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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빈락 Oct 20. 2024

더 와이프

나에게 쓰는 영화 감상문

더 와이프 (The Wife)는 조셉 캐슬먼이라는 유명한 작가와 그의 아내 조안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야. 영화는 조셉이 노벨문학상을 받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루고 있어. 근데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성공 뒤에는 사실 숨겨진 비밀이 있었어. (스포일러 알지?)


이야기는 조셉이 노벨상 수상 소식을 듣고 기뻐하는 장면에서 시작돼. 조안도 그와 함께 기뻐하는데, 뭔가 복잡한 감정이 담긴 얼굴을 보여주지. 이 두 사람은 스웨덴으로 노벨상 시상식을 위해 떠나는데,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의 관계가 조금씩 뒤틀리기 시작해.


영화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 과거로 돌아가 보면, 조안은 젊었을 때 굉장히 재능 있는 작가 지망생이었어. 조셉은 당시 문학 교수였고, 둘은 사랑에 빠지게 되지. 하지만 그 시대는 여성이 작가로 성공하기 힘든 시기였어. 조안은 자신의 글을 발표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결국 자신의 재능을 포기하게 돼. 그리고 조셉의 이름으로 글을 쓰기 시작하지.


다시 현재로 돌아오면, 조셉은 자신의 문학적 업적을 인정받고 칭송받으면서도 계속해서 자신이 진짜 천재 작가라는 듯이 행동해. 조안은 남편의 성공을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해 온 지난 세월을 떠올리며 점점 더 속이 타들어 가지.


스웨덴에서는 조셉의 전기작가인 나다니엘 본이라는 남자가 등장해. 그는 조안에게 조셉의 성공이 진짜 그 자신의 실력에 의한 것이 아니란 의혹을 던져. 조안은 이를 부인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선 그 비밀이 폭로될까 두려워하지.


조셉은 여전히 자신만의 성공에 도취되어 있지만, 시상식이 다가올수록 조안은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돼. 그가 수시로 드러내는 그 얍삽함과 찌질함에 지친 거지. 조안은 남편에게 자신이 오랫동안 그의 모든 작품을 써왔고, 그가 받는 명예는 사실 자신의 것이라는 걸 상기시키지만 조셉은 처음에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이 여전히 중요한 존재라고 변명하지.


결국 조안은 남편과의 관계를 끝내기로 결심해. 그녀는 더 이상 자신을 남편의 그늘 아래에 숨기지 않고, 이제 자신만의 삶을 살겠다고 다짐해. 조셉은 여전히 자신의 명성을 유지하려 하지만, 조안은 과거를 털어내고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결심하지.


영화의 마지막에서는 전기작가가 조안에게 남편의 이야기를 책으로 쓰자고 제안하고, 조안은 이를 거절해. 그녀는 남편의 진실을 세상에 알리는 것보다는 이제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로 한 거야. 영화는 조안이 혼자 비행기를 타고 스웨덴을 떠나는 장면으로 끝나. 조용하지만 강렬한 결말이지.


내가 볼 때 마지막에 진실이 폭로되는 반전 같은 것은 없고 그냥 차분한 톤으로 진행돼. 영화가 흘러가면서 군데군데 얍삽한 조셉의 찌질함을 점강법으로 드러내는 방식이지. 품위 있게 늙은 한 작가의 모습으로 영화 첫 부분에 나타나지만, 영화가 보여주는 그의 과거 모습은 인상부터 무척 뺀질뺀질해 보여서 자연스럽게 조안이 주인공임을 인식하게 된달까.


더 와이프는 아주 차분한 톤으로 진행되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매우 깊어. 여성의 희생과 그들이 감내해 온 삶을 매우 섬세하게 다룬 작품이야.


그의 찌질함을 불편해하면서 반면교사로 삼아보자.


영화 초반에 조셉이 노벨문학상을 받게 됐을 때, 그는 처음엔 아주 기뻐하면서 조안과 그 소식을 공유해. 하지만 이 장면에서부터 미묘한 이기심이 보여. 조셉은 그 상이 마치 자신이 혼자 이뤄낸 성과인 양 당연히 여겨. 이 장면에서 조셉은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작가인지를 계속해서 과시하며, 조안에게 고마움이나 감사의 표현은 전혀 하지 않아. 오히려 그동안 조안이 자신을 위해 해 왔던 일을 완전히 무시해 버리고, 자신만의 업적으로 여기는 모습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기적인 사람의 본모습을 보여주지.


