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보고서, 공모전 기획서, 자기소개서까지
2학년 대학 기말고사가 끝나고 교수님이 말씀하셨습니다. 교수님은 1년 간 학생들의 보고서, 시험 답안들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을 솔직하게 들려주셨죠.
여러분, 미안하지만 여러분들이 3,4시간 투자해서 쓴 황금 같은 보고서도 저에게는 몇 백개의 글 중에 하나입니다. 특별하지 않아요.
그리고 그 몇 백개는 다 제가 혼자 읽어요.
그렇다면 당연히 읽는 사람을 생각해서 글을 좀 더 친절하게 쓰셔야 하지 않을까요?
-교수님의 말씀1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나에게는 애지중지해서 만들었던 보고서, 논문도 교수님 즉 읽는 사람에게는 수백 개의 글 중에 하나에 불과했다는 사실.
기가 막힌 문체, 자료조사가 담겨 있는 소중한 제 보고서가 모두에게 소중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사실.
글을 친절하게 적으라는 것은 다른 게 아닙니다.
단순히 양을 채우겠다는 생각으로 줄글로 채워진 글이 아니라,
첫 장에는 요약, 중간에는 적절한 사진-도표, 마지막에는 정리를 넣는 것처럼 읽는 사람의 시간과 고생을 배려하는 글을 부탁하는 겁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제대로 타인에게 글로 전하고 싶다면 그 타인이 당신의 글을 읽는 상황을 고려하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 합니다.
-교수님의 말씀2
교수님이 지적한 부분들은 제가 깊게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습니다. 내 생각을 분명하게 전하고 싶다면 당연히 내 생각을 들을 사람들을 생각했어야 합니다.
발표는 청중이 앞에 있지만, 내 글을 읽는 사람은 눈앞에 보이지 않으니까요.
그러기에 글의 내용은 더 가볍게, 글의 구성은 더 단단하게. 자신의 글을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태도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어렵습니다. 좋아하는 주제 혹은 자신 있는 분야에 대한 글은 길어지기 마련이고, 모든 내용이 꼭 들어가야 할 거처럼 보입니다.
반복적인 내용, 불필요한 문장, 어려운 단어, 줄글 등 의식적으로 피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내 머리에서 나온 것들과 헤어지는 것은 어려우니까요.
하지만 '내 글은 모두에게 나만큼이나 특별하지 않다'라는 생각으로 가감 없이 덜어냈던 보고서, 기획서, 자소서가 더 좋은 평가를 받았던 것을 돌이켜 본다면 '글쓰기의 객관화'는 분명 효과적인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