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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지바른 Oct 18. 2022

영감을 얻는 공간, 문화역 서울 284

인사이트가 필요할 때마다 들리는 서울 한복판 #2

서울역 앞, 두 역사가 공존하는 공간


두 서울역의 공존은 참 이질적이다

서울역 앞은 참 특이한 공간입니다. 유리로 번쩍이는 역 옆에 벽돌로 쌓아 올린 건물이 같이 존재합니다. 대비되는 두 역사가 공존한다는 말로 표현할 수 있을 거 같네요.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며, 두 시대의 승강장이 공존합니다. 

역사(歷史) : History
역사(驛舍) : Station

구 서울역은 이제 문화역 284라는 이름으로 문화예술 승강장이 되었습니다. 시대적 한계를 넘어 용도와 상관없이 공존하고 변화하는 모습. 그래서 제가 상당히 좋아하는 지역이자 공간인 거 같네요.


내가 지금까지 어떻게 누워 있었더라

지난 8월 다녀왔던 문화역 284 나의 잠 전시회

문화역 284는 다소 엉뚱한 공간이 되기도 했습니다. 지난 8월 다녀왔던 '나의 잠, My sleep' 전시회는 말 그대로 현대인들의 잠을 다루고 있었습니다. 잠과 휴식을 기차가 다녔던 역사에서 어떻게 풀어낼지 상당히 궁금했습니다만,

진짜 사람인지 한참을 보고 있었다

입구에서부터 그 엉뚱함에 웃음이 나왔습니다. 잠과 휴식을 가장 직관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바닥에 누워있고 앉아 있는 사람'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니. 


사실 제가 지금까지 어떻게 쉬고 있는지, 어떻게 누워있는지 살펴볼 기회는 없었던 거 같습니다. 입구에서부터 저는 '내가 지금까지 어떻게 누워있었더라'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을 멈칫하게 만드는 방법은 어쩌면 '인지하지 못했던 일상의 자세'를 돌아보게 만드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해봤던 거 같네요. 



서울의 중앙에서 낮잠을 잘 수 있다면

전시회 복도에는 느닷없이 침대가 있었다

평일 낮이었기에 사람들도 없었고 나른한 시간이었습니다. 잠을 다루는 전시회답게 침대들은 많았지만 방문객이 직접 누워 볼 수 있는 침대도 있었습니다. 


혼자 전시회를 갔기에 시간도 여유가 있겠다, 커튼을 치고 40분 정도 누워있었습니다. 적막이 흐르는 전시회장에서 낮잠이라니. 단언컨대 지금까지 잤던 낮잠 중에 가장 상쾌했고 참신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사실은 잠시 눈만 감아야겠다 하고 누웠는데 시간이 꽤 흘렀더라고요. 지금이 아니면 또 언제 평일 낮, 방해 없이 서울의 중앙에서 누워있겠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보다 더 잠을 직관적으로 다루는 전시는 없겠다 라는 생각은 더욱 강해졌습니다. '잠 전시회에서 잠을 잤다' 보다 확실한 후기는 없지 않을까요.



공공이라는 단어를 다시 보다

공모전 팀원들과 함께 간 공공디자인 전시회

PR 유형의 광고공모전에 참여하면서 '일상, 공공성'에 대해 많이 고민했었습니다. 때마침 문화역에서 공공디자인 전시를 했기에 팀원들과 무작정 달려갔고, 우리가 생각보다 '공공'이라는 단어를 재미없게, 어렵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아워레이보 <당기세요!>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당기세요!'였습니다.

<당기세요! PULL>는 지팡이처럼 생긴 파이프에 가느다란 줄이 달려있고, 이 줄을 당기면 의자와 연결된 바퀴가 달린 조명이 켜집니다. 그리고 조명은 내 자리가 아닌 다른 자리를 비춥니다.

나의 행동이 내가 아닌, 타인을 빛나게 하고, 보이게 하는 경험입니다. 

나의 행동 혹은 참여가, 타인의 '있음'을 생각하게 하고, 서로의 존재를 빛나게 합니다.

-작품 설명 中


누군가의 이야기를 자세히 볼 수 있다면

'공공'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공공기관의 딱딱함이 연상되었지만 이번 전시를 다녀온 이후부터는 생각이 조금은 달라졌습니다. 

일상의 이야기, 하물며 인간을 넘어 곤충의 영역까지 모두 '공공의 영역'에 포함되며 그것을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공공디자인'이다.

딱딱하게만 느껴졌던 단어를 다시 생각해보게 만들었고, 공공디자인이 무엇인지 저만의 정의를 내려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인사이트를 얻을 때는 문화역으로

여긴 과거 서울역의 식당이었다고 한다

문화역284는 전시 콘텐츠도 풍부하지만 그 건물, 그 지역 자체가 주는 인사이트가 압도적인 거 같습니다. 

-건물의 용도는 절대적이지 않다.
-완전히 대비되는 풍경이 오히려 참신한 인상을 만든다.
-나이가 많아도 직접 만져보고 직접 누워볼 수 있는 경험이 재밌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도 서울역 앞을 거닐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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