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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rector JI Aug 08. 2024

수행자

불쾌한 일을 넘기고 감사한 일에 집중해 본 오늘 

kulture 영상을 유튜브에 업로드하면서 영상 사용에 대한 문의가 몇 번 있었다. 당연히 많은 사람들의 재능이 들어간 일이기 때문에 무료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경계가 있었고, 뜻이 좋거나 우리에게도 도움이 된다 하면 무료로 영상을 허락해 주기도 했다. 


얼마 전 알게 된 한 대표님이 자신들이 하는 일에 우리의 영상이 꼭 필요하다며 전시에도 찾아와 미팅을 요청했다. 하지만 우리의 영상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어 보여서 신뢰를 하기 힘들었다. 그래도 그곳은 사회적 기업이고 대외적으로 표방하는 바가 비슷해 맞춰가며 진행해도 되겠다는 마음이었다. 비용에 대한 이야기로 두 차례 의견을 나눴고 그 이후에 말이 없길래 그런가 보다 하고 흘려보냈다. 그러다가 최근 방송에 본인들의 행사장이 나오게 되어 우리 영상을 틀고 홍보를 하면 좋을 것 같다고 제안을 줘서 그렇게 하시라 했다. 방송국 작가에게 내 번호를 넘겨도 되겠냐는 직원분과의 통화 중에 혹시 우리 영상을 상영하고 있냐고 질문을 던졌는데 그렇다고 대답을 했다. 내막을 모르는 직원이 밝힌 이야기에 혹시나 하는 의심이 사실로 밝혀지자 불쾌한 마음이 일어났다. 최근 게시물에도 우리 영상이 상영되는 영상이 잠깐 나왔다. (치밀하게나 속이지..)


오늘 그 대표에게 무단 사용에 대한 조치를 해달라고 문자를 보냈다. 사회적 기업의 대표는 걸렸다는 식으로 바로 내리겠다는 답장을 보냈다... 다음에도 무단으로 사용하면 법적으로 조치하겠다고 하니 적반하장으로 내 말투가 세다고 트집을 잡았다.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것처럼 이야기하더니 정작 행동에는 그것에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사회적 기업을 표방하며 의미 있는 일을 한다고 말하는 저 사람의 진심은 어디에 닿아있을까? 함께 아는 선생님을 들먹이며 이해하라는 식의 이야기에 더 이상 말을 섞으면 시간이 아깝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 뒤로 말을 섞지 않았다. 분노가 치밀었지만 내 감정에 이 에너지를 쏟기 싫어서 바로 스위치를 꺼버렸다. 대신 최근 작업한 광고가 오늘 온에어 되는 날이라 함께 일한 스텝들에게 보내줬다. 불확실한 것들이 눈에 보일 때까지 고민하며 힘을 보탠 스텝들은 결과물에 감사함과 만족감의 답장을 보내주었다. 나는 영상이 온에어되면 거의 모든 스텝들에게 보내주는 편인데 함께 만든다는 생각의 표현이자 감사한 마음의 표현이기도 했다. 촬영이 끝나면 모든 게 나몰라라가 되는 감독이 되고 싶지 않았다. 일 이전에 사람들이 있다. 스텝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니 불쾌했던 마음이 사라졌다. 감정적으로 휘둘릴 때 마음을 돌아 세우는 게 쉽지 않은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에너지를 부정적이 곳에 쏟지 말아야지 다시 생각했다. 


집으로 들어가는 현관 유리창에 아주 예쁜 노을이 내 뒤를 비췄다. 

고개를 들어 내 뒤를 수놓은 노을을 바라보았다. 


오늘도 감사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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