던데 너도 따라한 거야?'
찾아보니 이미 국내, 해외에서는 줄 이어폰을 쓰는 것이 일종의 트렌드가 되었더군요. 다들 무선 이어폰을 사용할 때 남들과는 달리 줄 이어폰을 쓰면서 차별성을 보여주고 빈티지 소품으로 활용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미 줄 이어폰을 쓰는 셀럽들의 모습은 화제가 되었고 그들의 모습만 따로 모아놓은 인스타그램 계정도 있을 정도였습니다.
줄 이어폰을 사용했던 것이 그렇게 오래된 일도 아닌데 벌써 빈티지 소품 취급을 받는 모습에서 잠시 헛웃음도 나왔습니다.
A : 세대 타령 좀 그만... 줄이 있는 거든 없는 거든 자기가 쓸 때 좋은 거 쓰면 그만이지 뭐...
B : 가만히 있었더니 트렌드가 되었다.
C : 그냥 개취. 내 취향으로 무선은 꼭 뿌리 자른 콩나물 같아서 안 예쁘게 느껴졌을 뿐..
-'돌아온 줄 이어폰, Z세대가 꽂힌 이유는?'(BBC) 유튜브 쇼츠의 댓글 중
줄 이어폰을 Z세대의 유행이라고 말한 유튜브 콘텐츠의 댓글 중에는 신기하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세대 유행'이라는 워딩에 지쳤다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본인은 그저 평소처럼 줄 이어폰을 사용했는데, 이게 유행이 되었다는 점이 어색하다고 이야기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어투는 다르지만 그래도 몇 가지는 분명해 보였습니다.
1) 본인의 취향에 따른 선택마저 '트렌드'로 해석될 경우, 사람들은 피로감을 호소한다.
2) 취향은 세대로 구분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 말 그대로 개인 취향이다.
3) 줄 이어폰이 빈티지로 느껴질 만큼 세상은 빠르게 변했다.
개인의 취향, 평범한 일상마저 얼마 지나지 않아 트렌드가 되어버리는 요즘. 어쩌면 트렌드를 놓치지 않고 빠르게 따라가는 방법은 지금의 일상을 잘 기억하고 만끽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참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