스웨덴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조셉과 조안이 잠깐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있어. 여기서도 조셉의 본성이 드러나지. 조셉은 자신이 곧 노벨문학상을 받는다는 사실에만 몰두해 있고, 조안은 그를 지켜보면서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있어. 조안이 한숨을 쉬며 "나는 너를 위해 나의 재능을 포기했어"라는 뉘앙스의 대사를 던지자, 조셉은 이를 슬쩍 흘려넘기면서 그저 웃으며 "너도 내 성공을 자랑스럽게 여겨야지"라는 식으로 대답해. 이 장면은 조셉이 조안의 희생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무책임함을 그대로 보여주지.


조셉은 시상식에 앞서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작가인지를 강조하고, 자신이 문학계에 끼친 영향을 자랑하지. 그런데 이 인터뷰 장면에서 조안은 그저 조셉의 그림자처럼 뒤에서 묵묵히 서 있어. 기자들이 조안에게 질문을 던지지 않는 장면이 더해지면서, 그녀가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숨겨져 있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어. 더군다나, 조셉이 조안의 역할을 인정하거나 언급하는 장면은 전혀 없지. 이는 그가 아내의 헌신과 재능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다는 증거야.


조셉이 과거에 학생이었던 조안과의 관계를 시작하면서도, 그는 이미 유부남이었어. 이때부터 조셉의 무책임함과 이기심은 드러나기 시작하지. 조안은 자신이 그를 사랑한다고 느끼고, 그와의 관계를 위해 많은 것을 포기했지만, 조셉은 여전히 자기중심적인 태도로 일관해. 더 나아가, 영화 중반부에 조셉이 여전히 다른 여성과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데, 조안이 이를 알아챘을 때도 그는 크게 반성하지 않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 여기서 조셉의 이기적이고 찌질한 본모습이 다시 한번 확인돼. 그는 늘 자신의 욕구와 이익을 최우선으로 두고, 조안을 계속해서 이용하고 있는 셈이야.


이 장면이 가장 결정적이야. 노벨상 시상식이 끝난 후, 호텔 방에서 조안과 조셉이 대화를 나누는데, 여기서 조안은 오랜 침묵을 깨고 진실을 상기시키지. 자신이 사실상 모든 글을 썼으며, 조셉의 명성은 자신의 희생 덕분이었다는 걸 말해. 그런데 조셉은 처음에 이를 인정하지 않고, 조안을 설득하려 해. 그는 "이제 와서 우리가 이 사실을 폭로한다고 해서 달라질 게 없다. 모두가 나를 사랑하고, 내가 받은 상은 나의 것이다"라는 식으로 말하지. 조셉은 끝까지 자신의 성공을 놓지 않으려 하며, 오히려 조안을 설득하려고 하면서 자신을 피해자처럼 포장해. 이 대화에서 조셉은 자신의 실체가 드러날까 두려워하면서도 그저 명예와 성공에만 집착하는 비겁한 모습을 보이지. 그는 자신의 거짓 성공을 깨닫지 못하고 끝까지 아내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찌질한 캐릭터야.


결국 조안이 모든 것을 설명한 후에도, 조셉은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을 정당화하려고 해. "우리는 함께 이뤄낸 거잖아"라며 둘의 관계를 부각하려 하지만, 조안은 더 이상 그 말을 듣지 않아. 조셉은 자신의 모든 업적이 조안 덕분이라는 걸 깨닫고도 끝까지 이를 인정하려 하지 않아. 심지어 나다니엘 본이 진실을 밝히려 할 때도, 조셉은 조안을 설득해 이를 막으려 하고, 자신이 성공을 잃지 않기 위해 거짓말을 계속하려 하지. 여기서 조셉은 끝까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고, 남은 명예라도 붙잡으려는 찌질한 면모를 드러내.


이 모든 장면들이 모여서 조셉 캐슬먼이라는 캐릭터의 이기적이고 비겁한 면모를 완벽하게 보여주고, 그가 얼마나 찌질한 인물인지를 낱낱이 폭로하고 있어.


내가 볼 때 그의 찌질함의 원천은 바람끼였다고 봐. 작품 자체를 아내가 썼다고 말할 수 없는 비밀을 간직한 채 살더라도 ‘늘 작품에 대한 영감을 불어넣어 주는 아내의 덕분’이라는 말조차도 하지 않은 것은… 그런 말을 하게 되면 다른 여자와 놀아나기엔 너무 불편?했기 때문 아닐까. 그래서 더 나쁜 놈이라고 생각해.


#안빈락영화 #더와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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