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리빙: 어떤 인생

나에게 쓰는 영화 감상문

by 안빈락

'리빙: 어떤 인생' (Living, 2022) 을사년 설날 안군의 넷플릭스 픽.

1953년 런던, 수십 년간 공무원으로 살아온 한 남자가 죽음을 앞두고 비로소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는다. 올리버 허머너스 감독이 연출하고,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가 각색한 이 영화는 구로사와 아키라의 걸작 이키루(1952)를 영국식 감성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안군은 이 영화를 통해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주인공 로드니 윌리엄스(빌 나이)는 전형적인 공무원이다. 그의 하루는 책상 위에 쌓인 서류를 처리하는 것으로 시작해, 아무런 의미도 없이 흘러간다. 사람들은 제2차 세계대전의 폐허 위에 놀이터를 지어달라고 청원하지만, 그의 손에 들어온 서류는 다시 다른 부서로 떠돌다 원점으로 돌아온다. 무기력한 관료주의 속에서 '일을 하는 척'만 하는 삶. 이것이 윌리엄스의 현실이었다. 하지만 말기 암 선고를 받은 순간, 그는 달라진다.

죽음을 앞둔 그는 처음으로 자신이 남긴 흔적이 없음을 깨닫는다. 그는 아들에게도, 동료들에게도 특별한 존재가 아니었다. 그래서 그는 무언가를 남기고 싶어 한다. 삶의 마지막 순간, 그는 놀이터 건설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건다. 서류 더미 속에서 사라질 뻔했던 작은 청원을 끝까지 밀어붙이고, 결국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를 만들어낸다.

윌리엄스가 마지막으로 그네에 앉아 눈 속에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단순한 연출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가 처음으로 자신의 인생을 후회 없이 받아들인 순간이었다.

영화는 거대한 업적이 아닌, 작은 변화의 힘을 이야기한다. 윌리엄스는 세상을 바꾸지 못했지만, 한 공간을 바꿨고, 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의 노력이 후배 공무원 피터에게 전해지고, 마지막 장면에서 피터가 놀이터를 바라보는 모습은 마치 희망의 씨앗이 싹트는 순간처럼 느껴졌다.

이 영화에서 주연 '빌 나이'는 말수 적고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 않는 캐릭터를 연기하면서도, 눈빛과 몸짓만으로 깊은 감정을 전달한다. 그의 섬세한 연기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를 정도로 강렬했다. 또한, 가즈오 이시구로의 각본은 원작의 정수를 유지하면서도 영국 사회의 특성과 시대적 분위기를 완벽하게 녹여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안군은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일상 속에서 의미 없는 것들에 얽매여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지는 않은가? 지금이라도 내가 진정으로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일에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리빙: 어떤 인생'은 우리에게 삶의 방향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하는 영화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윌리엄스가 눈 내리는 놀이터에서 보여준 미소는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의미 있는 삶을 살아라."

그것이 영화의 주제였겠지만, 안군이 보기에 영화는 가족의 아픔을 눈치채지 못하고 이웃의 헛소문에 더 민감했던 가족의 이야기이다. 아내를 잃고 아들 며느리 밖에 없는 윌리엄스. 복지부동 꼰대 과장. 그는 우연히 만난 불면증 작가, 그리고 잠깐 같이지낸 사무 여직원에게서 인생을 배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칠드런스 트레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