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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rector JI Dec 29. 2023

전시해볼까? 해보자!

'잘 하자'보다는 '잘'을 빼고 '하자'로 

겨울이 오기 전 학교 은사님과 오랜만에 소주를 하는 자리였다. 

전통문화를 영상으로 담고 있는 것을 알고 계신 교수님은 전시를 한 번 해보는 건 어떠냐고 여쭤보셨다. 

<KULTURE>를 하면서 '전시도 언젠간 할 수 있겠지..' 생각은 했던 터라 흔쾌히 제안을 받았다. 

그리고 그 이후로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전시 구성의 압박과 예산의 부담은 나를 숨 막히게 했다. 모든 창작물이 세상에 나온다는 것이 그 이면에 엄청나게 많은 노력과 고민이 들어가는 것을 알고 있지만 작은 전시도 정말 쉬운 것 하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생각은 '잘해야 되는데..'에서 지금 아니면 언젠가는 할 텐데 하루라도 빨리 경험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 잡았다. 사실 아내가 "이번 전시에 오빠가 실패의 경험을 해봤으면 좋겠어"라는 말을 해줬다. 아마 아내의 말로 부족한 나 자신이 허황된 꿈보다는 현실로 발 딛게 해 준 것 같다. (가끔 해주는 말이 너무 시리지만..)


그렇게 전시에 대한 일정을 잡고 어떤 내용을 구성할지 기획단에 한 달가량을 보냈다. 제일 중요한 전시제목이 오랫동안 나오지 않아서 고민하다가 거의 막바지에 이름이 나왔다. 전통을 표현하는 여러 수식어들도 활용해 보고 전통이 외면되는 요즘시대에 던지는 말로 써보기도 했지만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다. 조금 더 심연으로 들어가 보았다. 남들이 별로라고 해도 내가 괜찮을 제목... 선생님들이 나에게 작업과정을 설명해 줄 때 표정이 떠올랐다. 반짝거리는 눈동자에 수백 번을 했을 이야기지만 어제일 처럼 말하는 순수함. 분명 소년의 모습이었다. 그렇게 제목을 정했다. <장인이 된 소년>


전시의 형태는 미디어 전시이기 때문에 포스터도 영화 포스터의 느낌이 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촬영하면서 사진을 따로 촬영하지 않아서 우리가 찍은 컷으로 스틸을 잡고 시안 작업을 시작했다. 


 

아직 주철장 선생님을 찾아뵙지 못해서 세분의 포스터만 먼저 sns에 공개를 했다. 전시를 하게 된 계기와 촬영했던 작품을 실물전시해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드렸다. 모두 흔쾌히 허락해 주셨다. 큰 박물관에서 찾아와도 허락해 주시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그래서 기대하지 않았는데 허락해 주셔서 마음이 너무 좋았다. 내년 1월은 아마 전시에 필요한 비용을 모으고 영상을 다시 편집하는 시간으로 아주 바쁠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할 때 그 일의 명분과 결과를 고려하면서 하지만, 나는 태생적으로 그런 사람이 못된다. 그냥 하면서 몸으로 느끼고 다시 부딪혀보는 태도가 체질이 돼버렸다. 아마도 솟아오르는 뜨거운 무언가를 당장 하지 않고 이런저런 잣대로 재는 순간 열정이 꺼지는 성격 탓인 것 같다. 그래서 매번 뜨거운 가슴으로 시작했던 일의 잔여물을 처리한다고 몸이 고생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전시도 준비하면서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점점 든다. 무엇보다도 내가 부족한 부분을 많이 느끼게 됐다. 처음에는 '이 멋진 걸 왜??'라는 생각으로 전통문화에 무관심한 사람들을 이상하게 봤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이 영역이 소수의 사람들의 영역이라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내가 멋지다고 생각했던 모습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영역으로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하는 작업들이 그 배경에서 그려질 것 같다. 


각설하고 앞으로 전시에 500만 원 정도가 더 필요한 상황인데, 큰돈이라 이걸 어쩌지 생각하다가 10만 원씩 50명에게 받아보자 생각하니 같은 돈이어도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생일을 맞아 생일 선물 대신 전시에 후원을 부탁드렸다. 예상치 못한 지인들이 후원금을 보내줬다. 처음 받아보는 후원금이라 신기하고 감사한 마음이 크다. 이 빚들을 잘 간직하고 있다가 더 큰 가치로 돌려드려야 하는데... 


사실 이 글도 조금의 후원을 받기 위해서 쓰고 있다. 내 글을 보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꾸준히 봐주시는 분들께 전시를 한다는 소식도 알리고 조금의 후원을 해주시면 참으로 감사할 것 같다. 결국 잘하는 사람으로 가야겠지만 그건 남들의 평가이고 정작 내 자신은 '한다' 이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사실을 요즘 많이 느끼고 있다. 그래서 이곳에서도 후원 안내를 '한다.'


한 잔의 커피값도 좋습니다. 마음을 주시면 전시에 보태어 많은 분들이 전통문화를 느끼는데 쓰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자아자 


카카오뱅크 3333-03-7125837 지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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