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쓰는 영화 감상문
을사년 설특집 넷플릭스 영화 "칠드런스 트레인(The Children’s Train)", 그러니까 "애들 기차"는 1946년 2차 유럽대전 직후 혼란에 빠진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다. 당시 극심한 가난과 절망 속에서 살아가던 남부 아이들이 '행복의 기차'라 불리던 프로그램을 통해 북부의 가정으로 보내졌던 실제 사건을 중심으로, 어린 아메리고의 성장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린 작품이다. 단순한 시대극을 넘어, 가족, 사랑, 상처, 그리고 치유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깊이 탐구하며 안군에게 묵직한 감동을 선사했다.
영화는 장년의 아메리고가 어린 시절의 가난과 불안 속에서 성장한 기억을 떠올리며 시작된다. 어머니 안토니에타의 냉담함과 사랑의 결핍은 어린 아메리고를 더욱 위축시키고, '행복의 기차'를 통해 북부로 떠나는 과정에서 그는 낯선 환경에 대한 공포와 함께 어머니에게 버려졌다는 불안감을 강하게 느낀다. 특히, 당시 사회의 혼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으로, 노파가 퍼뜨린 "아이들이 시베리아로 보내져 잡아먹힌다"는 헛소문은 가짜뉴스가 진짜보다 더 강함이 그때나 지금이나 같음을 드러낸다.
모데나에 도착한 아메리고는 전직 빨치산 출신의 데르나를 새엄마로 만나며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전쟁으로 연인을 잃은 상실감을 품고 있던 데르나는 아메리고를 따뜻하게 품어주며 새로운 가족의 의미를 일깨워준다. 데르나의 오빠 알치데와 그의 아들들과 함께 생활하며, 아메리고는 바이올린 연주라는 새로운 재능을 발견하고 삶의 활력을 되찾는다. 특히, 알치데가 아메리고에게 바이올린을 가르쳐주는 장면은 음악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 희망을 찾아가는 아름다운 순간으로 영화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다.
영화는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탐구한다. 데르나의 헌신적인 사랑은 아메리고에게 어머니의 부재를 채우는 따뜻한 위안으로 다가오고, 알치데와 그의 가족과의 관계는 핏줄이 아니어도 진정한 가족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어머니 안토니에타는 가난과 절망 속에서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을 잊어버린 듯 보인다. 그녀의 차갑고 이기적인 태도는 아메리고에게 상처를 남기지만, 영화 후반부에서 밝혀지는 그녀의 깊은 모성애는 관객에게 큰 울림을 준다.
1994년, 성공한 바이올리니스트가 된 아메리고는 어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잊고 있던 과거를 돌아본다. 어머니가 전당포에서 되찾아 소중히 간직해왔던 바이올린과 편지를 통해 그녀의 진심을 깨닫고, 오랜 오해와 원망은 사랑과 화해로 바뀐다. 바이올린을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는 아메리고의 모습은 그의 상처와 과거를 극복하고 진정한 성장을 이룬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영화의 마지막은 성공한 아메리고가 어머니의 부고를 듣고 집으로 향하는 모습과 어린 아메리고가 어머니의 냉담함에 실망하고 북부로 향하던 장면이 교차되며, 그의 삶을 관통하는 여정을 상징적으로 그려낸다. 성장, 상처, 그리고 치유를 담아낸 이 영화는 당시 시대의 혼란을 배경으로 인간적인 감동과 보편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오늘 까치설날 저녁 온 가족이 둘러앉아 함께 시청하시기 추천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